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4일 6부작 팟캐스트 공개…볼드윈·모리슨·매카시 등 자신의 세계관 형성한 문학 작품 조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권의 책이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새로운 팟캐스트 ‘버락 오바마가 쓴 훌륭한 책(A Great Book with Barack Obama)’를 소개하며 독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책 한 권을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독서가 줄 수 있는 기쁨과 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책들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고 밝혔다.
새 프로그램은 오바마 부부가 설립한 미디어 제작사 Higher Ground(하이얼 그라운드)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Audible(오디어블)이 함께 제작한다. 총 6편으로 구성되며 오는 9월 24일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오바마가 선택한 책들은 최근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쳤던 작품들을 다시 읽고 그 의미를 돌아보는 방식이다.
선정된 여섯 작품은 제임스 볼드윈의 『The Fire Next Time(다음번 불)』, 토니 모리슨의 『Song of Solomon(솔로몬의 노래)』, 코맥 매카시의 『All the Pretty Horses(모든 아름다운 말들)』, 메릴린 로빈슨의 『Gilead(길르앗)』, 존 르 카레의 『Tinker Tailor Soldier Spy(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로버트 펜 워런의 『All the King's Men(모든 왕의 사람들)』이다. 메릴린 로빈슨의 작품을 제외하면 모두 20세기에 출간된 책들이다.
오바마는 이 책들이 젊은 시절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면서 가족과 신앙, 인종, 정치 그리고 미국이라는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The Fire Next Time(다음번 불)』의 저자 제임스 볼드윈은 미국의 인종 문제와 정체성을 깊이 탐구한 작가다. 토니 모리슨 역시 미국 흑인의 역사와 기억, 가족과 공동체를 문학적으로 탐구했으며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코맥 매카시의 『All the Pretty Horses(모든 아름다운 말들)』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성장과 상실을 다루며, 메릴린 로빈슨의 『Gilead(길르앗)』는 가족과 신앙, 죽음과 용서 등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존 르 카레의 『Tinker Tailor Soldier Spy(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냉전시대 정보기관을 배경으로 충성과 배신을 다루고, 로버트 펜 워런의 『All the King's Men(모든 왕의 사람들)』은 정치와 권력, 도덕적 책임을 탐구한다.
오바마는 프로그램에 여러 인물을 초대해 이 책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와 문학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각 에피소드에 참여할 게스트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바마가 오랫동안 이어온 독서 활동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자신이 읽은 책을 꾸준히 공개해왔고, 퇴임 이후에도 여름과 연말 등에 추천 도서 목록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책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 책 한 권 한 권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팟캐스트 발표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미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독서 습관의 변화다.
지난 6월 CBS뉴스와 유고브가 미국 성인 2,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10년 전보다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독서량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절반가량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비슷한 비율이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30세 미만에서 독서 대신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책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10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75%가 지난 1년 동안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을 포함해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일부라도 읽거나 들었다고 답했다. 종이책을 읽은 사람은 64%, 전자책은 31%, 오디오북은 26%였다.
두 조사 결과를 함께 보면 책을 접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책에 집중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가 이번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책 한 권을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디지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것과 한 권의 책을 따라가며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다. 오바마가 새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인 동시에 타인의 삶과 생각을 긴 시간 따라가게 한다. 때로는 자신과 전혀 다른 시대와 인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의심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오바마는 “이 책들이 왜 여전히 울림을 주는지, 우리가 자신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문학이 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친구들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빠르고 짧은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오바마가 다시 선택한 것은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 일이었다. 그의 새로운 팟캐스트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 권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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