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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⑱] 추미애 도정 100일, 경기도의 미래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 남재철
  • 입력 2026.09.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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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정, ‘오늘의 방황’을 넘어 ‘내일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 RE100·기후테크·에너지 자립, 경기도의 미래를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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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도정 100일, 경기도의 미래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사진=남재철, Ai]

 

인수위의 정책 구상이 도정의 실행전략으로 이어져야

 

지난 6월, 추미애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경기준비위원회)의 ‘에너지 순환경제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우리는 앞으로 4년간 경기도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놓고 적지 않은 시간과 고민을 쏟았다. 기후변화, RE100, 기후테크, 에너지 자립, 산업전환 등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경기도의 산업과 일자리, 민생과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의제였다.

 

인수위는 ‘공정·혁신·포용’을 민선 9기 도정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고, 6개 분과와 15개 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120대 정책과제를 마련했다. 추미애 지사 역시 인수위 종료 당시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사업을 덜어내고 민생과 일자리 등에 재원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앞둔 지금, 언론을 통해 비치는 경기도정은 재정 문제와 정치적 논쟁 등 당면 현안에 상당한 에너지가 집중된 모습이다. 최근 보도에서도 재정위기와 인사, 도의회와의 갈등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취임 초기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특히 경기도가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피한 과제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미래전략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뒤로 미룬다면 4년 후 경기도가 무엇을 남길 것인지도 불투명해진다.

 

경기 RE100을 ‘환경정책’에서 ‘산업전략’으로

 

특히 기후·에너지 분야는 새로운 도정의 성장전략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이미 경기 RE100이라는 중요한 정책 기반을 갖고 있다. 공공기관 RE100, 산업단지 RE100, 도민 RE100, 기후테크 육성 등 상당한 정책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경기도는 2026년에도 지역 특성에 맞는 RE100 선도모델을 발굴하고 재생에너지 집적과 기업 RE100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을 개별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기 미래산업 전략’으로 묶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AI 등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이 집중되어 있다. 이 산업들의 경쟁력은 앞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특히 재생에너지 전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RE100을 단순히 태양광 발전시설을 늘리는 정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를 분석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며, ESS와 분산에너지, 전력망을 연계하는 ‘경기형 에너지 자립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기후테크를 새로운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미 ‘기후테크 100’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실증→공공구매→대기업 협력→해외진출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경기경제 전략’이어야 한다

 

앞으로 경기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새로운 구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선 9기 4년의 핵심 전략을 몇 가지로 압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경기 에너지자립 4개년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도와 시·군, 공공기관, 산업단지, 농촌과 주거지역의 에너지 생산·소비 구조를 전수 분석하고 지역별 에너지 자립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RE100을 반도체와 첨단산업 경쟁력과 연결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다.

 

셋째, 기후테크를 경기도의 미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기후테크 기업을 단순 지원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경기도가 최대의 실증시장과 첫 번째 고객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기후변화 적응을 강화해야 한다. 폭염, 집중호우, 가뭄, 산불 등 기후재난은 이미 도민의 안전과 지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성, 기후데이터, AI를 활용해 도시·농업·산업단지별 위험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응하는 ‘경기도 기후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역시 현재 기후플랫폼을 통해 도시·교통·농업·폐기물·산림 등 다양한 분야의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도정의 컨트롤타워다. 좋은 정책이 있어도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으면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도지사가 직접 챙기는 기후·에너지·산업전환의 통합적인 추진체계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와 산업계, 시·군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는 구조가 필요하다.

 

추미애 도정의 출발점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단순히 전임 도정의 정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1,400만 도민이 살아가는 경기도를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시대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재정위기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만으로 도정의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을 줄일 것인가’와 함께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인수위에서 함께 고민했던 기후변화, RE100, 기후테크, 에너지 자립이라는 의제가 다시 도정의 중심에 놓이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특정 정책이나 특정 사람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앞으로 4년 뒤 경기도가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미래전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당면한 재정위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산업과 기후대응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인수위 특별위원회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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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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