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➆] 마인크래프트 무비, 픽셀 속에 담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간

입력 : 2025.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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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무비』 커버 [출처=마인크래프트]


게임에서 영화로, 마인크래프트의 변신

 

최근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4천만 명에 달하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독특한 공간 개념과 무한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마인크래프트가 영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로 표현될 때, 공간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블록으로 만드는 창의적 공간

 

마인크래프트는 작은 픽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건축과 탐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이름은 "광산(Mine)"과 "만들다(Craft)"의 합성어로, 플레이어가 직접 광물을 캐고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임의 핵심적 특징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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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 커버 아트 [출처=마인크래프트]

 

이 점에서 마인크래프트는 레고(LEGO)와도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 레고 역시 사용자가 블록을 조립해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장난감이지만, 물리적 제약 속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공간이라는 무한한 영역 안에서 사용자 상상력의 자유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레고가 정해진 조립 설명서와 실재하는 물성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유도한다면, 마인크래프트는 규칙과 물리적 제약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세계를 구축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블록을 쌓고 부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이 독특한 방식 덕분에 게임은 사용자들의 창의성을 무한히 자극한다. 사용자는 정해진 스토리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와 공간을 창조하며, 이 과정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은 픽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건축을 하고 탐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던지는 질문

 

마인크래프트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블록을 조작하고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주체였다면, 영화에서는 그 능동성을 내려놓고 타인이 창조한 세계를 따라가야 한다. 자유롭게 개입하던 공간이 서사를 따라 관람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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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중인 마인크래프트와 관람중인 마인크래프트 [출처=ImageFX로 만든 이미지]

 

영화에서는 공간 그 자체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게임에서는 공간이 순간순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생성되지만, 영화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이 변하고, 등장인물의 이동과 사건을 통해 공간에 시간성이 덧입혀진다. 

 

이러한 시간적 전개는 공간에 '서사성'을 부여한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강조한 '행위(action)'와 '이야기(storytelling)'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를 획득하고,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역시, 정지된 블록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과 감정이 흐르는 시간의 차원 위에서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 공간으로 완성된다. 공간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정체성과 서사를 매개하는 적극적 주체로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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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무비』의 한 장면. 게임에서는 해가 지면 공격형 몬스터들이 출몰한다. 싸우거나 밤이 지날 때까지 안전한 곳을 만들어 숨어있어야 한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낮과 밤은 가상의 공간에 시간성을 부여하는 핵심 요소이다. [출처=마인크래프트, IMBd]

 

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픽셀화된 큐브만으로 구성된 세상 속에 큐브가 아닌 사람의 형상이 등장하면서 생기는 이질감이다. 이 점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différance)' 개념과 연결된다. 데리다는 모든 의미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다른 의미와의 차이(difference)와 완전한 의미 도달의 보류(deferment)를 통해 끊임없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큐브로 통일된 세계에서 인간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세계의 의미는 흔들리고 재정의된다. 게임 속 균질했던 세계는 영화에서 이질적인 요소를 통해 관객에게 익숙한 현실 세계와의 유사성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성찰과 질문을 제기한다. 관객은 스스로 블록을 쌓지 않더라도 블록 하나하나의 상징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질적 존재의 등장을 통해 세계의 의미를 다시 탐구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공간의 능동성과 서사의 수동성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몰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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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무비』의 한 장면. 마인크래프트 세계의 주민은 모두 네모난 큐브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넘어간 주인공들은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인해 ‘동글이’ 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다. [출처=마인크래프트, IMDb]

 

현실과 가상 사이를 연결하는 전이 공간의 의미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는 현실 세계와 마인크래프트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로 '지배의 오브’와 ‘대지 수정’이'라는 열쇠와 그것의 결합을 통해 열리는 '포털'이 등장한다. 이 설정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굴이나 거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설정을 연상시킨다. 열쇠와 문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전이 공간(transition space)'을 열어주는 매개체다.

 

철학적으로 볼 때, 열쇠와 문은 "존재의 경계"를 넘는 행위를 상징한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 존재를 '세계-내-존재'로 규정하며, 존재란 항상 세계 안에서 열리고, 그 경계를 인식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 속 포털은 기존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의미 체계와 경험이 열리는 공간적, 존재론적 '틈'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이 공간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시간과 공간, 정체성의 전환을 의미한다. 관객은 포털을 통과함으로써 일상적 현실로부터 떨어져 나와, 규칙과 질서가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는 마인크래프트의 세계가 단순히 픽셀 블록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내-존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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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등장하는 포털. 주인공들은 포털을 통해 현실세계와 마인크래프트의 세계로 이동한다. [출처=마인크래프트 무비 공식홈페이지]

 

블록이 주는 공간 디자인의 영감, 픽셀로 그려지는 공간의 미래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간단한 픽셀 블록으로도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실의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도 점차 디지털 기술과 가상현실이 접목되는 오늘날, 마인크래프트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 디자인 방식은 많은 영감을 준다. 블록 형태의 단순함이 가진 창의적 가능성은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마인크래프트가 게임을 넘어 영화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공간 개념은 더욱 넓고 깊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마인크래프트는 우리에게 가상공간이 단지 현실의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탐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 가상공간의 발전과 함께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콘텐츠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공간 경험을 변화시킬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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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무비』 속 세상 전경 [출처=마인크래프트 무비 공식홈페이지]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헌 eastlaw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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