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에서 엽록체 빼앗아 몸속에 저장하는 ‘도둑색소체현상’ 활용, 식물처럼 직접 광합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능성 엽록체 이용
식물이 아닌 동물이 광합성 능력을 활용한다. 국제 해양보호단체 Oceana는 9월 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리프 시프(leaf sheep)’로 불리는 작은 바다민달팽이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소개했다.
Oceana는 게시물에서 “리프 시프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물 가운데 하나”라며 이 생물이 조류(algae)에서 엽록체를 흡수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도둑색소체현상(kleptoplasty)’으로 불린다.
리프 시프는 Costasiella속에 속하는 소형 바다민달팽이로, 양을 닮은 독특한 외형 때문에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머리 위에는 냄새와 맛 등을 감지하는 한 쌍의 촉각기관인 ‘후각돌기(rhinophore)’가 있고, 등에는 잎처럼 보이는 돌기인 ‘세라타(cerata)’가 촘촘하게 자리한다. Oceana에 따르면 이들은 동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산호초 지역에서 발견된다.
먹은 조류의 엽록체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
리프 시프의 특징은 먹이 섭취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Avrainvillea속 조류를 먹으면서 조류 세포에 들어 있는 엽록체를 소화하지 않고 자신의 조직 안에 저장한다.
다른 생물의 엽록체를 확보해 일정 기간 기능을 유지하는 현상이 바로 도둑색소체현상이다. 비광합성 생물이 조류의 엽록체를 획득해 조직 안에 유지하고, 이 엽록체가 광합성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2014년 국제학술지 Journal of Molluscan Studies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Costasiella속 일부 종이 기능성 엽록체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C. ocellifera가 엽록체를 장기간 보유하는 반면, 리프 시프로 잘 알려진 C. kuroshimae에서는 비교적 단기간 유지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따라서 ‘리프 시프가 광합성을 한다’는 표현은 대체로 맞지만, 식물처럼 스스로 엽록체를 만들어 광합성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먹이인 조류에서 확보한 엽록체를 자신의 세포 안에 보존하고 그 광합성 기능을 이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Oceana는 이 엽록체가 영양 공급에 기여하는 동시에 리프 시프 특유의 녹색을 만드는 데에도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엽록체는 잎 모양의 세라타 조직에 저장되며, 녹색 체색과 화학적 방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생물이 보여주는 독특한 생존 전략
이 같은 능력은 동물계에서도 흔치 않다. 2022년 관련 연구를 검토한 논문은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광합성 활성을 지닌 엽록체를 유지하는 능력이 일부 낭설류(Sacoglossa) 바다민달팽이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 생물에는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바다민달팽이(solar-powered sea slugs)’라는 별칭도 붙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능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밝히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Cell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일부 광합성 바다민달팽이가 외부에서 획득한 엽록체를 세포 내 특수 구조에서 유지하고 광합성 기능과 수명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이 보고됐다.
다만 리프 시프의 생태와 개체군 현황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Oceana 역시 다른 소형 해양 무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보전 상태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과 서식지 훼손이 산호초와 이들이 의존하는 조류에 영향을 줄 경우 리프 시프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Oceana의 게시물은 몸집이 작은 바다민달팽이가 다른 생물의 세포기관을 자신의 몸 안에서 활용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다시 조명했다. 식물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광합성 기능을 일부 동물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는 생물학적으로도 여전히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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