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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평균 73% 감소…WWF “자연 회복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0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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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 지구생명보고서 발표…52년간 담수 85%·육상 69%·해양 59% 감소
  • 호랑이·바다거북·참다랑어 회복 사례 확인…식량·에너지·금융 시스템 전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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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지구생명지수(LPI) [사진=WWF]

 

전 세계에서 관찰된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의 평균 규모가 지난 52년간 약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과 호수 등 담수 생태계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일부 멸종위기 생물종은 장기간의 보전 활동을 통해 개체수가 회복된 것으로 확인돼, 생물다양성 손실을 되돌릴 가능성도 제시됐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8일 전 세계에 동시 발간한 ‘2026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 2026)’에서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의 평균 규모를 나타내는 지구생명지수(LPI)가 73.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 척추동물 5,790종에 속하는 3만 5,803개 개체군의 관찰 자료가 활용됐다.

 

생태계별 감소율은 담수가 85%로 가장 높았으며, 육상 69%, 해양 59%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이 95%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아프리카 80%, 아시아·태평양 49%, 북아메리카 28%, 유럽·중앙아시아 23%로 나타났다.

 

지구생명지수는 일정 지역에서 관찰한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 변화를 종합한 지표다. 따라서 73% 감소라는 수치가 전 세계 야생동물의 총개체수나 생물종의 73%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WWF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서식지 훼손과 황폐화를 지목했다. 과도한 자원 이용과 기후변화, 환경오염, 침입종, 질병 등도 야생동물 개체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 발표 이후 295종과 967개 개체군의 자료를 추가하고 조사 기간을 2022년까지 확대했다. 다만 분석 대상과 기간이 달라진 만큼 이전 보고서의 감소율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감소하는 자연 속에서도 확인된 회복 사례


전체 지구생명지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관찰 대상 개체군의 약 절반은 안정적이거나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전체의 43%는 증가했고 7%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감소하는 개체군의 감소 폭이 증가하는 개체군의 증가 폭보다 커 전체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집중적인 보전 활동이 실제 개체군 회복으로 이어진 사례로 호랑이와 푸른바다거북, 참다랑어, 남부 아프리카 코끼리를 소개했다.

 

전 세계 야생 호랑이 개체수는 2010년 약 3,200마리에서 2025년 약 5,700마리로 70% 이상 증가했다. 보호지역 확대와 불법 야생동물 거래 단속, 지역공동체의 참여, 국가 간 협력 등이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때 남획으로 개체군이 급감했던 대서양참다랑어와 태평양참다랑어도 어획 할당량 조정과 감시 강화,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 확대 등을 통해 회복세를 보였다.

 

푸른바다거북은 약 80개국에서 50년간 이어진 산란지 보호와 불법 포획 단속, 혼획 저감 노력 등에 힘입어 2025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dangered)’에서 ‘관심대상(Least Concern)’으로 등급이 조정됐다.

 

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공동체가 자연자원 관리와 보전에 직접 참여하면서 코끼리 개체군이 증가한 사례도 확인됐다.

 

다만 아프리카사바나코끼리 전체의 보전 상태는 여전히 위기 등급으로, 일부 지역의 회복이 종 전체의 위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연 손실 막으려면 식량·에너지·금융 구조 바꿔야


WWF는 개별 생물종을 보호하는 노력만으로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연 손실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식량 생산과 소비, 에너지 공급, 금융투자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생산과 소비 방식은 서식지 손실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농업을 위한 토지 전환과 자원의 과도한 이용은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온실가스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은 기후변화를 가속해 생태계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금융 시스템 역시 자연을 훼손하는 경제활동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투입된 자금은 약 7조 3,000억 달러인 반면, 자연 보호와 복원에 투입된 자금은 약 2,200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제시됐다.

 

WWF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개념으로 ‘긍정적 티핑 포인트(positive tipping point)’를 강조했다.

 

긍정적 티핑 포인트는 새로운 기술이나 정책, 경제적 선택이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변화가 스스로 확대되고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보고서는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 향상과 보급 확대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사례로 제시했다.

 

식량 분야에서는 자연친화적 농업과 지속가능한 소비, 식량 손실 및 폐기물 감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자연 훼손을 유발하는 투자 비중을 줄이고 생물다양성과 기후 관련 위험을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커스틴 슈이트 WWF 국제본부 사무총장은 호랑이와 바다거북, 참다랑어의 회복이 자연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성과를 확산하려면 자연 손실을 초래하는 산업과 경제 시스템의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앞두고 국제사회 행동 촉구

 

이번 보고서는 오는 19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개막하는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7)를 앞두고 발표됐다.

 

국제사회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통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회복세로 전환한다는 목표에 합의한 바 있다.

 

WWF는 각국이 기존 합의를 구체적인 정책과 투자로 연결해야 하며, 자연 회복을 위한 전환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와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정성과 포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우디 숨바 WWF 국제본부 최고보전책임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간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며 공동의 행동과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을 밝혔다.

 

앤드루 테리 런던동물학회(ZSL) 최고보전책임자 역시 지구생명지수의 감소 추세가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위협 요인을 줄이고 보전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WWF, 국립과천과학관서 생물다양성 캠페인

 

한국WWF는 보고서 발간에 맞춰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WWF Living Planet 캠페인’을 진행한다.

 

‘과학이 발견한 희망, 함께 만드는 지구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캠페인에서는 지구생명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시민들의 자연보전 참여를 독려한다.

 

과학관 중앙홀 1층에서는 생물다양성 전시와 캠페인 부스가 운영되며, 야외 다목적광장에는 WWF의 상징인 자이언트판다 인형 약 100마리가 전시된다. 10일에는 관람객과 WWF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도 진행된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이번 지구생명보고서는 자연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려면 각국의 약속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2030년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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