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언제부터 인간의 가장 가까운 동물이 됐을까.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고대 개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인류와 개가 함께 걸어온 오랜 역사를 조명했다.
사이언스 매거진은 27일 공식 X 계정에 “개는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그 관계는 얼마나 오래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대 개 유전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사이언스가 소개한 연구는 2020년 발표된 ‘선사시대 개의 기원과 유전적 유산(Origins and genetic legacy of prehistoric dogs)’이다. 연구진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확보한 27개의 고대 개 유전체를 분석하고 현대 개 및 고대 인류의 유전체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개는 현존하는 늑대와 구별되는 공통 조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 1만1천 년 전에는 이미 최소 5개의 주요 계통으로 다양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개의 유전적 역사가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개의 유전적 변화가 인간의 이동과 사회 변화와 상당 부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고대 개와 인간의 유전체를 함께 분석한 결과 레반트 지역과 관련된 유전적 계통이 아프리카와 초기 농경사회 유럽에서 인간과 개 모두에게 나타나는 등 두 종의 역사에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간과 개의 역사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연구에서는 유라시아 초원 목축민의 확산이 인간의 유전적 구성에는 큰 영향을 미쳤지만 개의 계통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으며, 신석기시대 유럽에서는 기존 개 계통이 거의 완전히 교체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개의 기원에 대해서는 하나의 늑대 집단에서 비롯됐다는 유전적 증거가 가장 잘 부합한다고 봤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최초의 개가 등장했는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고대 개와 늑대의 더 오래된 DNA 자료와 고고학·인류학 자료 등을 추가로 결합해야 개의 기원과 초기 가축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가 인간과 함께 이동하고 정착해온 흔적은 단순한 동물의 가축화 역사를 넘어 인류 문명의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20년 연구는 개의 유전체가 인간의 역사와 일부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이언스 매거진이 국제 개의 날을 맞아 이 연구를 다시 소개한 것은 단순히 반려동물로서의 개를 조명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인간과 함께 이동하고 변화해온 개의 유전적 역사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늘날 개는 전 세계에서 인간의 가족이자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시작점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고대 DNA는 인간과 개의 관계가 단순히 최근의 반려문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나아가 1만 년 이상 이어져 온 깊은 공존의 역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고대 개의 유전체에 남겨진 흔적은 인류가 이동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안 개 역시 인간 곁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함께 써왔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기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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