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마을서 연탄 4,150장 전달…‘더 낮은 곳으로, 코리아 커뮤니티’ 위원들도 동참
- 월소득 50만 원 미만 어르신들, 연탄 난방비만 15만 원 이상 부담
- 연탄은행, 지난해보다 세 배 늘어난 1,500만 장 나눔 목표…기업·시민사회 연대 확대
한 달 소득이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르신이 겨울철 난방을 위해 매달 15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면 어떨까. 소득의 30% 이상을 난방비로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서울의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이러한 에너지 빈곤이 여전히 현실의 문제로 남아 있다.
서울연탄은행은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1500만 장, 함께 만드는 생명의 온기’를 슬로건으로 ‘2026~2027 연탄나눔 재개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동절기 연탄나눔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원봉사자와 사회 각계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여해 개미마을 연탄사용 가구에 총 4,15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사회공헌 커뮤니티인 ‘더 낮은 곳으로, 코리아 커뮤니티’ 위원들도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기념식이 끝난 뒤 가파른 골목길과 계단에 길게 줄을 서서 연탄을 집집마다 날랐다. 한 장에 약 3.65㎏에 달하는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옮기며 겨울을 앞둔 이웃들의 난방 준비를 도왔다.
연탄나눔을 모두 마친 참가자들은 대형 현수막에 서명과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1500만 온기서약’에 동참했다. 자신이 받은 온기를 또 다른 이웃에게 전하고, 전국 연탄사용 가구를 위한 나눔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이날 행사에는 연탄은행 홍보대사인 배우 정애리,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 강정애 전 국가보훈부 장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기업과 단체의 후원도 이어졌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연탄 6만 장을 후원했으며, 한신우동은 연탄 1,000장을 후원하고 우동 200인분을 준비하며 나눔에 힘을 보탰다.
연탄사용 가구 823만 가구에서 6만 가구로 급감...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필수 난방 수단
연탄은 과거 대한민국 서민들의 대표적인 난방 수단이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함께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가 보편화하면서 연탄 사용 가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연탄 사용 가구 통계에 따르면 1988년 전체 가구의 77.8%에 해당하는 823만4천 가구가 연탄을 사용했으나, 2006년에는 27만 가구로 줄었다. 이후 2019년 10만 가구, 2023년 7만4천여 가구, 2025년에는 5만9천여 가구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연탄 사용 가구가 줄었다고 해서 연탄의 필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쪽방촌과 판자촌, 달동네, 반지하, 무허가주택 등에 거주하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에게 연탄은 여전히 겨울철 주요 난방 수단이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2025년 전국 연탄사용가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연탄사용 가구는 약 6만 가구다. 이들은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약 7개월 동안 난방이 필요하며, 가구당 한 달에 150~250장의 연탄을 사용해야 추위를 견딜 수 있다.
월소득 50만 원 미만, 난방비만 30% 이상…에너지 빈곤의 현실
허기복 밥상공동체복지재단 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유럽의 에너지 빈곤 기준을 언급하며 개미마을 어르신들이 처한 난방 현실을 설명했다.
허 대표는 "유럽에서는 월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를 에너지 빈곤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활용돼 왔다"고 소개하면서, "개미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한 달 총소득은 50만 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탄을 한 달에 150장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장당 1,000원 기준 15만 원이 필요하다. 월소득이 50만 원이라면 전체 소득의 30%에 해당하며, 실제 소득이 이보다 적다면 부담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조금 더 넉넉하게 난방하거나 배달비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연탄 150장을 장당 1,500원에 구입하면 한 달에 22만5천 원, 250장을 사용하면 37만5천 원이 필요하다. 월소득 5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45%, 7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난방비를 지출하고 나면 식비와 의료비 등 기본적인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연탄을 충분히 구입하지 못하면 추위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연탄나눔이 단순한 연료 지원을 넘어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생활과 건강을 지키는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다.
연탄값 900원에서 1,000원으로…고지대는 배달비 포함 1,500원
연탄을 둘러싼 공급 여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 이문동 연탄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 지역에는 경기도 동두천에서 생산된 연탄이 공급되고 있다. 올해 연탄 보조금 축소와 운송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장당 900원이던 연탄 가격은 1,000원으로 올랐으며, 개미마을처럼 경사가 가파른 지역에서는 배달비를 포함해 장당 1,500원까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좁고 가파른 골목길은 연탄 배달 차량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배달에 드는 비용과 노동 부담이 커지면서 연탄을 구하고 집까지 운반하는 일 자체가 취약계층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500만 장에서 올해 1,500만 장으로…나눔 목표 세 배 확대
연탄은행은 올해 동절기 연탄나눔 목표를 지난해 500만 장의 세 배인 1,500만 장으로 확대했다.
전국 약 6만 연탄사용 가구가 한 달에 250장씩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연탄은 한 달에만 1,500만 장에 달한다. 올해 연탄은행이 내건 목표는 전국 연탄사용 가구의 한 달분 수요에 해당하는 규모다.
허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목표를 세 배로 늘린 배경을 설명하며, 연탄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현실이 그만큼 절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6만 가구의 겨울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며 시민과 기업, 단체의 지속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연탄나눔 활동을 마친 뒤에는 한신우동이 후원한 푸드트럭에서 따뜻한 우동이 제공됐다. 가파른 골목을 오르내리며 연탄을 나른 봉사자들은 식사를 함께하며 이날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탄은행은 이번 재개식을 시작으로 전국 연탄사용 가구를 위한 동절기 나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허 대표는 이날 연탄을 나르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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