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위험성 평가 인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안전보건 관리 책임 강화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5인 이상 위험성 평가 의무가 발생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장이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는 경우 산재보험료율 인하 혜택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위험성 평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위험성 평가 인증서나 보험료 절감이 아니라 산업재해 Zero 화를 통해 사람과 기업을 동시에 보호하는 안전 경영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사업주가 기계,설비, 원재료, 작업 행동 등 업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위험성을 허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지속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위험성 평가에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가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위험성 평가 결과를 근로자에게 알리는 내용도 강화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험성 평가를 담당자 혼자 서류로 작성하는 행정업무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생산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 공정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다. 따라서 경영자, 관리감독자와 현장 근로자가 함께 제조공정을 살펴보면서 끼임, 추락, 충돌, 절단, 화재, 유해화학물질 등 잠재적인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발견된 위험 요인을 어떻게 개선하느냐는 더욱 중요하다. 작업자에게 “조심해서 작업하라”고 교육하거나 경고 표지를 부착하는 관리적 대책만으로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위험한 설비나 작업 자체를 제거하거나 대체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방호 장치, 인터록(Interlock), 센서, 자동정지장치 등 공학적 개선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는 Fool Proof(실수 방지)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Fool Proof는 작업자가 순간적으로 실수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설비와 공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업자의 손이 위험구역에 들어가면 기계가 자동으로 정지하거나, 안전문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는 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인터록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작업자의 주의력에 안전을 의존하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예방적 안전관리 방식이다.
위험성 평가 인정서는 경제적인 유인도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일정한 적용 대상과 요건을 충족한 사업장이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으면 산재 예방 요율제를 통해 인정 유효기간 3년, 산재보험료율 20% 인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가 위험성 평가를 산재보험료 절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치료비나 보상비 같은 직접비용뿐 아니라 생산 중단, 납기 지연, 설비 손실, 대체인력 투입, 고객 신뢰도 하락 등 훨씬 큰 간접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한 후 비용을 지출하는 사후관리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하는 예방적 관리가 훨씬 중요한 전략이다.
안전과 생산성, 품질보증 활동도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작업장이 정리·정돈되고 위험 요인이 제거되고, 작업표준이 명확해지면 작업자는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이는 작업자의 불안과 피로를 감소시키고 작업 효율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불량 감소와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안전한 제조공장이 더 좋은 품질과 높은 생산성을 만드는 기반인 것이다.
중소기업 CEO가 가져야 할 인식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안전관리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규제 대응 업무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다. 위험성 평가 역시 인정서를 취득하고 서류를 보관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장의 근로자와 함께 위험 요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 및 유효성을 확인하는 PDCA(Plan-Do-Check-Act) 기반의 지속적인 개선활동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결국 위험성 평가의 최종 목적은 ‘위험성 평가 인정서 한 장’이 아니다. 안전제일(Safety First)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고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위험성 평가와 Fool Proof 개선이 일상적으로 생산활동 속에 정착될 때 산업재해 Zero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며, 쾌적한 작업환경과 함께 고품질 및 생산성 향상이라는 경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서정태 (기업전략연구원 대표)

기업전략연구원 대표이자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로, 중소·중견기업의 ESG 경영과 글로벌 공급망 평가 대응, 경영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바우처 ESG 컨설팅을 비롯해 ESG 진단·전략 수립, EcoVadis·RBA 평가 대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및 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AA1000 국제검증심사원 및 ISO 경영시스템 인증심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중소기업의 전략적 CSR 경영실무』 등이 있으며, 「중소기업의 ESG 경영이 소비자의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등 ESG와 중소기업 경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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