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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현상으로 죽어가던 산호, 건강한 산호와 접촉하자 다시 살아났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11.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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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 공생조류 이동 통한 산호 회복 과정 실험으로 확인
  • 짧은 접촉 후에도 회복 지속,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산호초 복원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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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산호와 접촉한 백화 산호의 회복 과정. 실험 시작 당시(왼쪽) 하얗게 변했던 산호가 9주 후(오른쪽) 공생조류를 회복하면서 본래의 색을 되찾은 모습. [사진=Science Magazine X, Danny Collins]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세계 곳곳의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 산호가 본래의 색을 잃는 백화현상은 해양 생태계가 직면한 대표적인 위기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건강한 산호와 손상된 산호가 잠시 맞닿는 것만으로도 백화된 산호의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건강한 산호와 백화된 산호를 직접 접촉시키는 실험을 통해 산호 내부의 공생조류가 이동하고, 이를 전달받은 산호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도 11월 2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이번 연구를 소개하며, 건강한 산호와 백화된 산호 사이의 짧은 물리적 접촉이 공생조류를 전달해 손상된 산호의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산호는 겉보기에는 식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동물들이 모여 살아가는 생물이다. 산호 조직 안에는 광합성을 하는 미세한 공생조류가 살고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영양분은 산호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바닷물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등 환경적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산호와 공생조류의 관계가 깨질 수 있다. 산호가 공생조류를 잃거나 조류의 색소가 감소하면 내부의 흰 골격이 비쳐 보이면서 산호가 하얗게 변한다. 이것이 산호 백화현상이다.


백화된 산호가 곧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 개선되고 공생조류가 다시 자리 잡으면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공생조류가 충분히 돌아오지 못하거나 고수온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산호는 영양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폐사할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산호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에서 찾았다.


이번 연구는 스탠퍼드대 홉킨스 해양연구소의 대니얼 콜린스(Daniel S. Collins) 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포실로포라 다미코르니스(Pocillopora damicornis)라는 산호 종을 대상으로 건강한 산호 조각과 백화된 산호 조각을 짝지어 실험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산호에서 얻은 건강한 조각과 백화된 조각을 직접 맞닿게 한 실험군과, 서로 몇 밀리미터 떨어뜨려 놓은 비교군을 관찰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직접 접촉한 산호에서는 건강한 산호의 공생조류가 백화된 산호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얗게 변했던 조직에 다시 색이 돌아왔다. 직접 접촉한 산호 조각 5개는 모두 8주 이내에 회복했다.


반면 건강한 산호와 불과 5~7㎜ 떨어져 있던 백화 산호 조각 5개는 회복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조류가 표면을 뒤덮었고, 결국 조직 손상과 폐사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두 산호가 맞닿는 과정에서 조직이 서로 융합하면서 공생조류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건강한 산호에 있던 공생조류가 이 통로를 통해 백화된 산호로 이동하고, 이후 손상된 산호 내부에서 증식하면서 회복을 이끄는 방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건강한 산호와 계속 붙어 있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접촉 기간을 달리하는 추가 실험을 통해 일주일 정도 접촉한 산호가 분리된 뒤에도 스스로 회복을 이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더 짧은 접촉만으로도 공생조류의 이동과 초기 회복 징후가 관찰됐다.


공생조류의 증식 속도도 빨랐다. 연구진에 따르면 회복 초기 산호 내부의 공생조류는 약 4일마다 개체 수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는 자연 상태에서 관찰되는 일반적인 회복 속도보다 최대 10배 빠른 수준이다.


이번 연구는 백화된 산호를 회복시키기 위해 반드시 오랜 기간 외부에서 공생조류를 공급해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건강한 산호가 초기 회복에 필요한 공생조류를 전달하면 이후에는 손상된 산호 내부에서 조류가 증식하며 회복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산호가 서로 접촉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조직이 안정적으로 융합하고 충분한 공생조류가 이동하려면 두 산호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에서 유래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전적으로 다른 산호 조각을 접촉시켰을 때는 같은 방식의 회복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공생조류 이동은 관찰됐지만 손상된 산호 전체를 회복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는 실제 바다에서 서로 다른 산호를 단순히 붙여 놓는 방식만으로 백화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연 상태의 산호초는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체들로 이뤄져 있어 실험실에서 확인된 조건을 대규모 해양 복원에 적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발견은 산호초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건강한 산호에서 유익한 공생조류를 확보해 손상된 산호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에 참여한 스탠퍼드대 피오렌차 미켈리(Fiorenza Micheli) 교수는 이번 발견이 산호의 자연적인 회복 과정을 이해하고 산호초 복원을 앞당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호초는 바다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이자 먹이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안 지역에서는 파도의 에너지를 줄여 해안선을 보호하고, 어업과 관광산업을 뒷받침하는 생태적·경제적 기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해양 열파가 빈번해지면서 산호초의 생존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산호초가 반복적인 고수온에 노출되면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다시 백화현상을 겪을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 자체를 해결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이미 손상된 산호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생물학적 경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연구진 역시 이번 성과가 실험실의 작은 산호 조각을 대상으로 확인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해양 환경에서도 같은 방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다양한 산호 종에 적용할 수 있는지, 회복된 산호가 이후의 고수온에도 생존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산호초를 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해수온 상승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해양 생태계에 가해지는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건강한 산호가 손상된 산호에 회복의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번 발견은 자연이 가진 복원 능력을 새롭게 보여준다. 작은 산호 조각 사이에서 확인된 공생조류의 이동이 앞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해양 생태계 복원 연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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