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9월 12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운동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달을 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NASA History Office는 13일 X를 통해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 사진과 함께 이 역사적인 순간을 다시 소개했다. 사진에는 라이스대학교 축구장 연단에 선 케네디 대통령과 연설을 지켜보는 청중의 모습이 담겨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미국의 달 착륙 목표를 국민에게 알리고, 우주개발에 대한 국가적 의지를 분명히 한 대표적인 연설로 남아 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미국은 소련에 뒤처진 우주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다.
“왜 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도전
케네디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왜 달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왜 달에 가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왜 가장 높은 산에 오르고 대서양을 횡단하는지를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달 탐사는 쉬운 목표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달이라는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과학과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선택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라는 문장은 이날 연설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미국이 이 도전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NASA History Office는 이날 연설의 공식 명칭을 ‘국가의 우주 노력에 관한 라이스대학교 연설(Address at Rice University on the Nation’s Space Effort)’로 기록하고 있다. 당시 연설에는 약 4만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달 착륙 목표를 직접 확인한 케네디
라이스대학교 연설은 당시 미국이 추진하던 우주개발 현장을 직접 확인한 일정과도 이어져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9월 11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의 주요 우주개발 시설을 방문했다. 첫 일정은 앨라배마주 헌츠빌의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Marshall Space Flight Center)였다.
이곳에서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센터장으로부터 새턴 I(Saturn I) 로켓에 대한 설명을 듣고 로켓 1단의 정적 시험 발사를 지켜봤다. 당시 미국은 향후 달 탐사에 사용할 더 강력한 발사체인 새턴 V(Saturn V)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어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을 찾아 머큐리(Mercury) 우주선과 발사시설을 살펴보고 우주비행사들과 만났다. 이후 휴스턴으로 이동해 라이스대학교에서 달 탐사 계획을 설명했다.
당시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은 아직 완성된 기술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달까지 사람을 보내고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서는 대형 로켓과 유인우주선, 달 착륙선, 통신 및 관제시설 등 새로운 기술과 기반시설을 차례로 개발해야 했다.
그럼에도 케네디 대통령은 이미 시작된 우주개발을 단순한 과학기술 경쟁이 아닌 국가적 목표로 끌어올렸다.
소련과의 우주경쟁 속에서 제시된 국가적 목표
1960년대 초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은 냉전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1961년에는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을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시켰다. 미국으로서는 우주개발에서 소련에 뒤처진 상황을 만회할 필요가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의회 연설에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이듬해 라이스대학교 연설은 이러한 목표를 국민 앞에서 다시 확인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달 탐사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미국은 NASA를 중심으로 유인우주선 개발과 발사체 개발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후 머큐리 계획과 제미니(Gemini) 계획을 거치면서 유인 우주비행 경험을 축적했고, 아폴로 계획을 통해 달 착륙에 필요한 기술을 발전시켰다.
7년 뒤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하다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목표가 완성되는 순간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1963년 11월 암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리고 1969년 7월, 아폴로 11호(Apollo 11)가 마침내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과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은 달 표면에 내려섰고,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는 달 궤도를 돌며 사령선을 지켰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제시했던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안전하게 귀환시킨다’는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우주개발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당시에는 실현 가능성조차 확실하지 않았던 목표를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산업, 연구인력, 정부의 역량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에서 “달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로
연설 후반부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맬러리(George Mallory)가 에베레스트산을 왜 오르려 하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우주에 연결했다. 인간 앞에 놓인 우주와 달, 행성은 아직 충분히 탐험되지 않은 영역이며, 그곳에는 새로운 지식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1962년 라이스대학교에서의 연설은 달이라는 특정 목적지를 향한 선언이면서 동시에 당시 미국이 과학과 기술을 통해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국가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사진 속 연단에 선 케네디 대통령의 모습은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분위기를 전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과 수많은 과제를 앞에 두고도 미국은 달이라는 목표를 선택했고, 7년 뒤 아폴로 11호를 통해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들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선택한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말은 그렇게 미국의 달 탐사 역사와 함께 남게 됐다. 달을 향한 도전은 한 시대의 우주경쟁을 넘어, 인간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우주개발의 상징적인 문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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