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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서 있었다’는 거대한 인물상…고대 암각화의 신비와 확인되지 않은 주장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8.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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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 사막 지형에 ‘해골과 같은 모습’을 한 거대한 흰색 인물 형상이 남아 있으며, 그 제작자와 목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Unearthed X]

 

고대의 거대한 인물 형상을 담은 한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역사·고고학 콘텐츠를 다루는 X 계정 ‘Unearthed’는 8월 22일 “이 거대한 형상은 수천 년 동안 이곳에 서 있었지만, 왜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글과 함께 사막의 암벽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인물상을 소개했다.


게시물은 외딴 사막 지형에 ‘해골과 같은 모습’을 한 거대한 흰색 인물 형상이 남아 있으며, 그 제작자와 목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대한 형상 앞에 작게 보이고, 한 인물이 카메라를 설치하는 장면도 담겨 있어 유적의 규모와 현장 조사가 강조됐다.


그러나 사실관계 측면에서 주의할 부분도 있다. 게시물에 제시된 글만으로는 해당 유적의 정확한 명칭과 위치, 제작 연대, 사진 촬영 시점 및 조사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수천 년 전 제작됐다’거나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표현을 특정 고고학적 사실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원 유적의 위치와 학술·문화유산 기관의 조사 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


다만 세계 각지에는 제작 시기와 의미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거대한 암각화와 지상화가 실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사막의 블라이스 지상화(Blythe Geoglyphs)다.


블라이스 지상화는 사막 표면의 어두운 자갈층을 걷어내 밝은 지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형 그림이다. 사람 형상과 동물 형상 등이 포함돼 있으며, 가장 큰 인물상은 약 171피트, 약 52미터에 이른다. PBS의 고고학 프로그램은 이 유적이 항공기에서 관찰하기 훨씬 쉬운 거대한 지상화이며, 제작자와 제작 목적, 정확한 연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과거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등을 바탕으로 블라이스 지상화의 연대에 폭넓은 추정이 제시됐지만, 유적 자체의 정확한 제작 시기를 특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PBS가 소개한 연구에서도 가능한 연대 범위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남서부 원주민 공동체의 구전 전통은 이 같은 거대한 형상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지역의 창조 신화와 문화적 기억 속에서 이해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블라이스 지상화에 대해서도 모하비족과 체메우에비족 등의 구전 전통과 연결해 해석하려는 견해가 있지만, 모든 연구자가 하나의 설명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알울라(AlUla) 지역에서도 방대한 고대 암각화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2026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조사에서 알울라 지역에서 1만9천 개 이상의 암각화 패널이 기록됐으며, 이 지역의 암각화 전통은 초기 홀로세부터 최근까지 1만2천 년 이상에 걸쳐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연구는 사람 형상 가운데 일부가 갈비뼈와 몸의 내부 구조를 표현한 듯한 모습 때문에 ‘해골 같은 형태’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것이 실제로 죽음이나 해골을 의도한 표현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현대인이 특정 암각화를 ‘해골’처럼 보인다고 인식하는 것과, 제작자가 실제로 그런 의미를 담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고대 암각화와 지상화의 해석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제작 당시의 종교·사회적 맥락 역시 완전히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은 형상의 크기와 제작 기법, 주변 유적과의 관계, 다른 그림과의 중첩, 암석 표면의 변화, 동물·무기·문자 등의 표현을 종합해 제작 시기를 추정한다.


알울라 암각화 연구진 역시 암석 표면에 형성되는 이른바 ‘사막 바니시(desert varnish)’와 그림의 중첩 관계, 표현 양식, 문자와 도구의 묘사 등을 종합해 연대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별 암각화의 정확한 제작 연도를 특정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Unearthed 게시물은 거대한 고대 형상이 남긴 ‘미스터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중심으로 접근하면 모든 고대 유적이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부 유적은 제작 집단과 문화적 배경, 제작 기법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전돼 있으며, 반대로 정확한 연대와 기능이 여전히 논쟁 중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해당 게시물 속 거대한 형상 역시 정확한 위치와 원본 사진의 출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특정 유적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고대인들이 거대한 암벽과 사막의 지형을 캔버스 삼아 자신들의 신앙과 기억, 사회적 상징을 남겼다는 사실 자체는 수많은 고고학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의미가 완전히 해독되지 않은 형상들. 그것은 단순히 ‘미스터리’로 소비되기보다, 제한된 증거 속에서 과거 인간의 생각과 문화를 복원하려는 고고학의 현재진행형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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