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억 톤 넘는 음식물 버려져,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 차지
- 음식물 쓰레기 예방에 1달러 투자하면 가계 84달러·도시 8달러 절감 효과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면서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과 식량 불안정까지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1월 1일 오후 공식 X를 통해 음식물 손실과 폐기로 세계 경제가 매년 약 1조 달러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UNEP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자원을 절약하는 동시에 정부와 가계의 경제적 부담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UNEP가 공개한 자료에는 음식물 쓰레기 예방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가계에서는 84달러, 도시에서는 8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음식물 쓰레기 감축이 환경보호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치 있는 투자라는 의미다.
음식물 낭비의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UNEP가 영국의 환경단체 WRAP과 공동 발간한 '2024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 2024)'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가정과 음식 서비스업, 소매업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약 10억 5천만 톤으로 추산됐다. 이는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전체 식품의 약 19%에 해당한다.
한 사람당 연간 약 132㎏의 음식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가정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약 6억 3,100만 톤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음식 서비스업에서는 약 2억 9천만 톤, 소매업에서는 약 1억 3,100만 톤이 발생했다.
특히 전 세계 가정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은 최소 10억 끼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충분히 소비할 수 있었던 식품이 폐기되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음식물 쓰레기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폐기는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 항공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음식물이 버려질 때는 식품 자체뿐 아니라 생산에 사용된 토지와 물, 에너지, 노동력도 함께 낭비된다.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한 비료와 연료, 가공과 냉장·운송에 투입된 에너지까지 고려하면 음식물 낭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버려진 음식물이 매립지에서 분해되는 과정도 문제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은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단기간에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효과가 훨씬 강한 물질이다.
이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비교적 빠르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기후 대응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UNEP는 올해 3월 30일 세계 제로웨이스트의 날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감축이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효율성 개선, 식량안보 강화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UNEP가 소개한 분석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예방에 투자한 1달러당 도시에서는 8달러, 가계에서는 84달러의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도시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수거와 운반,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가정에서는 불필요한 식품 구매와 폐기를 줄여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특정 감축 활동의 경제적 편익을 보여주는 것으로, 모든 지역과 가정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위한 기술과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유엔뉴스가 지난 9월 29일 세계 음식물 손실·폐기 인식의 날을 맞아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케냐 나이로비 인근의 한 농업협동조합은 냉장 보관시설과 냉장 운송장비를 도입하기 전 수확한 농산물의 최대 40%를 유통 과정에서 잃고 있었다.
적절한 저장시설과 운송체계를 갖추는 것은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유통 과정의 손실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특히 고온과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에서는 식품 저장과 운송 기반시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감축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UNEP가 지원한 13개 호텔의 시범사업에서는 AI 도구를 활용해 버려지는 음식의 양을 측정하고 구매 및 조리량을 조정한 결과, 4개월 만에 고객이 남긴 조식 음식물 쓰레기를 62%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단순히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버려지는지 측정해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UNEP는 올해 3월 공개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지구를 보호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통해 계획적인 장보기와 적정량 조리, 올바른 식품 보관, 식품 날짜 표시의 정확한 이해, 모양이 고르지 않은 농산물 구매, 남는 음식 나눔, 불가피하게 발생한 음식물의 퇴비화 등을 제안했다.
식품을 구매하기 전에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를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먹고 남은 음식은 안전하게 보관해 다른 식사에 활용하고,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을 외형만으로 판단해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식품의 날짜 표시는 국가와 제품에 따라 의미가 다르므로 품질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구분하고, 식품의 보관 상태와 안전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주요 환경 과제로 다루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2.3은 2030년까지 소매와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UNEP와 협력기관들은 2025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계기로 '음식물 쓰레기 감축 이니셔티브(Food Waste Breakthrough)'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각국 정부와 도시, 기업이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개인의 절약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생산과 유통 과정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반시설 투자, 식품기업의 재고 관리, 음식점과 급식시설의 조리량 조절, 지방정부의 폐기물 관리체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UNEP가 이번에 다시 강조한 연간 1조 달러의 손실은 음식물 낭비가 단순히 버려지는 식품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산에 투입된 자원과 에너지, 처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환경보호와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과제다.
기후변화와 식량 불안정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미 생산된 식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지속 가능한 식량체계를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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