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혁신을 통한 발전과 평화·안정, 문명 간 교류,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BRICS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이 제18차 BRICS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BRICS가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고 우리 시대의 개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제시한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혁신을 중심으로 한 발전이다. 시 주석은 BRICS가 혁신 주도형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BRICS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과 디지털 경제, 산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왔으며, 중국 외교부 역시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BRICS를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간 협력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강조해 왔다.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할도 주문했다. 시 주석은 BRICS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관련해 BRICS 회원국들이 평화 회복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BRICS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역시 BRICS 회원국들과 함께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명 간 교류와 상호학습 역시 시 주석이 강조한 핵심 의제다. 서로 다른 문명과 국가들이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 이해를 넓혀야 한다는 것으로, 경제와 정치 분야의 협력을 넘어 문화와 발전 경험의 교류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글로벌 남반구)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국제질서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과 개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BRICS가 국제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과정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BRICS를 다자주의와 공정성,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주요 협력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가 변화하고 다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BRICS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구상과도 연결된다. 다만 BRICS가 회원국 확대를 통해 규모를 키운 만큼 국가별 이해관계와 외교적 입장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경제적 협력과 별개로 국제 현안에서 하나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관계 개선 움직임도 관심을 끌었다. 시 주석은 1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상호 강점을 활용해 공동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회담이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긴장이 이어졌던 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인도 방문도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모디 총리의 초청으로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18차 BRICS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은 7년 만이다.
BRICS 내부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BRICS를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도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가 담겼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등 구체적인 당사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되면서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시 주석의 이번 연설은 BRICS를 단순한 신흥국 간 경제협력체를 넘어 혁신과 평화, 문명 간 교류, 국제 거버넌스 개혁을 논의하는 글로벌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중국의 방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내년 BRICS 의장국을 맡아 제19차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내년 의장국을 맡아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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