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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옥의 공간리질리언스 ①] 폐허에서 피어난 예술...삼탄아트마인
    산업화 시대에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2차 산업시설들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능을 상실하고 노후화되었으며, 지역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폐산업시설은 단순한 쇠퇴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있다. 이곳은 1964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 탄광으로, 한때 정선과 태백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탄광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정암광업소는 2001년 폐광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는 급속한 침체를 겪었다.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1996년에는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문경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다. 이는 쇠퇴한 산업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환점이 되었다. 멈춘 광산, 깨어난 감각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한때 수천 명의 광부가 오르내리던 광산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었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 삼척탄좌의 옛 광업소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은 기능을 잃은 공간이 감정을 되찾고, 사회적 감각(social sense)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쇳소리 대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탄차가 오가던 자리에 예술가의 붓질이 이어졌다. 이곳은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기억이 환기되고 감각이 중첩되는 문화공간의 재생 실험장이 되었다. 삼탄아트마인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채탄갱도, 샤워실, 탈의장 등은 해체되지 않고 남겨졌으며, 그 위에 조명과 예술, 사람의 감각이 더해졌다. 석탄, 벽돌, 철재, 콘크리트에 각인된 기억은 이제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공감(empathy)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곳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다. 시간을 저장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유연한 구조물이다. 공간 안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며,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비워진 여백’이다. 전시가 없는 날의 전시관, 광부의 옷이 걸린 휴게실,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창고 안의 빈 공간은 모두 상상과 몰입을 유도하는 정서적 장치가 된다. 이 비워짐은 관람자에게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덧입힐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를 묻는 공간이다. 사람을 이끌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태도를 취한다. 이곳은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는 장소다. ESG관점에서 본 삼탄아트마인이 공간 삼탄아트마인의 공간 재생은 단순한 설계나 운영 모델의 변화를 넘어 ESG실천의 모범사례이다. 그 사례를 ESG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삼탄아트마인은 해체보다는 보존을 선택함으로써 환경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함으로써, 신축 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였다. 이는 탄소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유지함으로써 물리적 자산 이상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다. 자연과 건축,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재료 간의 조화를 통해 환경을 고려한 설계 철학이 반영되었으며, 이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점에서 환경적 책임을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사회적 기업, 예술가, 아이들,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정서적 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ESG의 사회적(Social)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단순한 이벤트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공감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 공간은 공동체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운영 방식은 전통적인 위계적 통제나 획일화된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공간의 권력은 소유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돌봄’과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며, 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가꾸는 공동체로서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수치나 제도적 틀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참여 기반의 운영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거버넌스를 제도적 장치가 아닌, 신뢰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적 실천으로 풀어내며, ESG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간이 말을 걸 때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삼탄아트마인의 수직갱을 걷는 순간, 사람은 단지 산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냄새, 어둠, 침묵, 빛의 방향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과거를 몸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감정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껴지는 것이고, 공간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장이 된다. 이곳에서는 예술작품이 아닌, 공간 그 자체가 정서적 텍스트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하고, 공유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간다. 삼탄아트마인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광산이자 놀이터이며, 기억의 창고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되고, 공동체의 기념장이 되며, 때로는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는 교실이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의 복합성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조건이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과 기억, 기능과 해석이 동시에 공존하며, 도시는 이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험하고 감각을 확장한다. 삼탄아트마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 자체가, 오래된 재료의 질감과 물성, 조용한 공기와 빛의 결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추억하고, 감탄하며, 때로는 울컥한다. 이러한 공간은 더 이상 낡고 버려진 폐산업시설이 아니다. 낭비되지 않고 되살아났다. 기능은 멈췄지만 감정은 확장되었고, 건물은 고정되어 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열린다. 궁극적으로 문화공간의 재생이란 감정을 설계하고, 기억을 관리하며, 상상력을 허락하는 공간의 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삼탄아트마인은 그 첫 문장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수옥(Lee Su Ok)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술연구의 일환으로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의 리질리언스 공간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기존 산업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도시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재생과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러닝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디자인 및 공간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 ESG위원회 인권전략위원장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연구 분야로는 도시재생과 산업유산 재생,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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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4
  • [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②] 외로움이라는 현대의 전염병,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들
    전 미국 공중보건국장 비벡 할레거 머시(Vivek Hallegere Murthy) 박사는 외로움을 ‘현대의 전염병’이라 했고, 실제로 외로움은 수면 장애, 염증, 우울, 불안, 심지어 수명 단축과도 연결된다. 이 외로움은 단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단절이 극심해진 지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마주한 공통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요하지만 깊은 고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속 관계 회복을 위한 사회적 구조 마련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게일 잘츠(Gail Saltz) 박사는 "깊은 관계 회복은 시간이 걸리지만, 일상적인 작은 상호작용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커피숍에서 건네는 짧은 인사, 슈퍼마켓에서의 잡담도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사회적 시스템으로 확대하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가 핵심이 된다. 영국에서는 이미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두고 고립 문제 해결에 나섰으며, 지역 도서관과 커뮤니티 센터에서 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간 소통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도 ‘동네 사랑방’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주민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교류할 수 있는 소소한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센터가 행정의 역할을 넘어서 정서적 중심지로 기능해야 할 때이다. 둘째, 디지털 연결의 역설, ‘진짜 연결’을 회복하자 소셜미디어는 빠르고 편리한 연결 수단이지만, 사람을 더욱 고립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SNS를 통한 관계는 '진짜 나'보다는 '꾸민 나'를 보여주기 쉽고, 이는 비교와 불안, 단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디지털 디톡스’나 ‘SNS 안식일’을 사회적으로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하루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기술 해방일’을 운영 중이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는 기술보다 사람이 우선임을 사회 전반에 걸쳐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자원봉사와 지역 참여의 문화화 자원봉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게일 잘츠(Gail Saltz)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하며, 외로움 해소에도 자원봉사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퇴직 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이 많으며, 일부 주에서는 자원봉사 시간을 대학 학자금 보조와 연계하는 정책도 운영 중이다. 한국도 봉사를 일회성 행사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지역 사회 참여 시간’ 제도화, 혹은 기업의 ‘사회공헌 참여일’ 지정은 일상 속 선한 연결을 확산시킬 수 있다. 넷째. 정신 건강을 일상에서 돌보는 습관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는다. 잘츠는 “취미, 자연 속 산책, 운동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자가 치유 도구”라고 말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핀란드에서는 ‘산림 치료’가 실제 정신 건강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본 삼림욕의 ‘신린요쿠(森林浴)’도 유사한 개념이다. 산림 치료는 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챙기고 긍정의 힘을 키우는 활동이다. 우리도 정신과 상담만큼이나, ‘걷기 모임’ ‘취미 공유 모임’ 등 건강한 활동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신 건강 상담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시선과 제도 모두 변화해야 한다. 온라인 상담 확대, 지역 정신 건강 센터의 접근성 향상, 청소년·직장인 대상의 예방 중심 프로그램 등이 그 예이다. 외로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조용히, 천천히 스며든다. 그렇기에 예방과 회복의 방식도 일상 속에서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낯선 이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 내가 속한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일, 나부터 친절을 실천하는 일은 작지만 커다란 연결의 시작이다. 외로움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은 거창한 정책만이 아니다. 조금 더 자주 마주 보고 웃고, 마음을 열어주는 문화. 그 작지만 따뜻한 변화들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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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01
  • [진려의 똑똑한 미래 ③] 2025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 류자쿤(Liu Jiakun)... 건축은 사회적 문제 해결의 도구이다.
    2025년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 중국 청두 출신의 건축가 류자쿤(Liu Jiakun)에게 수여되었다. 류자쿤은 1956년 출생으로, 충칭건축공정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초기에는 작가로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으나, 이후 건축으로 전향하여 자쿤건축설계사무소(Jiakun Architects)를 설립했다. 오늘날 건축계는 급변하는 사회적·환경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류자쿤은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며, 건축을 단순한 조형 예술을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의 도구로 삼아왔다. 그의 작품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1. 지역성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와 건축 류자쿤의 작품은 특정한 미학이나 스타일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일관된 건축적 전략과 높은 완성도를 유지한다. 그는 건축이 획일적인 양식에 갇혀서는 안되며, 각 프로젝트의 특성과 지역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류자쿤의 건축은 장소와 환경에 맞춘 설계와 건축을 실현하며, 현지의 특성을 존중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2. 중국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역성으로부터 배우기’ 그의 건축 철학은 중국의 사회적·환경적 현실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는 지역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건축이 지역의 문화, 역사,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축은 단순한 조형적 표현이 아니라, 토지, 재료, 기후, 인간의 실질적 요구에 기반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그는 “건축은 고립된 예술 작품이 아니라, 토지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류자쿤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요소로, 지역의 환경과 건축을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3. ‘저기술 전략(Low-Tech Strategy)’을 통한 지속 가능한 건축 류자쿤은 쓰촨 분지의 습하고 비가 많은 기후에서 영감을 받아 ‘저-기술 전략(Low-Tech Strategy)’을 개발하였다. 이는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예: 셰일 벽돌, 대나무 거푸집 콘크리트)를 활용하고, 전통적 건축 기법을 적용하여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건축에 지역적 미학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는 단순히 기술력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건축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루예위안(鹿野苑) 박물관에서는 대나무 거푸집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불교 석각 예술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또한, 시춘다위안(西村大院)에서는 거대한 대나무 거푸집 콘크리트 기둥을 통해 도시적 맥락 속에서 서민적 정서를 담아내는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4.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류자쿤은 40년 이상 건축 활동을 하면서,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그는 건축이 단순히 미학적 완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대표적인 사회적 건축 프로젝트로는 2008년 쓰촨 대지진 이후 진행한 재생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폐허를 친환경 건축 재료로 변환하는 방식을 연구하며, 재해 지역을 위한 건축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한, 쑤저우 위야오진전박물관에서는 역사적 건축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그의 프로젝트들은 단순히 새로운 건축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고, 문화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5. 도시와 건축의 기능적 통합 그는 도시의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고, 상충하는 요구를 조율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실천하였다. 이는 현대 도시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접근법이다. 웨스트 빌리지 코트야드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는 단순한 건축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건축 철학은 "건축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아니라,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건축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6. 문화적 전통과 현대적 해석의 조화 류자쿤의 건축은 중국의 전통 건축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따른다. 그는 단순한 복고주의를 지양하고,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지속 가능한 건축을 만들어간다. 대표적인 예로 루예위안 석각 예술 박물관에서는 창이 없이 노출 콘크리트 공간을 통해 불교적 선 사상을 구현하였다. 또한, 쑤저우 위야오진전박물관에서는 거대한 기둥 구조를 통해 자금성에서 사용된 벽돌을 사용해 역사적 의미를 건축적으로 재현했다. 그에게 정체성이란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대한 집단적 소속감을 의미한다. 그는 전통을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창의적으로 변형하여 미래로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류자쿤의 건축은 지역성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융합하며,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건축적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이 인간과 환경,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낸다. 그의 건축 철학은 토지로부터 배우고,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건축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오늘날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는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진려 / 陈丽 / Chen Li 중국 난징예술학원 디자인학원에서 실내 디자인학 석사를 마치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인테리어 아키텍쳐랩(Creative Interior Architecture La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래도시 수직농장의 3T(ICT, Plant Technology, Spatial Technology) 기술 예측 연구’이다. 또한 현재 ESG 코리아 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사단법인 한국 ESG 위원회(Korea ESG Committee) 미래기술위원회(Future Technology Committee)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수직 농장의 정보화 기술, 재배 기술, 공간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마트 팜의 공간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와 중국 ‘예술백가’의 중문 핵심 정기간행물에 ‘해체주의 실내공간설계의 창작 관념과 수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5년 6월에 출판 예정인 ’생태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서적의 중국어, 영어 교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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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14
  • [현동훈의 공간언어 ①] 공간철학이 담겨진 공동체의 공간언어 ‘판교 하우징’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현대 주택은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밀폐형 구조로 발전해왔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러한 공간 설계는 한편으로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보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연결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가족의 형태는 더욱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가족 공동체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중심이었지만, 산업화 이후 핵가족으로 분화되었고, 이제는 핵가족에서 다시 1인 가구로 세분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울타리가 약화된 시대에는 개인이 단순히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구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거 공간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제 주거는 단순히 사적 공간을 넘어, 이웃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해야 한다. 현대의 집합 주거는 단순한 물리적 집합체가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적 배치와 관계를 담아내야 한다. 즉, 건축은 단순한 건물 설계를 넘어, 구성원들이 공동체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판교 하우징은 위와 같이 변화하는 현대 주거에 따라 기존의 문제점을 타파하고,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를 선보인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의 작품이다. 3-4층 규모의 건축물을 약 9-13개의 주거 단위로 구성한 클러스터가 9개로 구성된 판교 하우징은 2층의 공동 데크를 통해 각 주거 단위의 투명한 공간을 연결한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거대한 현관 역할을 하며, 클러스터 주변 환경의 특성에 맞춰 구성이 가능하다. 공간을 여는 주거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교나 학원을 이용하고, 고령자는 요양 시설에 의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이는 주거 공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외부 시설이 보완하는 구조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주택의 한계가 외부와의 연결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이는 가족 단위에서 사회로 시선이 확장되는 하나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생활 방식의 차이를 넘어, 거주자들이 주거 공간에 기대하는 기능과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주택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재택근무, 여가, 공동체 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의 공간 구성도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던 과거 주거와 달리, 판교 하우징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형태로 설계되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주거 공간의 역할로서 지역사회 구성원과 더욱 풍요롭고 조화로운 생활 환경을 만들어간다. 관계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은 기존의 건축이 지나치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분리함으로써 개인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문제를 지적하며, 개별 주거 공간이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공유 가능한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교 하우징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되어 공공 공간을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전통적인 아파트나 주거 단지처럼 개별 유닛이 독립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이 자연스럽게 엮이는 구조를 취한다. 각 세대의 경계를 엄격히 나누기보다, 공동 마당, 공유 복도, 개방형 테라스 등을 통해 입주민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소통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야마모토 리켄이 강조하는 ‘공간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벽을 허물고 개방적인 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지역사회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건축은 가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건축은 단순한 공간의 창조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이다. 건축물이 완성된 이후에는 그 공간이 삶의 다양한 조건과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인간 생활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야마모토 리켄의 저서 『건축은 가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에서 “건축물은 가설을 바탕으로 지어지며, 지어진 건물은 역으로 그러한 가설을 강화시킨다. 가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틀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건물로 지어지고 나면 … 가설이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객관적인 근거로 받아들 여지는 것이다. … 단순한 가정이 건축물이라는 용기를 통해 보여질 때 하나의 당당한 근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우리는 그러한 바탕을 의심해야만 한다. 가설이 객관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린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를 통해 건축은 단순히 제공된 환경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당연한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기반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축 공간은 생활의 기반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건축가는 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의 주거 공간은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다양한 관계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건축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때, 우리는 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3-09
  • [윤재은 칼럼] 미래도시는 ‘하이퍼 리좀 시티(Hyper Rhyzome City)’로 변화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이 되면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여 인간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미래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시작된다"고 말했다. 미래 사회를 위한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구분은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미래사회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드론 자동차, 하이퍼루프, 인공지능, 로봇 등의 발전은 미래도시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현실화할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회사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의 전문가들은 미래도시를 위한 10가지 주요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생태학(Ecology), 물(Water), 에너지(Energy), 거주 적합성(Livability), 폐기물(Waste), 식품(Food), 이동성(Mobility), 문화(Culture), 인프라(Infrastructure), 경제(Economy) 등이다. 이러한 원칙은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거주 적합성(Livability)은 인류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개념이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미래도시는 접근성, 편리성, 안전성이 강화된 생활 환경을 제공하며, 도시 공간의 기능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다.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늘을 나는 드론 자동차나 초고속 하이퍼루프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술적 열망뿐만 아니라, 미래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개인용 비행체(PAV, Personal Air Vehicle)를 공개했으며, 우버와 협업해 개발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드론 택시 상용화를 위한 시험 비행을 허가하는 등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드론 자동차 중심의 이동사회가 도래하면 주차 시스템에도 혁신적인 변화할 것이다. 기존의 지상 및 지하 주차 방식에서 벗어나, 초고층 건물마다 개인용 플랫폼을 마련해 드론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의 도시는 더 이상 땅에 의존하지 않고, 공중 이동이 보편화된 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교통혁명과 네트워크형 미래도시 ‘하이퍼 리좀 시티(HRC)’ 드론 자동차와 하이퍼루프로 연결된 미래도시를 ‘하이퍼 리좀 시티(HRC, Hyper Rhizome City)’라고 한다. 하이퍼리좀시티는 지역 간 경계를 허물고 드론과 하이퍼루프를 통해 빠른 연결성을 갖춘 네트워크형 도시를 말한다. 하이퍼리좀시티의 발전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처럼 발전한다. 하이퍼텍스트는 문서 간을 하이퍼링크로 연결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일 선형 흐름이 아닌 비선형 구조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미래 도시의 교통망 역시 선형이 아닌 비선형 구조를 이루며, 드론 자동차와 하이퍼루프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미래도시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는 미국 사막에 인구 500만 명이 거주할 ‘텔로사(Telosa)’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억만장자 기업가 마크 로어(Marc Lore)가 주도하며 무인 지역을 개발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가치 상승 이익을 주민 복지기금으로 활용하려는 혁신적인 미래도시 개발 모델이다. 미래도시는 지속 가능한 건축 자재, 드론 자동차, 하이퍼루프, 인공지능, 물관리, 스마트 팜 등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문제와 같은 난관을 해결하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한 문제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들이 해결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도시는 하이퍼리좀시티로 변화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 참고문헌: 시그널코리아 2025, 사)미래학회, 주)광문각출판미디어 윤재은 / Jaeeun Yoo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다가올 미래도시와 기후위기를 고려한 ESG에 대해 연구 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Hyun), Archiroad 2(Sun), Archiroad 3(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 미래도시 연구 시그널코리아 2024(공저), 시그널코리아 2025(공저)가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3-08
  • [윤재은 칼럼] ‘바다의 경제학(Sea’s Economic)’에서 본 ‘육지의 경제학(Land’s Economic)’
    인간사회에서 생존 문제는 경제 문제와 집결된다. 경제란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행위로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경쟁도 공정과 균형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 사회는 불안, 증오, 폭력으로 흘러가게 된다. 최근 ‘묻지마 범죄’와 ‘자살’ 등이 이러한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욕구는 분배보다 ‘축적의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과도한 축척은 욕망이 되고 사회 시스템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 만약 사회가 강한 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현상은 가속화된다. 자본사회에서 인간의 욕망은 두 가지로 발전한다. 하나는 ‘공유 욕망(Shared Desire)’이며, 다른 하나는 ‘소유 욕망(Possession Desire)’이다. 공유는 ‘함께 사는 사회’를 뜻하고 소유는 ‘혼자 사는 사회’를 뜻한다. 공유 욕망은 자본의 축적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소유 욕망은 자신만을 생각할 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상실된다. 소유 욕망에서 타인은 경쟁의 대상일 뿐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경쟁 중심의 사회는 갈등 사회가 되고 이러한 사회를 ‘생존 사회(survival society)’라 한다. 생존 사회에서 행복 사회로 가기 위한 국가의 경제정책은 공정경쟁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경제정책이 한쪽에 편중되거나 정의롭지 못하면 그 국가는 갈등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따라서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선 ‘공평한 경제, 희망이 있는 경제, 함께하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 바다의 경제학(Sea’s Economic)에서 배우는 육지의 경제학(Land’s Economic) 모두가 행복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바다의 경제학(Sea’s Economic)’을 배워야 한다. 지구 표면의 70.8%를 차지하는 바다의 경제는 육지의 경제와 사뭇 다르다. 하지만 그 ‘근본은 하나’이다. 바다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3단계의 경제체제를 잘 유지하고 있다. 바다의 기초경제: ‘플랑크톤 경제(Plankton Economy)’ 바다 경제의 1단계는 ‘플랑크톤 경제(Plankton Economy)’이다. 바다 경제의 최소단위인 플랑크톤은 바다 생태계의 기초경제이다. 바다에 서식하는 모든 생태계는 플랑크톤의 먹이사슬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바다 경제의 밑바탕이 되며, 상위 포식자인 피시(Fish)의 먹이가 된다. 바다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것은 플랑크톤이 있기 때문이다. 플랑크톤은 바다 경제 생태계의 기초가 된다. 육지경제의 플랑크톤은 ‘노동자(Worker)’이다. 이들은 생산의 주체가 되며, 모든 생산의 기초를 담당하며 육지경제의 기반 된다. 육지경제의 모든 생산과 분배는 이들의 ‘땀방울(Drops of Sweat)’에서 만들어진다. 프랑크톤 경제의 노동자들은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원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건에도 만족하며 살아간다. 이들의 경제 활동 요구는 인간의 기본권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요구로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에서 ‘노동’을 통해 흘린 땀은 고귀하고 신성하다. 바다의 중심경제: ‘피시 경제(Fish Economy)’ 바다 경제의 2단계는 ‘피시 경제(Fish Economy)’이다. 물고기들은 바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중 하위생태계인 플랑크톤을 통해 살아간다. 피시는 플랑크톤의 작은 경제체계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고래나 상어와 같은 상위 포식자의 그룹에도 관심이 없다. 이들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며 바닷속 중심 세력이 되어 플랑크톤을 흡수하고, 상위 포식자의 생존을 유지하며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육지경제의 피시(Fish)는 ‘샐러리맨(Salaryman)’과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육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한다. 이들은 임금 노동자의 자리를 탐내지 않고, 그렇다고 슈퍼부자(Super rich)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자본주의 경제체계 속에서 주어진 자리에 만족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룹이다. 바다의 거대경제: ‘고래 경제(Whale Economy)’ 바다 경제의 3단계는 ‘고래 경제(Whale Economy)’이다. 이들은 물고기이 아닌 포유류이지만 바다 생활을 하면서 최상위의 포식자에 들어간다. 이들은 몸집이 너무 커서 엄청난 물고기를 먹어야 산다. 물고기가 플랑크톤을 먹는 양은 비교도 할 수도 없다. 바다의 생태계를 유지 시켜주는 것은 고래가 아니라 피시이다. 하지만 거대한 바다의 경제는 고래와 같은 거대한 생물이 있어야 한다. 고래는 거대한 몸짓을 통해 파도를 만들고 바다를 잠들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육지경제의 고래(Whale)는 대기업이다. 대기업은 국가 경제의 모든 것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다. 이들의 경제활동은 개인의 경제활동을 넘어 국가 경제를 좌우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그룹(group)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경쟁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대기업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경제주체이다. 이들은 소수의 그룹을 가지고도 다수의 그룹을 리드한다. 이들의 정책과 행동은 육지경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만약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경제에 들어가 모든 것을 독식하려 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상생하려는 대기업의 자세 대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서 승리하려면 대기업의 품격에 맞는 일에 치중하여야 한다. 특히 대기업은 막대한 자산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생업으로 살아가는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대기업이 빵집, 식당,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 사업 분야는 플랑크톤이나 피시가 살아가는 작은 경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기업이 이런 분야까지 모두 장악하려 한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들여 순식간에 소규모 경제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자신들의 규모와 기술에 맞는 사업에 집중해야 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생태계를 보호하여 공정경제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다 경제(sea economy)는 서로의 배려를 통해 상생으로 나아가는 육지 경제(land economy)의 나침판이다. 육지와 바다의 3가지 경제 군은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만족하며, 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만약 고래와 같은 포식자가 자신이 배고프다고 플랑크톤과 피라미 같은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다면, 바다의 생태계는 혼란을 휩싸이며, 피시(Fish)의 멸종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피시의 종말은 결국 상위 포식자인 고래의 종말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플랑크톤과 피시(fish)가 존재하지 않는 바다 경제의 생태계를 생각해보라! 아무리 최상위의 포식자인 고래일지라도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그들의 몸 규모는 너무 커서 플랑크톤이나 작은 고기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 따라서 피시의 종말은 결국 고래의 종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래의 종말에도 작은 규모의 플랑크톤이나 피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이들은 적게 먹고도 생존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큰 기업이 중간 기업의 영역을 탐내고, 중견 기업이 소상인의 영역을 탐내는 것은 육지경제계의 생태계를 망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조그마한 탐욕이 큰 화를 가져오는 것처럼 대기업은 대기업으로서의 영역에서 큰 크림을 그리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의 영역에서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때, 그 국가는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국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 경제체계 속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땀방울을 흘릴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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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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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옥의 공간리질리언스 ①] 폐허에서 피어난 예술...삼탄아트마인
    산업화 시대에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2차 산업시설들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능을 상실하고 노후화되었으며, 지역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폐산업시설은 단순한 쇠퇴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있다. 이곳은 1964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 탄광으로, 한때 정선과 태백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탄광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정암광업소는 2001년 폐광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 사회는 급속한 침체를 겪었다.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는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1996년에는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문경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다. 이는 쇠퇴한 산업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환점이 되었다. 멈춘 광산, 깨어난 감각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한때 수천 명의 광부가 오르내리던 광산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었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 삼척탄좌의 옛 광업소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은 기능을 잃은 공간이 감정을 되찾고, 사회적 감각(social sense)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쇳소리 대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탄차가 오가던 자리에 예술가의 붓질이 이어졌다. 이곳은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기억이 환기되고 감각이 중첩되는 문화공간의 재생 실험장이 되었다. 삼탄아트마인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채탄갱도, 샤워실, 탈의장 등은 해체되지 않고 남겨졌으며, 그 위에 조명과 예술, 사람의 감각이 더해졌다. 석탄, 벽돌, 철재, 콘크리트에 각인된 기억은 이제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공감(empathy)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곳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다. 시간을 저장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유연한 구조물이다. 공간 안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며,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비워진 여백’이다. 전시가 없는 날의 전시관, 광부의 옷이 걸린 휴게실,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창고 안의 빈 공간은 모두 상상과 몰입을 유도하는 정서적 장치가 된다. 이 비워짐은 관람자에게 각자의 기억과 해석을 덧입힐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를 묻는 공간이다. 사람을 이끌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태도를 취한다. 이곳은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는 장소다. ESG관점에서 본 삼탄아트마인이 공간 삼탄아트마인의 공간 재생은 단순한 설계나 운영 모델의 변화를 넘어 ESG실천의 모범사례이다. 그 사례를 ESG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삼탄아트마인은 해체보다는 보존을 선택함으로써 환경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사용함으로써, 신축 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였다. 이는 탄소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유지함으로써 물리적 자산 이상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다. 자연과 건축,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재료 간의 조화를 통해 환경을 고려한 설계 철학이 반영되었으며, 이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관점에서 환경적 책임을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사회적 기업, 예술가, 아이들,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정서적 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ESG의 사회적(Social)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단순한 이벤트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공감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 공간은 공동체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실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의 운영 방식은 전통적인 위계적 통제나 획일화된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ESG의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공간의 권력은 소유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돌봄’과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며, 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가꾸는 공동체로서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수치나 제도적 틀보다 사람과 공간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참여 기반의 운영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거버넌스를 제도적 장치가 아닌, 신뢰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적 실천으로 풀어내며, ESG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간이 말을 걸 때 – 삼탄아트마인의 재생 이야기 삼탄아트마인의 수직갱을 걷는 순간, 사람은 단지 산업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냄새, 어둠, 침묵, 빛의 방향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과거를 몸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감정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껴지는 것이고, 공간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장이 된다. 이곳에서는 예술작품이 아닌, 공간 그 자체가 정서적 텍스트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석하고, 공유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해간다. 삼탄아트마인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광산이자 놀이터이며, 기억의 창고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되고, 공동체의 기념장이 되며, 때로는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는 교실이 되기도 한다. 이 공간의 복합성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존재 그 자체의 조건이다. 다양한 층위의 감정과 기억, 기능과 해석이 동시에 공존하며, 도시는 이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험하고 감각을 확장한다. 삼탄아트마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 자체가, 오래된 재료의 질감과 물성, 조용한 공기와 빛의 결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추억하고, 감탄하며, 때로는 울컥한다. 이러한 공간은 더 이상 낡고 버려진 폐산업시설이 아니다. 낭비되지 않고 되살아났다. 기능은 멈췄지만 감정은 확장되었고, 건물은 고정되어 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열린다. 궁극적으로 문화공간의 재생이란 감정을 설계하고, 기억을 관리하며, 상상력을 허락하는 공간의 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삼탄아트마인은 그 첫 문장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수옥(Lee Su Ok)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술연구의 일환으로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의 리질리언스 공간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리질리언스 연구는 기존 산업유산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도시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재생과 공간 정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러닝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디자인 및 공간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 ESG위원회 인권전략위원장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연구 분야로는 도시재생과 산업유산 재생, 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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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4-24
  • [현동훈의 공간언어 ②] 보이지 않는 공간, ‘티르피츠 박물관 (Tirptiz Museum)’
    건축은 지어놓으면 약 50년 이상은 거뜬히 버티며, 소재와 관리 정도에 따라 100년 이상을 유지하기도 한다. 공간은 사람의 삶과 가장 밀접한 만큼 시간의 변화에 민감하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리모델링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제 용도를 잃어버려 방치된 건축물은 근대건축에서 기능적인 역할에 따라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 되었다. 현대에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환경적 가치에 반응하여 친환경적 소재 및 환경적인 시공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용자 중심이라는 소비적 가치에 맞게 제공하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과거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여 용도를 변화시킨 건축물이며, 기존의 벙커를 하나의 동선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 BIG의 설계 철학 중 하나는 기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건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지하에 매립된 형태로 설계되어 덴마크 블라반드의 모래 언덕과 융화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멀리서 보면 박물관이 존재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있으며, 이러한 설계 방식은 과거의 군사적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여 전쟁의 상흔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4개의 요소를 통해 구성되었으며, 다음과 같다. (1) SUNKEN VOID – 두 개의 길이 박물관에서 교차하며, 마치 모래 언덕을 절개한 듯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선큰 보이드는 각각의 박물관 갤러리 네 개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를 통해 묻혀 있는 공간에도 자연광과 전망이 스며든다. (2) PRESERVATION LOOPHOLE - 이 지역의 풍경은 자연 보호 구역으로 건축이 금지되어 있지만, 한 개의 모래 언덕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둑이다. 이는 보존 규정의 조항 속에서 발견된 하나의 예외적인 기회였다. (3) FOUR MUSEUMS - 벙커 옆에서 BIG는 하나의 구조 안에 네 개의 박물관(벙커 박물관, 지역 역사 박물관, 호박 박물관, 예술 박물관)을 설계하였다. (4) PATHS - 모래 언덕이 높아지는 곳에서, 길은 언덕을 뚫고 들어가 보행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동선 박물관 방문객은 먼저 벙커를 본 후 박물관 단지 중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섬세하게 깎인 부분을 보게 된다. 중앙 안뜰을 통해 4개의 지하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비야케 잉겔스는 “티르피츠의 건축은 2차 세계대전 벙커와 대조적이다. 무겁고 밀폐된 벙커는 새로운 박물관의 가벼움과 개방성으로 대응되며, 갤러리는 모래 속의 열린 오아시스처럼 모래 언덕과 통합되어 나치 요새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벙커는 어두운 유산의 유일한 랜드마크로 남아있으며, 면밀히 살펴보면 새로운 문화적 만남의 장으로 이어진다.”며 티르피츠 박물관을 소개했다. 경험하는 박물관 단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방문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박물관 내부 구조는 네 개의 갤러리가 X자 형태로 교차하여 미로처럼 설계되어 있으며, 네 개의 전시 공간을 탐험하듯 이동하는 동선은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전시물뿐만 아니라 건축적 요소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작용한다. 전쟁 당시의 어두운 역사와 대조되도록 조도를 세밀하게 조정했는데,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시시각각 달라지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방문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BIG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방문객이 수동적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하였다. 티르피츠 박물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방문객은 단순한 정보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흔적과 평화로운 자연이 공존하는 경험을 선사하며 직접 공간 속에서 체험하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공간이 앞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장소에 새로운 환경적 가치를 불어넣고,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경험하며 역사와 건축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티르피츠 박물관을 통해 향후 공간이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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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09
  • [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②] 외로움이라는 현대의 전염병,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들
    전 미국 공중보건국장 비벡 할레거 머시(Vivek Hallegere Murthy) 박사는 외로움을 ‘현대의 전염병’이라 했고, 실제로 외로움은 수면 장애, 염증, 우울, 불안, 심지어 수명 단축과도 연결된다. 이 외로움은 단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단절이 극심해진 지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마주한 공통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요하지만 깊은 고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속 관계 회복을 위한 사회적 구조 마련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게일 잘츠(Gail Saltz) 박사는 "깊은 관계 회복은 시간이 걸리지만, 일상적인 작은 상호작용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커피숍에서 건네는 짧은 인사, 슈퍼마켓에서의 잡담도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사회적 시스템으로 확대하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가 핵심이 된다. 영국에서는 이미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두고 고립 문제 해결에 나섰으며, 지역 도서관과 커뮤니티 센터에서 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간 소통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도 ‘동네 사랑방’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주민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교류할 수 있는 소소한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센터가 행정의 역할을 넘어서 정서적 중심지로 기능해야 할 때이다. 둘째, 디지털 연결의 역설, ‘진짜 연결’을 회복하자 소셜미디어는 빠르고 편리한 연결 수단이지만, 사람을 더욱 고립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SNS를 통한 관계는 '진짜 나'보다는 '꾸민 나'를 보여주기 쉽고, 이는 비교와 불안, 단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디지털 디톡스’나 ‘SNS 안식일’을 사회적으로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하루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기술 해방일’을 운영 중이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는 기술보다 사람이 우선임을 사회 전반에 걸쳐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자원봉사와 지역 참여의 문화화 자원봉사는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게일 잘츠(Gail Saltz)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하며, 외로움 해소에도 자원봉사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퇴직 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이 많으며, 일부 주에서는 자원봉사 시간을 대학 학자금 보조와 연계하는 정책도 운영 중이다. 한국도 봉사를 일회성 행사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지역 사회 참여 시간’ 제도화, 혹은 기업의 ‘사회공헌 참여일’ 지정은 일상 속 선한 연결을 확산시킬 수 있다. 넷째. 정신 건강을 일상에서 돌보는 습관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는다. 잘츠는 “취미, 자연 속 산책, 운동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자가 치유 도구”라고 말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핀란드에서는 ‘산림 치료’가 실제 정신 건강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본 삼림욕의 ‘신린요쿠(森林浴)’도 유사한 개념이다. 산림 치료는 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챙기고 긍정의 힘을 키우는 활동이다. 우리도 정신과 상담만큼이나, ‘걷기 모임’ ‘취미 공유 모임’ 등 건강한 활동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신 건강 상담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시선과 제도 모두 변화해야 한다. 온라인 상담 확대, 지역 정신 건강 센터의 접근성 향상, 청소년·직장인 대상의 예방 중심 프로그램 등이 그 예이다. 외로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조용히, 천천히 스며든다. 그렇기에 예방과 회복의 방식도 일상 속에서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낯선 이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 내가 속한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일, 나부터 친절을 실천하는 일은 작지만 커다란 연결의 시작이다. 외로움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것은 거창한 정책만이 아니다. 조금 더 자주 마주 보고 웃고, 마음을 열어주는 문화. 그 작지만 따뜻한 변화들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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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4-01
  • [진려의 똑똑한 미래 ③] 2025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 류자쿤(Liu Jiakun)... 건축은 사회적 문제 해결의 도구이다.
    2025년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 중국 청두 출신의 건축가 류자쿤(Liu Jiakun)에게 수여되었다. 류자쿤은 1956년 출생으로, 충칭건축공정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초기에는 작가로서 예술 활동을 시작했으나, 이후 건축으로 전향하여 자쿤건축설계사무소(Jiakun Architects)를 설립했다. 오늘날 건축계는 급변하는 사회적·환경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류자쿤은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며, 건축을 단순한 조형 예술을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의 도구로 삼아왔다. 그의 작품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1. 지역성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와 건축 류자쿤의 작품은 특정한 미학이나 스타일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일관된 건축적 전략과 높은 완성도를 유지한다. 그는 건축이 획일적인 양식에 갇혀서는 안되며, 각 프로젝트의 특성과 지역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류자쿤의 건축은 장소와 환경에 맞춘 설계와 건축을 실현하며, 현지의 특성을 존중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2. 중국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역성으로부터 배우기’ 그의 건축 철학은 중국의 사회적·환경적 현실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는 지역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건축이 지역의 문화, 역사,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축은 단순한 조형적 표현이 아니라, 토지, 재료, 기후, 인간의 실질적 요구에 기반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그는 “건축은 고립된 예술 작품이 아니라, 토지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류자쿤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요소로, 지역의 환경과 건축을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3. ‘저기술 전략(Low-Tech Strategy)’을 통한 지속 가능한 건축 류자쿤은 쓰촨 분지의 습하고 비가 많은 기후에서 영감을 받아 ‘저-기술 전략(Low-Tech Strategy)’을 개발하였다. 이는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예: 셰일 벽돌, 대나무 거푸집 콘크리트)를 활용하고, 전통적 건축 기법을 적용하여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건축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건축에 지역적 미학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는 단순히 기술력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건축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루예위안(鹿野苑) 박물관에서는 대나무 거푸집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불교 석각 예술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또한, 시춘다위안(西村大院)에서는 거대한 대나무 거푸집 콘크리트 기둥을 통해 도시적 맥락 속에서 서민적 정서를 담아내는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4.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류자쿤은 40년 이상 건축 활동을 하면서,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그는 건축이 단순히 미학적 완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대표적인 사회적 건축 프로젝트로는 2008년 쓰촨 대지진 이후 진행한 재생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폐허를 친환경 건축 재료로 변환하는 방식을 연구하며, 재해 지역을 위한 건축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한, 쑤저우 위야오진전박물관에서는 역사적 건축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그의 프로젝트들은 단순히 새로운 건축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고, 문화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5. 도시와 건축의 기능적 통합 그는 도시의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고, 상충하는 요구를 조율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실천하였다. 이는 현대 도시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접근법이다. 웨스트 빌리지 코트야드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는 단순한 건축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건축 철학은 "건축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아니라,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건축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6. 문화적 전통과 현대적 해석의 조화 류자쿤의 건축은 중국의 전통 건축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따른다. 그는 단순한 복고주의를 지양하고,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지속 가능한 건축을 만들어간다. 대표적인 예로 루예위안 석각 예술 박물관에서는 창이 없이 노출 콘크리트 공간을 통해 불교적 선 사상을 구현하였다. 또한, 쑤저우 위야오진전박물관에서는 거대한 기둥 구조를 통해 자금성에서 사용된 벽돌을 사용해 역사적 의미를 건축적으로 재현했다. 그에게 정체성이란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대한 집단적 소속감을 의미한다. 그는 전통을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창의적으로 변형하여 미래로 연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류자쿤의 건축은 지역성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융합하며,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건축적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이 인간과 환경,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낸다. 그의 건축 철학은 토지로부터 배우고,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건축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오늘날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는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진려 / 陈丽 / Chen Li 중국 난징예술학원 디자인학원에서 실내 디자인학 석사를 마치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인테리어 아키텍쳐랩(Creative Interior Architecture La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래도시 수직농장의 3T(ICT, Plant Technology, Spatial Technology) 기술 예측 연구’이다. 또한 현재 ESG 코리아 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사단법인 한국 ESG 위원회(Korea ESG Committee) 미래기술위원회(Future Technology Committee)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수직 농장의 정보화 기술, 재배 기술, 공간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마트 팜의 공간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와 중국 ‘예술백가’의 중문 핵심 정기간행물에 ‘해체주의 실내공간설계의 창작 관념과 수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5년 6월에 출판 예정인 ’생태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서적의 중국어, 영어 교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3-14
  • [현동훈의 공간언어 ①] 공간철학이 담겨진 공동체의 공간언어 ‘판교 하우징’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현대 주택은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밀폐형 구조로 발전해왔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러한 공간 설계는 한편으로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보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연결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가족의 형태는 더욱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가족 공동체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중심이었지만, 산업화 이후 핵가족으로 분화되었고, 이제는 핵가족에서 다시 1인 가구로 세분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전통적인 울타리가 약화된 시대에는 개인이 단순히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구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거 공간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제 주거는 단순히 사적 공간을 넘어, 이웃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해야 한다. 현대의 집합 주거는 단순한 물리적 집합체가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적 배치와 관계를 담아내야 한다. 즉, 건축은 단순한 건물 설계를 넘어, 구성원들이 공동체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판교 하우징은 위와 같이 변화하는 현대 주거에 따라 기존의 문제점을 타파하고,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를 선보인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의 작품이다. 3-4층 규모의 건축물을 약 9-13개의 주거 단위로 구성한 클러스터가 9개로 구성된 판교 하우징은 2층의 공동 데크를 통해 각 주거 단위의 투명한 공간을 연결한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거대한 현관 역할을 하며, 클러스터 주변 환경의 특성에 맞춰 구성이 가능하다. 공간을 여는 주거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교나 학원을 이용하고, 고령자는 요양 시설에 의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이는 주거 공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외부 시설이 보완하는 구조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주택의 한계가 외부와의 연결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이는 가족 단위에서 사회로 시선이 확장되는 하나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생활 방식의 차이를 넘어, 거주자들이 주거 공간에 기대하는 기능과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주택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재택근무, 여가, 공동체 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의 공간 구성도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던 과거 주거와 달리, 판교 하우징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형태로 설계되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주거 공간의 역할로서 지역사회 구성원과 더욱 풍요롭고 조화로운 생활 환경을 만들어간다. 관계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은 기존의 건축이 지나치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분리함으로써 개인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문제를 지적하며, 개별 주거 공간이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공유 가능한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교 하우징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되어 공공 공간을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전통적인 아파트나 주거 단지처럼 개별 유닛이 독립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이 자연스럽게 엮이는 구조를 취한다. 각 세대의 경계를 엄격히 나누기보다, 공동 마당, 공유 복도, 개방형 테라스 등을 통해 입주민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소통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야마모토 리켄이 강조하는 ‘공간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벽을 허물고 개방적인 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지역사회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건축은 가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건축은 단순한 공간의 창조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이다. 건축물이 완성된 이후에는 그 공간이 삶의 다양한 조건과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인간 생활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야마모토 리켄의 저서 『건축은 가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에서 “건축물은 가설을 바탕으로 지어지며, 지어진 건물은 역으로 그러한 가설을 강화시킨다. 가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틀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건물로 지어지고 나면 … 가설이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객관적인 근거로 받아들 여지는 것이다. … 단순한 가정이 건축물이라는 용기를 통해 보여질 때 하나의 당당한 근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우리는 그러한 바탕을 의심해야만 한다. 가설이 객관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린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를 통해 건축은 단순히 제공된 환경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당연한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물리적 기반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축 공간은 생활의 기반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건축가는 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의 주거 공간은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다양한 관계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건축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때, 우리는 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3-09
  • [윤재은 칼럼] 미래도시는 ‘하이퍼 리좀 시티(Hyper Rhyzome City)’로 변화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이 되면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여 인간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미래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시작된다"고 말했다. 미래 사회를 위한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구분은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미래사회는 새로운 기술로 인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드론 자동차, 하이퍼루프, 인공지능, 로봇 등의 발전은 미래도시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현실화할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회사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의 전문가들은 미래도시를 위한 10가지 주요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생태학(Ecology), 물(Water), 에너지(Energy), 거주 적합성(Livability), 폐기물(Waste), 식품(Food), 이동성(Mobility), 문화(Culture), 인프라(Infrastructure), 경제(Economy) 등이다. 이러한 원칙은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거주 적합성(Livability)은 인류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개념이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미래도시는 접근성, 편리성, 안전성이 강화된 생활 환경을 제공하며, 도시 공간의 기능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다.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늘을 나는 드론 자동차나 초고속 하이퍼루프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술적 열망뿐만 아니라, 미래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개인용 비행체(PAV, Personal Air Vehicle)를 공개했으며, 우버와 협업해 개발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드론 택시 상용화를 위한 시험 비행을 허가하는 등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드론 자동차 중심의 이동사회가 도래하면 주차 시스템에도 혁신적인 변화할 것이다. 기존의 지상 및 지하 주차 방식에서 벗어나, 초고층 건물마다 개인용 플랫폼을 마련해 드론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의 도시는 더 이상 땅에 의존하지 않고, 공중 이동이 보편화된 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교통혁명과 네트워크형 미래도시 ‘하이퍼 리좀 시티(HRC)’ 드론 자동차와 하이퍼루프로 연결된 미래도시를 ‘하이퍼 리좀 시티(HRC, Hyper Rhizome City)’라고 한다. 하이퍼리좀시티는 지역 간 경계를 허물고 드론과 하이퍼루프를 통해 빠른 연결성을 갖춘 네트워크형 도시를 말한다. 하이퍼리좀시티의 발전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처럼 발전한다. 하이퍼텍스트는 문서 간을 하이퍼링크로 연결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일 선형 흐름이 아닌 비선형 구조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미래 도시의 교통망 역시 선형이 아닌 비선형 구조를 이루며, 드론 자동차와 하이퍼루프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미래도시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는 미국 사막에 인구 500만 명이 거주할 ‘텔로사(Telosa)’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억만장자 기업가 마크 로어(Marc Lore)가 주도하며 무인 지역을 개발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가치 상승 이익을 주민 복지기금으로 활용하려는 혁신적인 미래도시 개발 모델이다. 미래도시는 지속 가능한 건축 자재, 드론 자동차, 하이퍼루프, 인공지능, 물관리, 스마트 팜 등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문제와 같은 난관을 해결하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한 문제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들이 해결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도시는 하이퍼리좀시티로 변화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 참고문헌: 시그널코리아 2025, 사)미래학회, 주)광문각출판미디어 윤재은 / Jaeeun Yoo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다가올 미래도시와 기후위기를 고려한 ESG에 대해 연구 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Hyun), Archiroad 2(Sun), Archiroad 3(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 미래도시 연구 시그널코리아 2024(공저), 시그널코리아 2025(공저)가 있다.
    • 오피니언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3-08
  • [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②] 디지털 기술이 바꾼 공간 소비 트렌드
    공간 경험의 변화, 우리는 어떻게 공간을 소비하는가?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간이 물리적 장소에 국한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간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전시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예술과 소통하며,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게임을 통해 공간을 탐험한다. 공간 소비 트렌드는 ‘체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의 공간 소비가 ‘머무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공간 소비는 ‘참여하고 경험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브랜드들은 물리적 매장을 디지털 기술로 확장하여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전시는 감상에서 체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는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플레이필드가 되며,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공간을 소비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공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소비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우리는 공간을 경험하고,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공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공간 경험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디지털 기술이 공간을 바꾸다 : 인터랙티브 공간의 등장 1) 미디어 파사드: 건물 외벽이 콘텐츠가 되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에 접목되면서, 공간은 더 이상 정적인 장소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반응하는 인터랙티브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건축물의 외관은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변하고 있으며, 전시는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건축물의 외관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실시간 콘텐츠가 흐르는 미디어 캔버스로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 강남의 코엑스 K-POP 스퀘어 미디어는 건물 외벽 전체를 초대형 디지털 스크린으로 변모시켜, 3D 파도 영상과 같은 몰입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나 도쿄 긴자의 미디어 파사드 또한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라, 도시의 예술적·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거대한 디지털 갤러리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라스베이거스에 개장한 MSG 스피어(The MSG Sphere)이다. 이 구형 건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로, 약 54만 제곱미터의 외벽 전체가 초고해상도 LED 디스플레이로 활용된다. 밤이 되면 스피어의 표면은 거대한 디지털 화면으로 변하며, 우주, 해저, 불꽃놀이 등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내부에서는 16K 해상도 랩어라운드 실내 몰입형 디스플레이와 공간 음향 시스템을 활용해, 공연과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스피어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건축과 디지털 미디어가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미래 도시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 인터랙티브 전시 공간: 경험하는 전시로의 전환 전통적인 전시는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관객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Refik Anadol은 건축물의 표면을 AI 기반 데이터 아트로 변환하여, 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아트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팀랩(TeamLab)의 몰입형 전시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벽과 바닥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공간이 살아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자부다이힐즈의 모리JP타워에 새로 오픈한 팀랩 보더리스 전시공간은 AI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전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랙티브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AR/VR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간: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다 디지털 기술은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한 장소를 직접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AR과 VR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쇼핑, 건축,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1) 가상 피팅룸과 디지털 쇼핑 공간: 쇼핑 경험의 재구성 디지털 기술이 쇼핑 경험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AR과 VR을 활용한 가상 쇼핑 환경이 현실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공간 소비 방식이 재편되고 있다. 이케아는 AR 앱을 활용해 소비자가 실제 자신의 공간에 가구를 배치하고 색상을 변경하며 가상의 인테리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을 직접 구매하기 전에 자신의 공간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을 넘어 ‘공간 맞춤형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나이키는 AR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마케팅 이벤트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길거리 곳곳에 비추면 특정 장소에서 나이키의 신발이 나타나고, 이를 클릭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는 AR 기술이 단순한 가상 체험을 넘어, 현실 공간에서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구찌는 VR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 전시회를 개최하고, 소비자가 가상 환경에서 제품을 체험한 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없이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AR과 VR을 활용한 쇼핑 공간은 더 이상 실험적 시도가 아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간 소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패션 및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앞다투어 디지털 쇼핑 경험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프라다(Prada)와 미우미우(MIUMIU)는 스냅챗의 비트모지(Bitmoji) 아바타를 위한 디지털 핸드백을 출시하며, 명품 브랜드 경험을 가상 공간으로 확장했다. 현실에서는 쉽게 소유하기 어려운 고가의 핸드백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15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부담 없이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가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경험을 제시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 소비의 패러다임은 ‘구매’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쇼핑 공간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가치를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2) 게임과 공간의 융합: 현실이 하나의 거대한 플레이필드가 되다. 게임은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포켓몬 GO는 AR 기술을 활용하여 현실 세계가 게임 속 맵으로 변화하도록 만들었으며, HADO AR 스포츠는 실제 공간에서 플레이어가 가상의 에너지를 발사하며 대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스포츠와 게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게임 속 공간은 단순한 가상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과 결합되며 더욱 확장되고 있다. AR·VR 기술이 접목된 게임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스포츠, 피트니스, 교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공간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는 현실과 가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게임과 공간의 융합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감각적 몰입을 극대화하는 기술: 공간을 체험하는 방식의 변화 공간 경험의 디지털화는 감각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각적 요소가 공간 경험의 핵심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포함한 다감각적 몰입 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공간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각적 몰입을 위해 프로젝션 맵핑, AR/VR, 3D 홀로그램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청각적 몰입을 극대화하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와 애플의 공간 음향(Spatial Audio) 같은 3D 사운드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향기와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기술들이 공간의 후각적 경험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햅틱 피드백 기술은 가상의 촉각 경험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미각과 후각을 혼합한 기술까지 등장하며, 공간 몰입감이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롤리팝 인터페이스(Digital Lollipop Interface)는 전기 자극을 통해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을 혀에서 직접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가상 환경에서도 실제 음식의 맛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향후 이 기술이 발전하면, 가상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맛보거나, 특정 브랜드의 미각적 경험을 디지털 공간에서 제공하는 등 미각까지 포함된 완전한 몰입형 공간 경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감각적 몰입 기술은 공간을 단순히 시청각적으로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오감이 모두 결합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의 공간은 더 이상 물리적 경계를 갖지 않으며, 우리가 체험하는 감각적 요소들이 기술을 통해 더욱 풍부하고 강렬하게 확장될 것이다. 미래 공간 경험의 방향성 :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변화시키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 공간 소비 방식은 점점 더 인터랙티브하고 몰입적인 형태로 진화할 것이며, 공간은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하여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공간은 이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와 소통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공간을 경험하게 될까?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이제, 우리는 공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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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2-24
  • [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①] 가상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한때 공간은 물리적 한계를 가진 개념이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벽과 구조물을 쌓아 공간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생활하고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메타버스, 확장현실(XR),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간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융합,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가상현실(VR) 체험을 넘어, 현실과 가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단순한 3D 가상공간을 넘어서 현실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NAVER Z의 제페토(ZEPETO)나 로블록스(Roblox) 같은 플랫폼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또한, VR과 AR을 결합한 확장현실(XR) 기술은 전통적인 공간 개념을 확장하며, 현실 공간을 더욱 풍부한 경험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는 현실 공간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하여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기술로, 스마트 도시 설계, 건축 시뮬레이션,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여 교통과 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건설업계에서는 시공 전에 디지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두바이의 ‘디지털 트윈 시티’ 프로젝트는 도시의 빌딩, 도로, 인프라를 3D로 재현하여 도시 계획과 유지보수를 최적화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BMW는 공장 설비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여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가상공간이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경험의 확장 도구로 활용되면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공간을 소비하고 있다. 1)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의 강화 팀랩(TeamLab)이나 Refik Anadol의 미디어 아트 전시는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며, 관객들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보는' 전시에서 '참여하는' 전시로 변화하면서,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또한, 명품 브랜드인 구찌(Gucci)나 발렌시아가(Balenciaga) 등은 가상공간 내 쇼룸을 개설하여 소비자들이 제품을 3D로 체험하고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착용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Nike)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Nikeland’를 론칭하여, 소비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아바타를 통해 신제품을 착용하며 인터랙티브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을 넘어,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2) 원격 협업과 교육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를 활용한 원격 협업과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esh’와 같은 플랫폼은 가상공간에서의 회의와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대학과 기업에서는 VR을 활용한 교육과 트레이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 제약을 초월한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공간디자인과 교육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 설계에서도 스마트비즈X의 'Trezi'와 같은 VR 기반 협업 도구가 도입되어,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프로젝트를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하버드 대학교와 MIT는 VR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가상공간에서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3) 의료 및 치료 분야에서의 활용 VR과 AR 기술은 의료 및 치료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존스홉킨스 병원은 VR을 이용한 외과 수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사들이 보다 정밀한 수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서는 가상환경을 활용한 심리 치료가 도입되어, 환자들이 트라우마를 점진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4) 스포츠 및 피트니스 경험의 혁신과 지속가능성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은 스포츠 및 피트니스 경험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Peloton과 같은 피트니스 브랜드는 VR을 활용한 실내 운동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가상공간에서 라이딩을 하거나 인터랙티브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NBA는 팬들이 VR을 통해 경기장을 직접 방문한 것처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간의 미래,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융합하는 시대에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간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과 감성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는 만큼, 공간디자인 역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이제 가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공간을 기획해야 하며, 이를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공간의 미래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기술과 경험이 결합된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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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5-02-15
  • [이상진의 금융읽기①] "가치있는 금융"을 넘어 "가치있는 사회"로의 여정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금융의 사명 경제가 발전하면서 금융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었고, 금융은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자본의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금융 위기로 금융 산업의 불공정한 관행이 드러나면서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 금융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제 금융은 단순히 돈을 벌어들이는 도구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복합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금융은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이론적 탐구를 넘어, 실제적인 사례와 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답변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기에 가치를 지향하는 은행들이 연합체가 확대되는 모습과 글로벌 임팩트투자가 급격히 성장하는 현상은 관심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커뮤니티 개발 금융 기관(CDFI)은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와 금융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기회를 확대했는데, 금융의 힘을 활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지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한 좋은 사례이다. "가치있는 금융"을 넘어 "가치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여정은 단순히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금융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탐색을 요구한다. 금융산업 내부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 시민 사회의 공동 노력을 통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재정립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요구다. 금융을 통한 가치의 새로운 지평 첫째,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투자는 기업들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녹색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태양광 에너지 같은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신규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가져온다. 이러한 활동은 금융이 단순한 이윤 창출의 수단이 아닌,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금융 기술(FinTech)의 발전은 금융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블록체인, 인공지능 기반의 금융 서비스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이 도달하지 못한 지역과 사람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포용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가령,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며, 이는 경제 활동의 활성화와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이는 금융이 단지 소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사회혁신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금융의 역할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혁신기업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임팩트금융)은 금융 자본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금융은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과 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마이크로파이낸싱은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금융 서비스이다. 이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농민들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를 증진시킨다.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가치창출의 길 가치있는 사회로의 여정은 공공, 기업, 시민 모두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공공은 지원과 규제를 통해 금융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 활동을 통해 이익과 가치 창출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시민들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및 투자를 통해 이러한 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 여정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 추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향한 협력이 필요하다. "가치있는 금융"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가치있는 사회"의 실현이다. 이는 곧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금융을 통한 사회 전반의 변화와 진보로 나아가는 길을 의미한다. 이제 "가치있는 금융"을 넘어 "가치있는 사회"로의 여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길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의 힘을 사회적 가치 증진에 활용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와 관련된 사례와 전략을 소개하면서,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의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는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하였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면서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하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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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2024-04-10
  • [김유임 칼럼] 저출생 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 10년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➂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사회적 이슈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 다가서고 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 왔지만, 여전히 출생률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저출생 문제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마치 현대 사회의 거울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성찰하는 일과 같습니다. 특히, '저출생분야 K-ESG 평가기준'의 제도화는 기업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다. 기업들이 저출생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단순한 사회적 기여를 넘어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젊은 세대가 안정적인 근로 환경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기반 확대와 더불어 효율적인 인재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저출생 ESG 평가기준을 보다 실효성 있게 적용하고, 이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기업의 노력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평가기준의 적용과 평가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과 국민 사이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시 ESG 평가기준으로 저출생 분야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ESG‘에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정책은 ‘S‘, 즉 사회(Social) 영역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업이나 정부는 이 에 대한 세부적인 사회적 및 경제적 지원과 제도를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임금 구조의 변화를 관리 예측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사회적 및 경제적 안정성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S분야의 평가 기준 요인으로는 저출생 정책인 직장내 어린이집 설치 유무, 출산시 부모육아휴직 사용률, 출산 지원금 규모, 근로시간단축 사용률, 육아휴직 사용시 승진연한에 포함, 남녀임금격차지수, 사내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 정책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레벨이나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보고서로 작성할 수 있다. 기업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누어 저출생 ESG 평가기준 보고서를 분리하고 비교하여 노동부, 지방노동청,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홍보하며. 이를 통해 국민들이 소비, 구매에 영향을 주고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도록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저출생 정책이 의미를 갖고 실제 출생률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대부분이 일하고 있는 현장인 기업에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이나 현금지원이 해당되는 대상 전원에게 지원되어야 한다. 가임기의 청년들이 선택한 노동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출산으로 인한 개인적 피해가 없다는 것이 다시 학습되고 설득되어야 비로소 출생 하향 곡선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하나 더 말해두고 싶은 것은 기업의 오너들이 저출생의 국가적 문제를 기업의 문제로 적극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원에 있어서 분담이 필요하고 저출생 정책의 주요 추진 체계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ESG경영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무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법제화가 되어 평가기준을 보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출생 분야를 기준으로 포함 시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이 점차 중요해지는 현재, '저출생분야 K-ESG 평가기준'의 도입과 적용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사회 전반의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는 현재 인구의 구조상 10년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김유임 (Kim, You Im) 한국ESG위원회 저출생대책위원장이며, ESG코리아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문재인대통령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저출생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저출생과 국가경제위기를 고민하며, ESG평가분야에서 저출생과 사회적 기업경영문제를 포함하여 K-ESG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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