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저대 연구팀, 대장암 세포배양 실험에서 48시간 내 세포사멸 효과 확인
- 백혈병·췌장암에서도 가능성 탐색, 인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아
길가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가 암 치료 연구의 소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들레 뿌리에서 얻은 추출물이 실험실에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했다는 과거 연구 결과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재조명되면서이다. 다만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는 세포배양과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암 환자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학 정보 계정 '스마트 사이언스(Smart Science)'는 11월 1일 오후 X에 캐나다 연구진이 민들레 뿌리 추출물의 항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게시물은 해당 추출물이 48시간 만에 암세포의 최대 95%를 파괴할 수 있으며,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된 연구는 캐나다 윈저대학교 연구팀이 2016년 국제학술지 『온코타깃(Oncotarget)』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 제목은 '민들레 뿌리 추출물이 다양한 세포사멸 신호경로를 활성화해 대장암 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미치는 영향(Dandelion root extract affects colorectal cancer proliferation and survival through the activation of multiple death signalling pathways)'이다.
연구팀은 민들레 뿌리에서 얻은 수용성 추출물을 대장암 세포에 처리하고 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특정 실험 조건에서 48시간 이내에 대장암 세포의 95% 이상에서 프로그램된 세포사멸이 유도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프로그램된 세포사멸은 세포가 내부의 생물학적 신호에 따라 스스로 죽는 과정이다. 우리 몸은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지만, 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사멸 과정을 회피하며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민들레 뿌리 추출물이 암세포 내부의 여러 세포사멸 신호경로를 활성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상태와 관계없이 실험에 사용된 대장암 세포에서 사멸 효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정상 대장 상피세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암세포와 비교해 독성이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민들레 뿌리 추출물이 정상세포와 암세포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사람의 대장암 세포를 이식한 생쥐에게 민들레 뿌리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결과, 종양 성장이 대조군에 비해 크게 억제됐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사람의 암을 치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물실험에서 종양의 성장 속도가 감소한 결과와 실제 암 환자의 생존율이 개선되는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민들레 뿌리 추출물에 대한 연구는 대장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윈저대학교 연구진은 앞서 백혈병과 췌장암 세포를 대상으로도 추출물이 세포사멸을 유도할 가능성을 살펴봤다.
201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특정 백혈병 세포에서 세포사멸이 유도되는 현상이 관찰됐으며, 췌장암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세포사멸과 자가포식 등 세포 내부의 변화가 보고됐다.
그러나 암의 종류와 세포 특성, 추출물의 농도, 처리 시간에 따라 결과는 달랐다. 따라서 대장암 세포에서 관찰된 '48시간 내 95% 이상'이라는 수치를 백혈병이나 췌장암을 포함한 모든 암에 적용할 수는 없다.
특히 SNS 게시물에서 강조한 '건강한 조직은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표현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정상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독성이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인체의 모든 정상 조직에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체에서는 추출물이 소화·흡수되는 과정에서 성분이 달라질 수 있으며, 간과 신장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암세포에 직접 처리한 농도를 실제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는 해외 언론의 검증 보도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미국 USA투데이는 2021년 민들레 뿌리 추출물이 단기간에 암세포를 제거한다는 온라인 주장을 검증하면서,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가 사람의 몸이 아닌 실험실의 세포배양 조건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윈저대학교의 시야람 판데이 교수도 실험실에서 48시간 안에 많은 암세포가 죽었다는 사실이 민들레 뿌리를 섭취한 환자가 48시간 만에 완치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호주 AAP통신도 2025년 팩트체크 보도를 통해 민들레차가 백혈병 세포의 대부분을 48시간 만에 제거한다는 주장은 연구 내용을 잘못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험에 사용된 것은 일반적인 민들레차가 아니라 일정한 조건에서 제조한 뿌리 추출물이었으며, 해당 수치는 백혈병이 아닌 대장암 세포 연구에서 나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이 검토한 추출물과 일상적으로 마시는 민들레차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식물의 종류와 재배 환경, 추출 방법, 유효성분의 농도에 따라 성분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는 민들레의 인체 건강 효과에 관한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며, 특정 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민들레는 일반적인 식품 섭취량에서는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농축 추출물이나 보충제 형태로 복용할 때는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검증되지 않은 추출물을 임의로 복용하거나 기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연에서 얻은 성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약품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의 과학적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의약품이 자연에서 발견한 물질이나 그 구조를 바탕으로 개발돼 왔으며, 식물 유래 성분의 생물학적 작용을 분석하는 연구는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을 찾는 중요한 과정이다.
민들레 뿌리 추출물 역시 여러 성분이 함께 작용해 암세포의 생존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려면 유효성분의 규명과 작용기전 분석, 독성 평가, 적정 용량 설정, 임상시험 등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연구만으로 민들레 뿌리 추출물이 사람의 암을 치료하거나 기존 항암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없다.
이번에 다시 주목받은 캐나다 연구는 익숙한 식물에서도 새로운 의학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실험실에서 확인된 성과가 실제 환자의 치료로 이어지기까지는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민들레 뿌리 추출물이 미래의 항암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지는 앞으로의 연구 결과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이미 입증된 의학적 사실을 구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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