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도입은 해놓았는데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장롱 면허처럼 방치하곤 한다. 규정과 매뉴얼만 갖춰놓았을 뿐 실질적인 작동 장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대의 변화와 규제 고도화에 맞춰 기존 7대 요소에 '효과성 평가와 개선조치'를 추가한 'CP 8대 핵심 요소'를 정립하여 실질적인 내부통제 뼈대를 요구하고 있다. 조직의 생동감 있는 준법 엔진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8가지 핵심 요소를 실무적 관점에서 해부한다.
1. 기준과 절차 마련 및 시행
사내 준법의 출발점은 문서화다. 임직원들이 행동할 수 있는 기준(Rule)과 상황별로 따라야 할 절차(Flow)가 사규, 지침, 업무 절차서 등의 형태로 명문화되어야 한다. 법조문을 단순히 복사해 붙여넣는 일은 무의미하며, 구매·영업·광고 등 부서별 고유 리스크를 반영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이어야 한다.
2. 최고경영자의 자율준수 의지 및 지원
준법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최고경영자(CEO)가 단지 선언문 하나에 서명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CP는 껍데기만 남는다. CEO의 자율준수 의지는 연중 지속해서 전파되어야 하며, CCO 임명과 적절한 준법 예산 배정, 인사 시스템의 연계라는 실질적 지원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3. 자율준수 관리자(Compliance Officer) 임명
CP를 실제로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할 책임자가 필요하다. 이사회 등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자율준수 관리자를 임명해야 한다. 관리자는 단순한 행정 처리자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준법 리스크를 감시하고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위와 자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4. 자율준수편람의 제작·활용
추상적인 법 규정을 현장 임직원의 행동 수칙으로 구체화한 지침서가 편람이다. 편람에는 필수 공정거래 법령 요약뿐만 아니라, 부서별 자율점검 체크리스트, 자주 묻는 질문(Q&A), 실제 위반 및 예방 사례 등이 꼼꼼하게 수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트라넷 등을 통해 임직원이 상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이다.
5.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자율준수 교육 실시
교육은 전 임직원에게 준법 DNA를 심는 유일한 도구다. 단순히 동영상 클릭 한 번으로 때우는 요식 행위에서 벗어나, 신입사원·중간관리자·임원 등 직급별 맞춤형 커리큘럼을 작동해야 한다. 특히 위반 리스크가 높은 고위험 부서(구매, 영업, 마케팅 등)를 타깃으로 삼아 실제 판례와 시뮬레이션 위주의 집중 교육을 반기별로 최소 2시간 이상 성실하게 시행해야 한다.
6. 내부 감시체계 구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연간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 기준을 세워 고위험 영역을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계약이나 광고 집행 전 거쳐야 할 '사전업무 협의제도'를 공식 프로세스로 연동해야 한다. 또한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내부고발(Hot-Line) 채널과 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권한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7.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 임직원에 대한 제재
CP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상벌의 엄격함'이다. 위반을 방치하면 아무리 좋은 교육과 감시도 무력화된다. 법규 위반 정도에 상응하는 인사 제재 규정을 명확히 수립하고 일관되게 집행해야 한다. 동시에 위반자는 추가 특별 교육이나 프로세스 개선을 의무화해 구조적인 재발 방지 장치를 연계해야 한다.
8. 효과성 평가와 개선 조치
8대 요소의 화룡점정은 '환류(Feedback)'다. CP는 한 번 만들면 영원히 굴러가는 기계가 아니다. 정기적으로 감사나 효과성 평가를 시행하여 우리 시스템의 약점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발견된 문제점은 즉시 시정조치하고, 다음 연도 CP 추진 계획과 예산, 편람 개정에 즉각 반영하는 '지속가능한 개선 루프(PDCA)'가 돌아갈 때 비로소 진짜 CP가 완성된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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