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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할 시간조차 사라진다…세계 산호초, 기후위기에 ‘쇠퇴의 계단’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9.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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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간 124개국 3만6886개 산호초 분석…살아있는 경산호 비율 9.5% 감소
  • 대규모 백화 주기 10년에서 4~6년으로 단축…2024년 87%가 전례 없는 열 스트레스
  • “산호초 회복 조건 자체가 무너지고 있어”…온실가스 감축 늦어지면 비가역적 변화 우려

[크기변환]ChatGPT Image 2026년 9월 1일 오전 09_11_00.png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기후변화로 해양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세계 산호초가 한 차례 피해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또 다른 고수온에 노출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대규모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 약 10년에 한 번 발생하던 대규모 산호 백화가 최근에는 4~6년 간격으로 나타나면서 산호초 생태계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세계산호초모니터링네트워크(Global Coral Reef Monitoring Network·GCRMN)는 8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 산호초 현황 2025(Status of Coral Reefs of the World: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금까지 실시된 세계 산호초 조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평가다.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24년까지 40년 이상 축적된 2110만 건 이상의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조사에는 124개 국가·지역의 산호초 3만6886곳에서 실시한 8만7299건의 조사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세계 산호초에서 살아있는 경산호(hard coral)가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1980~2009년 30.2%에서 2020~2024년 27.3%로 낮아졌다. 기준기간과 비교하면 약 9.5% 감소한 것이다.

 

특히 감소세는 2010년 이후 뚜렷해졌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호주해양과학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Marine Science)의 마누엘 곤살레스 리베로(Manuel González-Rivero)는 로이터에 세계 산호 피복률이 약 40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2010년 이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폭염이다.

 

산호는 몸속에 공생하는 미세조류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바닷물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가 이 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 ‘산호 백화(coral bleaching)’다.

 

백화가 발생했다고 산호가 즉시 죽는 것은 아니다. 수온이 다시 낮아지고 충분한 회복 시간이 주어지면 공생조류를 다시 받아들이고 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백화가 약 10년 또는 그 이상의 간격을 두고 발생해 산호가 피해에서 회복하고 성장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세계적인 규모의 대형 교란은 여러 지역에서 약 4~6년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부 산호는 성체가 돼 번식을 시작하는 데만 최소 5년 정도가 필요하다. 결국 피해를 입은 산호가 성장해 다음 세대를 만들어내기도 전에 또다시 해양 폭염과 백화를 겪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산호초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관측됐다.

 

2016년 대규모 백화로 세계 경산호 피복률이 약 6.6% 감소했지만, 이후 수온이 안정되면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경산호 피복률은 약 6% 증가했다. 직전 백화로 인한 손실의 상당 부분을 불과 몇 년 사이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회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3년 시작된 네 번째 세계적 대규모 산호 백화가 다시 산호초를 덮쳤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세계 경산호 피복률은 상대적으로 8.9% 감소했다. 보고서가 집계한 기간 가운데 가장 큰 연간 감소폭이다.

 

2024년에는 전 세계 산호초의 87%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42.6%는 산호초 전반에 걸쳐 백화와 폐사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수준의 심각한 열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까지의 산호 피복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2025년까지 이어진 네 번째 세계적 백화의 피해가 모두 반영된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실제 산호초 상태는 보고서에 나타난 것보다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산호초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일부 회복한 뒤 다시 더 큰 피해를 입는 현상을 연구진은 ‘쇠퇴의 계단(staircase of decline)’으로 설명한다.

 

산호가 한 번의 고수온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피해→부분 회복→더 큰 피해→부분 회복’이 반복되면서 장기적으로 산호초 생태계가 한 단계씩 낮아지는 구조다.

 

1998년 이후 전 세계에서는 네 차례의 대규모 산호 백화가 발생했다. 각각의 백화 이후 세계 평균 경산호 피복률은 상대적으로 약 6.5~9.9% 감소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해수온 상승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산호초 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1985년부터 2025년 사이 약 0.81℃ 상승했다. 2024년에는 세계 산호초의 40% 이상이 산호 폐사 위험을 동반할 정도의 심각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또 2019~2025년 사이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의 4분의 1 이상은 백화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네 차례 이상 경험했다. 일부 산호초에서는 사실상 해마다 백화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산호초의 감소가 중요한 이유는 산호만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호초는 전 세계 해저 면적의 0.2%에도 미치지 않지만 전체 해양생물종의 최소 25%에 서식지를 제공한다. 물고기의 산란·성장 공간 역할을 하며 수많은 해양생물이 먹이를 얻고 포식자를 피하는 생태계의 기반이 된다.

 

인간에게도 중요하다. 산호초는 어업과 관광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생계와 식량 공급을 뒷받침하고, 파도와 폭풍의 에너지를 흡수해 해안지역을 보호하는 천연 방파제 역할도 한다.

 

따라서 산호초 감소는 생물다양성 문제를 넘어 식량안보와 어업, 관광산업, 해안지역의 재난 위험까지 연결될 수 있다.

지역별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

 

카리브해에서는 2024년 평균 경산호 피복률이 7.1%까지 떨어졌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조사 대상 산호초의 약 70%에서 산호 피복률이 5% 미만으로 나타났고, 벨리즈에서는 일부 주요 산호종의 90% 이상이 폐사하는 피해가 보고됐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회복 가능성도 확인됐다. GCRMN이 구분한 세계 10개 산호초 지역 가운데 4곳에서는 장기적인 감소가 나타났지만 4곳에서는 장기적 순변화가 뚜렷하지 않았고, 2곳에서는 기준기간보다 산호 피복률이 증가했다.

 

이는 산호초의 미래가 이미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산호 감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지만 남획과 수질오염, 무분별한 해안개발 등 지역적 요인을 줄이면 산호초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적인 산호 보호만으로 해수온 상승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빈도로 세계적인 대규모 백화가 약 5~6년마다 반복될 경우 산호초 감소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면서 남획과 해안개발, 수질오염 등 지역적 압력을 함께 줄이는 것이 산호 피복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응 경로라고 분석했다.

 

곤살레스 리베로는 현재의 산호 감소량 자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산호초가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인류가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산호초는 오랜 시간 고수온과 폭풍 등 자연적인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과거에는 피해를 입은 뒤 다시 살아날 시간이 있었다. 지금 기후변화가 바꾸고 있는 것은 바로 그 회복의 시간이다.

 

GCRMN은 온실가스 감축이 지연되고 해양 폭염이 더욱 빈번하고 강해질 경우 세계 산호초가 지속적이고 잠재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감소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가 발표된 날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에서는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이 열렸다. 해수면 상승과 해양 생태계 훼손의 최전선에 있는 태평양 국가 정상들은 올해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기후 대응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고 있다.

 

세계 산호초가 보내는 경고는 산호가 회복할 능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속도가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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