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비아 수컷 세 마리, 2025년 7월 무리 떠나 2026년 4월까지 이동…아프리카 포유류 분산 이동 최장 기록
- 네 집단 이동거리 합하면 9,863㎞…7개 국립공원 오가는 장거리 이동 능력 확인
- IUCN ‘멸종위기’ 아프리카들개…서식지 파편화·올무·도로 등 인간 활동이 생존 위협
멸종위기에 놓인 아프리카들개 세 마리가 번식 상대와 새로운 영역을 찾아 4,126㎞를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기록된 아프리카 포유류의 분산 이동 가운데 가장 긴 사례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가 파편화된 상황에서도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들개 개체군 사이의 연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몬태나주립대 스콧 크릴(Scott Creel) 교수 연구팀이 13일 미국생태학회 학술지 ‘Ec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잠비아 카푸에 국립공원(Kafue National Park)의 ‘마유쿠유쿠(Mayukuyuku)’ 무리에서 태어난 세 살 수컷 세 마리는 2025년 7월 자신들이 태어난 무리를 떠났다.
아프리카들개(Lycaon pictus)는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며 공동으로 새끼를 기르는 사회적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한 무리에서는 우두머리 암컷과 수컷이 주로 번식한다. 번식 기회를 얻기 어려운 두세 살가량의 개체들은 기존 무리를 떠나 짝과 새로운 영역을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세 수컷이 떠나기 전 마유쿠유쿠 무리에는 성체와 1년생 개체 18마리가 있었으며, 이들은 성체까지 살아남은 같은 세대 19마리 가운데 일부였다. 같은 나이의 개체가 많은 큰 무리에서 번식 기회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연구진은 이들의 독립 자체는 예상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이동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 수컷은 카푸에 국립공원을 떠나 인간 활동이 많은 잠비아 중부를 가로질렀다. 이동 과정에서 강과 주요 도로를 여러 차례 건너고 대지구대(Great Rift Valley)의 가파른 지형을 오르내렸으며 도시와 대형 저수지를 피해 이동했다.
인구가 밀집한 키트웨(Kitwe), 은돌라(Ndola), 카브웨(Kabwe) 등의 도시 외곽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특히 은돌라에 접근했을 때는 방향을 돌려 자신들이 지나온 경로를 약 200㎞ 되짚어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후 세 수컷은 루앙와 계곡 생태계까지 이동했고, 루아노 야생동물관리구역(Luano Game Management Area)에 새로운 활동 영역을 형성했다.
2026년 4월 1일까지 이들이 이동한 누적 거리는 4,126㎞에 달했다. 출발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의 직선거리는 419㎞였지만 도시와 도로, 저수지 등을 피해 이동하면서 실제 이동 경로는 훨씬 길어졌다.
연구진은 이를 지금까지 기록된 아프리카 포유류의 분산 이동 가운데 가장 긴 사례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4,126㎞라는 이동거리만이 아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들개에게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위치확인시스템) 추적 목걸이를 부착해 무리를 떠난 개체들의 이동 경로와 속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잠비아의 주요 개체군 사이뿐 아니라 모잠비크로 이동하거나 짐바브웨·말라위·콩고민주공화국·앙골라 국경 인근까지 접근하는 장거리 이동이 확인됐다.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한 네 개 집단의 이동거리를 모두 합하면 9,863㎞에 달했다.
마유쿠유쿠 무리에서는 수컷들이 떠나기 약 2주 전 세 살 암컷 네 마리도 독립했다. 이후 세 마리가 함께 이동한 암컷 집단과 수컷 세 마리는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 2025년 9월 18~19일 키트웨에서 약 72㎞, 은돌라에서 약 78㎞ 떨어진 비보호지역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암컷들은 1,404㎞, 수컷들은 1,203㎞를 이동한 상태였다. 하지만 두 집단은 하루 만에 다시 헤어졌다.
연구진은 이 사례를 통해 장거리 이동과 실제 개체군의 연결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서식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해서 새로운 무리에 합류하거나 번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들개는 서로 모르는 개체들이 만날 경우 싸움이 벌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에 분석된 네 집단은 총 9,863㎞를 이동했지만, 이러한 이동이 만들어낸 유전적·개체군 차원의 연결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잠비아의 7개 국립공원 사이에서 확인된 장거리 이동이 아프리카들개가 멀리 떨어진 생태계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기존 유전학 연구에서 제시됐던 개체군 연결 가능성을 실제 이동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보호구역 밖에서 나타나는 행동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이 인용한 기존 GPS 추적 분석에 따르면 아프리카들개는 보호구역을 벗어나 인간 활동이 많은 지역으로 들어가면 보호구역 안에서보다 평균 이동속도가 약 1.7배 빨라지고 이동 경로도 더 직선적으로 변했다.
연구진은 사자와 점박이하이에나 같은 우세한 경쟁자를 피해 이동해온 아프리카들개의 행동 특성이 인간 활동이 많은 환경을 빠르게 통과하는 데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호구역 밖으로 나가는 순간 인간이 만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연구진이 ‘EWD-1355’로 명명한 세 살 암컷은 2021년 10월 두 자매와 함께 잠비아 사우스루앙와 국립공원의 무리를 떠났다. 이들은 국립공원과 야생동물관리구역, 산림보호구역, 비보호지역 등을 지나 모잠비크까지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등 11개월 동안 2,300㎞ 이상을 이동했다.
하지만 EWD-1355는 2022년 6월 야생동물 고기를 얻기 위해 설치된 철사 올무에 걸려 죽었다. 함께 이동했던 두 자매의 생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아프리카들개는 올무에 걸린 동료를 쉽게 떠나지 않는 특성이 있어 한 마리가 올무에 걸릴 경우 다른 개체들도 함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장거리 이동 능력과 별개로 철사 올무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들개가 이를 피할 수 있는 적응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들개는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Endangered·EN)’로 분류돼 있다.
IUCN 개과동물전문가그룹(Canid Specialist Group)이 공개한 2025년 재평가에 따르면 전 세계 아프리카들개의 번식 가능한 성숙 개체는 약 1,700마리로 추정되며, 700개 미만의 무리에 분포해 있다. 개체수 추세도 감소세로 평가된다.
아프리카들개는 과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했지만 현재는 서식지가 크게 줄고 파편화됐다. 질병과 서식지 단절, 철사 올무와 교통사고 등 인간 활동에 따른 폐사, 가축 피해를 둘러싼 인간과의 갈등 등이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개별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을 보전하는 것만으로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멸종위기종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준다.
잠비아 국토의 약 40%는 일정한 형태의 야생동물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모든 주요 이동 경로가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들개가 번식 상대와 새로운 영역을 찾아 보호구역 밖으로 이동하는 만큼 주요 서식지 사이의 통로가 단절되면 개체군 간 교류도 어려워질 수 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들개가 인간 활동이 많은 지역을 지나 수천㎞를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멀리 떨어진 개체군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이러한 연결 가능성을 실제 개체군의 생존과 유전적 교류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주요 서식지를 잇는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보호하고 올무와 교통사고 등 인간에 의한 폐사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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