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 전쟁을 두고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또,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3일 (목요일) 가자지구는 또 다시 피로 물들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총격으로 단 이틀 만에 94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이들 중 절반 가까운 45명은 단지 굶주림을 피하려 식량 배급소로 향하던 길에 있었을 뿐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병원 시체 안치실에서 자녀의 시신을 끌어안은 어머니의 울음, 공습에 무너진 텐트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죽어간 형제들, 그리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모인 피난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이 모든 참상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가자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 텐트촌에 떨어진 폭탄은 한 가족의 생명을 단숨에 앗아갔다. 최소 13명이 숨졌고, 그 중 6명은 12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었다. 나세르 병원 영안실 바닥에는 담요에 싸인 시신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고, 어머니는 죽은 딸의 이마에 마지막 입맞춤을 건넸다. 이는 단지 한 사건이 아니다. 가자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참극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겨냥한 정밀 타격을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그와 다르다.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 기아를 전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집단 학살의 일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P통신 역시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민간 배급 시스템(GHF)이 되려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배급소로 가는 길에 총격이 가해져 5명이 사망했고 유엔 식량 트럭을 기다리던 사람들 중 40명이 포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유엔 구호 물자를 빼돌린다”고 주장하며 유엔 인도주의 네트워크를 배제하고 GHF라는 민간 단체를 통해 지원 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과 여러 인도주의 단체는 GHF가 충분한 양의 식량을 공급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전쟁 전략에 편입되어 민간인들을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해외 언론도 그 고통을 조명하고 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이 같은 구조를 “인도적 지원을 위장한 학살”이라고 지칭했고, 르몽드(Le Monde)는 “가자지구는 지금 인간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고 전했다. UNRWA, WHO, 국경 없는 의사회(MSF) 등은 현재 가자지구를 “21세기 최악의 인도재난 지역”으로 규정하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 속에서도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실낱같은 희망을 남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60일간의 조건부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혔고, 하마스 역시 종전을 향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57,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가자 주민의 90%가 피난을 경험한 지금, 그 어떤 협상도 상처를 되돌릴 수는 없다.
전쟁의 시작은 하마스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지속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봉쇄, 그리고 국제사회의 이중잣대 속에서 벌어진다. 종교 간의 분쟁이 아닌, 국가 권력과 지정학적 전략이 얽힌 이 전쟁의 한복판에는 무고한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동이 쓰러지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을 두고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또,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무너진 병원, 불타버린 학교, 굶주린 아이들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이 전쟁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해답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선언이다. 세계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전쟁의 즉각적 종식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시급한 응답이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㉛ CP 등급평가 현장·대면평가 대응: 심사위원의 질의를 압도하는 실증 전략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등급평가의 서류 심사를 통과한 기업 앞에 ...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