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업을 방문해 자율준수 프로그램(CP)과 ISO 인증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마다 경영진들로부터 가장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다. "우리가 꼭 지금 도입해야 합니까?", "법에 도입 의무는 없지 않습니까?", "도입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와 같은 매우 현실적인 고민들이다.
CP는 인사나 총무 부서처럼 눈에 보이는 부서가 아니며, 직접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곳도 아니다. 예산과 인력을 배정하고, 이사회 보고 체계까지 구축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으면 당연히 경영진은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게 마련이다. 이런 복잡한 비즈니스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 위반 예방에 좋습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으로는 최고경영자(CEO)를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CP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과 방치한 기업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명확해진다. CP라는 준법경영 시스템이 기업의 생존과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속페달을 밟기 전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CP 도입의 5가지 핵심 필요성을 제시한다.
첫째, 법적 리스크 예방 및 과징금 감경 효과다.
공정거래법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해 손익계산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영진의 사법적 책임'이다. 대법원은 내부통제 시스템(CP 포함)이 미비한 상황에서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이사진이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결했다. 반면, 우수한 CP 등급(A 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은 최대 20%의 과징금 감경과 직권조사 면제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보장받는다. 사후 감경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임직원이 애매한 의사결정 기로에 섰을 때 명확한 행동 기준을 제공하는 사전적 '안전벨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둘째, ESG 경영과의 유기적 연계성이다.
많은 기업이 선언적으로 "우리도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외치지만, ESG의 핵심 영역인 사회(S)와 거버넌스(G)를 실현하는 실질적인 수단은 바로 CP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MSCI, DJSI 등)은 공정거래, 부패방지, 내부통제 문서화 및 정기 준법 교육 여부를 핵심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의 CP 등급평가를 성실히 수행해 우수 등급을 취득한 기업들은 공정위 제재 건수가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대내외 ESG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셋째,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및 투명성 확보이다.
모든 불공정행위는 법무팀이나 경영진의 감시가 들이닥치기 힘든 실무 현장에서 발생한다. CP는 구체적인 행동강령 수립과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내부고발 시스템을 가동해 조직 내 비위 조짐을 사전에 포착한다. 실제로 최근 한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은 가맹점주의 내부 제보를 통해 본사의 가맹사업법 위반 요소를 선제적으로 발견하여 조치함으로써 사후 공정위 조사를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 이처럼 CP는 일방적인 통제가 아니라, 리스크를 스스로 측정하고 개선하는 조직 내 '살아있는 조기 경보 장치(Signal system)'로 기능한다.
넷째, 기업 평판 및 대외 신뢰도 향상이다.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가장 무거운 무형자산이다. 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와 대응력은 소비자, 협력업체, 투자자에게 굳건한 평판 자산으로 전달된다. 실제로 CP 도입 기업은 미도입 기업에 비해 법 위반 건수가 급격히 감소(연평균 4건에서 0.5건으로 감소)할 뿐만 아니라, 고객 신뢰도(67%에서 92%로 상승)와 투자자 평판 점수(60점에서 85점으로 상승) 등 신뢰 지표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벌린다.
다섯째, 글로벌 규제 대응 및 경쟁력 확보이다.
글로벌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할 때 가장 먼저 요구받는 질문은 "당신의 조직이 준법의무를 충족하고 있음을 증명할 문서화된 정보가 있는가?"이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과 유럽의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등 날로 촘촘해지는 글로벌 준법 장벽 앞에서, 체계적인 CP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시장진입 장벽을 허물고 신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CP는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기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건강검진이자 보험이며, 때로는 가속페달보다 중요한 브레이크가 된다. 이제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권이다.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조직 고유의 리스크에 맞는 CP 체계를 재정비하여 자발적인 준법경영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BEST 뉴스
-
[윤재은 칼럼] 집은 늘어나는데, 왜 내 집은 더 멀어지는가?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관련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대통령도 매주 보고받으며 구체적인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사진=Ai]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업이 공급망 전체의 환경·인권·안전·윤리·탄소배출 관리 수준을 확인하면서 중소기업에도 ESG 대응이 실... -
[서정태의 ESG 현장클리닉③] 녹색인증과 녹색제품 인증, 정확히 구분해야 공공 조달 판로가 열린다.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서정태, Ai]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국가 산업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공 조달 시장에서도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자원순환 및 환경오염 저감 성능을 갖춘 제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⑯] 농지가 사라지면 식량안보도 무너진다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농지가 사라지면 식량안보도 무너진다 [사진=Ai, 남재철] 식량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농지는 더 이상 단순한 토지나 생산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한 전략자산으로 인식...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⑲] 찬 이슬이 알려주는 농업의 시간, 한로(寒露)와 기후변화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찬 이슬이 알려주는 농업의 시간, 한로(寒露)와 기후변화 [사진=남재철, Ai] 24절기 가운데 열일곱 번째인 한로(寒露)가 다가왔다. ...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⑱] 추미애 도정 100일, 경기도의 미래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 추미애 도정 100일, 경기도의 미래전략은 어디에 있는가? [사진=남재철, Ai] 인수위의 정책 구상이 도정의 실행전략으로 이어져야 지난 6월, 추미애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경기준비위원회)의 ‘에너지 순환경제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
전체댓글 0
NEWS TOP 5
-
1[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㉙ CP 등급평가 기준과 주요 지표: 100점 만점 속 고득점 전략
-
2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㉘ CP 등급평가 절차와 제도 개편: 혜택을 쟁취하는 4단계 실무 로드맵
-
3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㉚ CP 등급평가 실적보고서 작성 Tip: 평가위원의 눈을 사로잡는 합격 노하우
-
4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㉗ CP 도입을 위한 8대 핵심 요소: 형식적 껍데기를 깨부수는 진짜 뼈대
-
5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㉛ CP 등급평가 현장·대면평가 대응: 심사위원의 질의를 압도하는 실증 전략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