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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0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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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라카인주 로힝야족 마을 철거·토지 전용 정황, 2024년 이후 15만 명 이상 방글라데시 피란
  • 군부 이어 아라칸군 통제지역에서도 인권침해 보고, 유엔의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 조건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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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자체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위성사진과 현장 증언, 유엔 자료 등을 분석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이 살던 마을이 철거되고 토지가 다른 용도로 전환되고 있는 정황을 보도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유엔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이후 로힝야족 23개 마을에서 최소 800㏊의 토지가 수용돼 난민 수용시설이나 다른 공동체의 정착지, 군사시설 등으로 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사진에서는 일부 주거지가 철거돼 빈 땅으로 바뀐 모습도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는 미얀마군과 교전을 벌여온 아라칸군(Arakan Army·AA)이 2024년 라카인주 북부 대부분을 장악한 이후 나타났다. 주민들은 가디언에 주택이 불도저로 철거되고 농지와 재산을 빼앗겼으며 도로와 참호, 군사시설 건설 등에 강제로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다만 유엔 미얀마 독립조사기구(IIMM)는 현재까지 아라칸군이 로힝야족 토지 파괴의 책임 주체라는 점을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IIMM은 로힝야족이 미얀마군과 아라칸군 등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폭력과 강제이주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2017년 대규모 피란 이후 다시 이어지는 탈출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살아온 이슬람계 소수민족으로, 오랜 기간 시민권과 이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받아 왔다.

 

2017년 미얀마군의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약 75만 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이후 2021년 군부 쿠데타와 내전이 이어지면서 미얀마에 남아 있던 로힝야족도 다시 폭력과 강제이주에 노출됐다. UNHCR은 2017년 이후 9년이 지났지만 방글라데시에 약 12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새로운 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유엔 미얀마 독립조사기구에 따르면 2024년 초 이후 15만4000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라카인주의 폭력과 불안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방글라데시 정부와 유엔난민기구(UNHCR)의 올해 6월 말 집계에서는 로힝야 난민이 총 120만171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116만6000명이 콕스바자르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2024년 이후 새롭게 생체등록된 입국자는 15만3640명이다.

 

폭력 피해 떠났지만 사라지는 삶의 터전


이번 보도가 주목하는 것은 난민의 증가뿐 아니라 로힝야족이 떠난 뒤 마을과 토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위성사진과 영상, 주민 증언을 토대로 라카인주 부티다웅 지역의 일부 마을에서 주택과 상점 등이 철거된 정황을 확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철거된 건축물의 벽돌 등이 다른 시설을 짓는 데 사용됐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마을과 토지의 소실은 피란민의 향후 귀환과도 직결된다. 폭력이 끝나더라도 돌아갈 집과 농지, 지역사회가 사라진다면 기존의 삶을 다시 시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라카인주의 상황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유엔 미얀마 독립조사기구는 지난 9월 24일 라카인주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습과 포격, 드론 공격, 자의적 구금, 성폭력과 젠더 기반 범죄, 고문과 살해 등 심각한 국제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를 수집·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생필품 확보가 어렵고 인도적 지원도 방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전하고 존엄하게 돌아갈 조건 아직 없어”


유엔은 현재의 라카인주가 로힝야족의 귀환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엔 미얀마 독립조사기구는 라카인주에 로힝야족을 포함한 피란민들이 안전하고 자발적이며 존엄하고 지속가능하게 귀환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귀환에 앞서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범죄와 폭력이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UNHCR도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감소가 로힝야 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과 아동,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지원 축소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2025년에는 안다만해와 벵골만을 통한 위험한 해상 이동 과정에서 약 900명의 로힝야족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2017년 대규모 폭력을 피해 국경을 넘었던 로힝야족은 9년이 지난 지금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들이 살았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문제를 넘어 이들이 다시 삶을 시작할 공간과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국제사회의 과제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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