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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구이야기②] 파도가 빚어낸 듯한 거대한 돌구슬, 뉴질랜드 ‘모에라키 볼더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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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천만 년 전 바닷속에서 시작된 자연의 역사와 마오리족의 전설이 깃든 풍경
  • 뉴질랜드 남섬 코에코헤 해변에 흩어진 신비로운 구형 바위들

[편집자 주] ESG코리아뉴스는 지구 곳곳에 숨겨진 경이로운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하는 기획 연재 〈아름다운 지구이야기〉를 선보인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지형부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까지, 아름다운 풍경에 담긴 자연의 역사와 가치를 함께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자연의 소중함과 그 아름다움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야 할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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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남섬 오타고 지역의 코에코헤 해변(Koekohe Beach)에 자리한 '모에라키 볼더스(Moeraki Boulders)' 모습. [사진=Donovan Kelly]

 

뉴질랜드 남섬의 한적한 해변에 들어서면 조금은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모래사장 위로 거대한 돌구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듯 둥글고 매끄러운 바위들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바닷물에 반쯤 잠긴 것도 있고, 모래 위에 홀로 놓인 것도 있다.


뉴질랜드 남섬 오타고 지역의 코에코헤 해변(Koekohe Beach)에 자리한 '모에라키 볼더스(Moeraki Boulders)'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지름이 최대 약 2m에 이를 만큼 크다. 둥근 공처럼 생긴 바위들이 해변 곳곳에 자리한 모습은 마치 바다에서 거대한 돌구슬들이 밀려와 잠시 쉬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처음 이 풍경을 마주한 여행자라면 사람이 만든 조형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그러나 이 신기한 바위들은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모에라키 볼더스의 이야기는 수천만 년 전 바닷속에서 시작된다.


당시 바다 밑에 쌓인 진흙과 퇴적물 사이로 탄산칼슘을 비롯한 광물질이 스며들었다. 광물질은 주변의 퇴적물과 결합하며 서서히 단단한 덩어리를 형성했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과 같은 둥근 형태로 성장했다.


지질학에서는 이렇게 퇴적층 안에서 광물질이 모여 굳어진 덩어리를 '결핵체(concretion)'라고 부른다. 커다란 바위가 파도에 깎여 둥글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퇴적층 내부에서 점차 자라난 것이다.


모에라키 볼더스가 발견되는 퇴적층은 약 6,000만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결핵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수백만 년의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바위들은 해안 절벽과 주변 퇴적층이 파도와 바람에 깎이면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날 해변에 흩어져 있는 돌구슬들은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나 세상 밖으로 나온 셈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바위마다 표정도 다르다. 어떤 바위는 표면이 매끄럽고 둥글지만, 어떤 바위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무늬를 가지고 있다. 일부는 갈라진 틈 사이로 광물질이 채워진 독특한 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이 신비로운 바위들에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오래된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오리족의 전설에 따르면 먼 옛날 조상들이 '아라이테우루(Āraiteuru)'라는 거대한 카누를 타고 뉴질랜드 남섬으로 향하던 중 배가 난파됐다. 당시 카누에 실려 있던 음식과 바구니 등이 바닷가로 떠밀려 왔고, 그것들이 돌로 변해 오늘날의 모에라키 볼더스가 됐다는 이야기다.


해변에 놓인 둥근 바위들을 바라보면 이러한 전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바구니나 음식 덩어리를 닮은 바위들이 마치 오래전 누군가 남겨 놓은 물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과학이 바위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다면, 마오리족의 전설은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상상력을 전한다. 하나의 풍경에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모에라키 볼더스의 매력은 하루 중 언제 찾아가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물이 빠지는 썰물 때에는 모래사장 위로 바위들의 둥근 모습이 온전히 드러난다. 여행자들은 바위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독특한 표면과 크기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반대로 밀물이 시작되면 바위 사이로 파도가 밀려들고, 물결이 부딪힐 때마다 하얀 포말이 피어난다. 바닷물에 젖은 바위들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물결의 움직임에 따라 풍경도 조금씩 달라진다.


특히 해가 떠오르는 이른 아침은 모에라키 볼더스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낮게 비치는 햇살이 바위의 둥근 윤곽을 부드럽게 비추고, 잔잔한 바다 위로 아침빛이 번져간다. 파도와 돌구슬이 어우러진 이 풍경은 뉴질랜드 남섬을 대표하는 사진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모에라키 볼더스는 남섬 동해안의 오아마루(Oamaru)와 더니든(Dunedin)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썰물 시간을 맞춰 방문하면 바위들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바닷속에서 만들어진 바위들은 지금도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단단해 보이는 돌구슬도 자연의 침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표면이 갈라지거나 일부가 부서진 바위들은 이곳의 풍경이 여전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모에라키 볼더스는 단순히 특이한 바위를 구경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천만 년 전 바닷속 진흙에 묻혀 있던 작은 퇴적물은 오랜 시간을 지나 거대한 돌구슬이 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해변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특별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


뉴질랜드 코에코헤 해변에는 오늘도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간다. 그 자리에 놓인 둥근 바위들은 변함없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수천만 년 전 시작된 자연의 이야기가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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