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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문(秦雯)의 인공지능 시대의 시각권력 ⑳] 디자인 시안이 더 이상 최종 결과물이 아닐 때: 시각디자인은 하나의 규칙이 되고 있다

  • 진문 秦雯
  • 입력 2026.10.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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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시안이 더 이상 최종 결과물이 아닐 때: 시각디자인은 하나의 규칙이 되고 있다 [사진=GPT 생성 이미지]

 

과거에는 시각디자인 작업을 마친다는 것이 대체로 정해진 결과물을 전달한다는 뜻이었다. 포스터 한 장, 패키지 한 세트, 혹은 구성이 완료된 화면이 그 결과물이었다. 디자이너는 글자와 색, 구도를 반복해서 조정하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완성했다. 이후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시안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 하나의 프로젝트는 휴대전화 화면, 전시장의 디스플레이, 소셜미디어, 인쇄물에 동시에 등장한다. 화면의 크기는 계속 달라지고, 문구는 업데이트되며, 정보를 접하는 대상도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용도가 생길 때마다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처음 의도했던 시각적 정체성도 조금씩 흐려지기 쉽다. 이제 디자이너는 한 장의 이미지를 어떻게 완성할지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미지가 어떤 공통의 규칙에 따라 만들어질지를 생각해야 한다.


박물관 전시를 예로 들어 보자. 메인 포스터와 온라인 예고 이미지, 전시장 안내물, 행사 일정표는 서로 다른 구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관람객은 이들이 같은 전시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결은 반드시 동일한 사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제목을 배치하는 방식, 색을 사용하는 범위, 그래픽과 글자의 비율, 정보를 보여 주는 순서에서 형성될 수도 있다. 하나의 디자인 시안이 가능한 결과 중 하나라면, 여러 결과를 이어 주는 시각적 규칙은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기존 요소를 활용해 다양한 크기와 형식의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같은 스타일을 유지해 달라’는 지시만으로는 겉모습만 비슷하고 내용의 흐름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무엇을 반드시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 다시 검토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규칙이 명확할수록 도구는 디자인의 확장을 도울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모호하면 빠르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처음 의도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다고 시각디자인을 규칙으로 정리하는 일이 모든 문제에 대한 정답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은 아니다. 전시장 입구의 대형 화면과 관람객이 손에 든 작은 안내물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일관성을 위해 두 매체에 완전히 같은 정보를 담을 필요는 없다. 좋은 규칙은 상황에 따른 디자이너의 판단을 허용하고,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용도에 맞게 조정할 여지도 남겨 둔다. 여러 결과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모든 화면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는 것이다.


앞으로 디자이너가 전달하는 결과물에는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그 작품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시각 시스템도 포함될 수 있다. 디자인이 완성되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첫 번째 이미지가 보기 좋은지만 볼 수는 없다. 다음 이미지가 필요할 때 팀이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이어 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디자인 시안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유일한 종착점에서 벗어나, 시각적 규칙이 하나의 상황 속에서 구현된 결과로 그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진문/秦雯/ QIN WEN


진문(秦雯)은 중국 루쉰미술학원을 졸업하고 예술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각디자인과 시각문화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재학 기간 동안 중국 예술대학의 인공지능 및 디지털 활용 커리큘럼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KCI에 게재하는 등 학문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한국이에스지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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