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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9.0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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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을 위한 땅을 지키고, 지역의 농업 자산을 관광과 연결한 지속가능한 지역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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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패치워크 로드 , 오른쪽 팜 토미타 [사진=ESG코리아뉴스]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타’는 관광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곳이 아니다. 하나는 지금도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밭이고, 다른 하나는 라벤더를 비롯한 꽃과 농작물을 재배해 온 농장이다.


두 곳의 풍경은 농업에서 시작됐다. 농민들이 땅을 일구고 작물을 재배해 온 시간이 관광객이 찾는 지역의 풍경이 됐고, 관광객이 늘어난 뒤에는 다시 농업과 주민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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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 경관 [사진=ESG코리아뉴스]

 

농사를 짓다 만들어진 ‘패치워크’ 풍경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는 이름처럼 여러 조각의 밭이 이어진 듯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경관은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비에이의 구릉지는 밀과 감자, 콩, 사탕무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실제 농지다. 특히 농민들이 같은 작물을 한곳에 계속 심지 않고 작물을 바꾸어 재배하는 윤작을 이어가면서 해마다 밭의 색과 모습이 달라진다. 여름에는 밀밭이 초록에서 황금빛으로 변하고, 다른 밭에서는 서로 다른 작물이 자라면서 구릉 전체가 마치 조각보처럼 보인다.


비에이의 아름다운 농촌 경관은 광고와 사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1972년에는 켄과 메리의 나무가 닛산 스카이라인 광고에 등장했고, 1976년에는 세븐스타 나무가 담배 ‘세븐스타’ 패키지에 사용되면서 유명 관광지가 됐다. 지금도 이 일대의 나무와 구릉은 대표적인 사진 명소로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은 농민들에게는 매일 일해야 하는 생산 현장이다. 대부분의 구릉지가 사유 농지인 만큼 관광객이 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거나 차량을 도로에 세우는 행동은 농작물과 농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에이 관광협회는 농지에 들어갈 경우 신발에 묻은 세균이나 작은 병원체가 토양으로 유입돼 작물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출입 자제를 안내하고 있다. 농지에 들어가지 않고 포장도로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광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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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 경관 [사진=ESG코리아뉴스]

 

관광객이 늘면서 생긴 새로운 과제

 

관광객 증가가 농촌 경관에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에이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농지에 들어가는 행위와 차량 정체, 농기계 이동 방해 등이 실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븐스타 나무 주변의 자작나무 벌목이다. 2025년 1월 현지 주민 측은 관광객의 농지 무단출입과 교통 혼잡 등의 문제를 배경으로 세븐스타 나무 주변의 자작나무 약 40그루를 베어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이 오히려 그 풍경을 유지해 온 농촌의 생활과 충돌하게 된 사례다. 


이에 비에이 지역에서는 관광객에게 농지 출입 금지와 주정차 금지 등의 규칙을 안내하고, 농업용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광수칙을 알리고 있다. 관광객에게 농촌 경관을 보여주는 것과 농민의 생산 활동을 보호하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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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타 경관 [사진=ESG코리아뉴스]

 

사라질 위기의 라벤더를 새로운 농업으로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타는 농업이 관광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례다.


팜 토미타의 역사는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농장주인 도미타 도쿠마가 현재의 농장 부지에 처음 농사를 시작했고, 1958년부터는 향료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라벤더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라벤더 산업은 1970년대 들어 큰 변화를 맞았다. 합성향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저렴한 수입 향료가 늘면서 라벤더 오일의 가격이 하락했고, 농가의 생산 여건도 악화됐다. 1970년 후라노 지역의 라벤더 재배 면적은 230ha 이상으로 정점에 달했지만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 


팜 토미타 역시 이러한 위기를 겪었지만 라벤더 재배를 이어갔다. 특히 1976년 농장의 라벤더밭이 일본국철 달력에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농장은 라벤더를 원료로만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오일을 추출하고 향수와 비누 등을 개발하는 등 농업과 가공·관광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현재 팜 토미타에는 라벤더뿐 아니라 계절별 꽃을 볼 수 있는 13곳의 꽃밭이 마련돼 있다. 라벤더를 비롯한 농업 생산물을 재배하고 이를 가공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농장의 생산 활동과 관광을 함께 이어가는 구조다. 입장료 없이 꽃밭을 개방하고 자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팜 토미타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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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타 경관 [사진=ESG코리아뉴스]

 

농업을 지키는 것이 곧 경관을 지키는 일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의 공통점은 관광을 위해 농업을 새롭게 꾸민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비에이의 풍경은 농민들이 밭을 일구고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팜 토미타의 꽃밭 역시 농장에서 재배해 온 라벤더와 꽃을 기반으로 관광과 상품으로 확장됐다.


결국 이곳에서 관광자원의 출발점은 농업이다. 농업이 계속될 수 있어야 경관도 유지될 수 있고, 관광객이 찾는 풍경도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농촌관광은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광객이 찾는 공간에서 농민의 생산 활동을 보호하고, 기존 농업 자산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지역의 생활과 관광이 함께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홋카이도의 두 농촌 지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농업을 관광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지키면서 관광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는 그 답을 새로운 개발이 아닌, 이미 지역에 존재해 온 농업과 경관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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