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이 됐다. 특히 냉방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주거취약지역의 어르신과 취약계층에게 폭염은 더욱 가혹하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누구나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기후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ESG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출범한 밥상공동체 서울연탄은행 사회공헌 위원회 ‘더 낮은 곳으로, 코리아 커뮤니티’가 「폭염 대비 냉방키트 나눔 봉사」를 오늘 8월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에서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기상청과 카카오가 기부한 냉방키트와 농심에서 기부한 생수를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서초구 한복판의 ‘기후취약지역’
전원마을은 남태령을 넘어가기 전 방배동에 자리한 비닐하우스촌으로, 약 70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겨울에는 연탄에 의지해 추위를 견뎌야 하는 주거취약지역이다. 여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위험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이곳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폭염을 견디는 조건은 결코 같지 않다. 냉방기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단열이 잘된 주택과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 사이에는 폭염을 견딜 수 있는 능력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기후변화는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피해는 결코 공평하지 않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먼저 놓인다. 그래서 폭염 대응은 기상재해를 막는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ESG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이번 냉방키트와 생수 나눔은 작은 봉사처럼 보이지만 ESG의 관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기업과 기관이 환경(Environment)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ES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사회(Social)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상정보를 생산하는 기상청이 폭염이라는 기후재난에 대응해 취약계층 지원에 동참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기상정보가 단순히 날씨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기상서비스의 사회적 가치도 더욱 커진다.
냉방키트 하나가 전하는 메시지
냉방키트 하나가 폭염이라는 거대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한 가정의 여름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 수는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거창한 탄소중립 정책만큼이나 생활 현장에서 취약한 이웃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취약계층에 대한 냉방 지원, 무더위쉼터 확대, 주거환경 개선, 폭염 예·경보와 건강관리 서비스 강화 등 보다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가장 낮은 곳을 살피는 것이 진정한 ESG다
기후위기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산불은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누가 더 크게 감당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전원마을에 전달되는 냉방키트는 단순한 물품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가 서로를 지켜야 한다는 연대의 상징이다.
ESG의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더 낮은 곳’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번 냉방키트 나눔이 폭염으로 힘든 어르신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하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에 강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BEST 뉴스
-
[윤재은 칼럼] ‘한 채라도 더’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그 집은 누가 살 수 있는가
▲ 윤재은 국민대 명예교수가 인천 운서동에 설계한 2층 목조 주택으로 총 공사금액 2억원에 건축주가 직접공사해 완공한 60평의 주택이다. 약 30평의 1층은 부모세대가 살고, 약 30평의 2층은 아들 세대가 사는 주택으로 2~3억대로 청년, 신혼부부, 서민들이 거주가능한 한국형 주거 모델...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①] ISO 53001 지속가능발전목표경영시스템 국제표준 공개에 왜 관심이 높을까?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글로벌 원청사의 에코바디스(EcoVadis), 이크래더블 SH평가, RBA 평가 요구가 국내 산업 현장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⑫]엘니뇨가 흔드는 밥상, ESG와 식량안보에서 답을 찾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엘니뇨가 흔드는 밥상, ESG와 식량안보에서 답을 찿다 [사진=Ai, 남재철] 우리는 경제를 이야기할 때 금리와 환율, 유가와 주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도 빼놓을 수 없는 경제 변수가 됐다. 적도 태평양에서...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②] 중소기업, 위험성 평가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강화로 인식해야 한다.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서정태, Ai]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위험성 평가 인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안전보건 관리 책임 강화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5인 이...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사진=남재철, Ai]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한 지역에서 ...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 서울연탄은행 사회공헌 위원회 ‘더 낮은 곳으로, 코리아 커뮤니티’ 봉사자 [사진=서울연탄은행 제공]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이 됐다. 특히 냉방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
오피니언
more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㉖ CP 도입의 5대 핵심 가치: 왜 지금 컴플라이언스 엔진을 켜야 하는가
수많은 기업을 방문해 자율준수 프로그램(CP)과 ISO 인증의 ... -
[서정태의 ESG 현장 클리닉②] 중소기업, 위험성 평가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강화로 인식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위험성 평가 인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⑭] 달콤한 초콜릿을 넘어 ESG 가치를 말하다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이렇게 깊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을...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⑬]녹아내리는 히말라야, 기후정의의 청구서를 내밀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고 있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