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끗한 에너지, 안정적인 전력 그리고 지역상생
-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전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잡아야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됐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급성장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제 에너지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하느냐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에 언제든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탄소배출까지 줄일 수 있느냐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화성양감연료전지 발전소‘ 현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기업이 바로 임동수 대표가 맡고 있는 ‘초록에너지’다. 초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설립된 수소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한국플랜트서비스(HPS)를 비롯한 발전·플랜트나 연료전지 분야 전문기업들이 참여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산업 시대, 전력도 ‘지산지소’가 필요하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전력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간적인 전압 저하나 정전만으로도 생산 차질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연구원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장기 전력수요가 2042년 10GW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이 가운데 약 10%인 1GW를 국가산단 또는 인근에서 수소연료전지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외부 송전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분산에너지’ 모델이다.
이는 단순한 발전시설 확충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갈등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발전단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수소연료전지 발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경기연구원도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의 건설비가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약 2배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전단가만으로 미래 전력원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자체가 산업 경쟁력이며, 대규모 송전망 확충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전력망 안정성, 탄소배출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체계를 점진적으로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청정수소의 생산과 공급이 확대되고 기술이 발전한다면 수소연료전지의 경제성도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소연료전지는 단순히 ‘현재 가장 싼 전력원인가’라는 기준보다는 산업의 안정성,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전력망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해야 할 미래형 전력원이다. 특히 경기도처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전력산업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초록에너지, 지역과 함께하는 수소발전의 가능성
이러한 측면에서 화성시 양감면에 구축된 초록에너지의 ‘화성양감연료전지 1단계’는 의미 있는 사례다. 19.8MW 규모로 연간 약 166GWh의 전력을 생산하는 이 발전소는 2023년 일반수소 발전시장 사업자로 선정된 뒤 2024년 착공해 2025년 1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일반수소 발전시장 금융약정 1호 사업이자 상업 운전을 최초로 시작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생산된 전력은 전력수요가 높은 수도권 남부지역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화성시의 전력 자립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발전량은 약 5만5천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업모델이다. 대규모 에너지 시설은 기술과 경제성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지역주민의 이해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사업자의 책임 있는 ESG 경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초록에너지가 화성시와 지역주민의 에너지복지, 참여기업과 협력하며 사업을 추진해 온 점은 향후 수소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앞으로 수소에너지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생산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얼마나 탄소를 줄이며,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경기연구원이 제안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1,000MW 수소연료전지 발전단지는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2030년 300MW에서 시작해 2036년 700MW, 2042년 1,000MW로 확대하고 청정수소와 열병합, AI 기반 에너지 관리체계를 결합한다는 구상은 수소 발전이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미래형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소에너지의 경제성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와 국가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 편익까지 고려한다면 현재의 높은 발전단가만으로 수소 발전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시장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과 분산에너지 정책을 고려해 초기 비용을 보완하는 합리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초록에너지의 도전이 보여주듯 수소에너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 곁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지역 수용성을 함께 높이는 일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경쟁력은 곧 산업 경쟁력이자 ESG 경쟁력이다. 수소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에너지 모델이 경기도의 첨단산업과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동시에 앞당기는 새로운 녹색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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