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8년 메리 셸리 소설이 남긴 과학적 유산 조명, 2018년 출간 200주년 특집 표지 다시 소개
- 생명공학부터 AI까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과학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1818년 세상에 나온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이 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과학기술을 둘러싼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Science는 8월 3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의 날(Frankenstein Day)’을 맞아 2018년 1월 12일 발행한 Science 표지를 다시 소개했다. 셸리의 소설 속 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와 함께 프랑켄슈타인이 과학에 남긴 오랜 영향을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해당 표지는 Science 제359권 6372호에 실렸다. 표지에는 ‘현대의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남긴 지속적인 유산 (A MODERN MONSTER: The lasting legacy of Frankenstein)’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당시 Science는 『프랑켄슈타인』 출간 200주년을 맞아 이 작품이 과학과 사회에 남긴 의미를 여러 기사와 논평을 통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프랑켄슈타인』은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이 없는 물질에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후 수많은 영화와 대중문화 콘텐츠로 재해석되면서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Science가 2018년 게재한 사설 ‘프랑켄슈타인은 영원히 살아있다(Frankenstein lives on)’은 작품을 단순히 ‘과학자의 오만에 대한 경고’로만 바라보지는 않았다.
사설을 쓴 헹크 판 덴 벨트(Henk van den Belt)는 프랑켄슈타인이 생명공학과 나노기술, 합성생물학,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논쟁에서 오랫동안 등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셸리의 작품에는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에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보다 복합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고 봤다.
특히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채 고립된 상태에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사회와 논의하려는 태도 역시 과학자의 중요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Science는 당시 특집에서 프랑켄슈타인과 현대 과학의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다. 카이 쿠퍼슈미트(Kai Kupferschmidt)의 ‘프랑켄슈타인의 긴 그림자(The long shadow of Frankenstein)’을 비롯해 ‘공포 이야기가 과학에 미치는 영향(How a horror story haunts science)’, ‘현대판 괴물 만들기(Creating a modern monster)’, ‘미래의 괴물들을 길들이다(Taming the monsters of tomorrow)’ 등의 글을 통해 한 편의 소설이 200년 동안 과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었다.
『프랑켄슈타인』이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이 되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유전자 편집과 합성생물학은 생명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혔고,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AI 역시 인간이 만든 기술의 영향과 통제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Science가 8년 전의 표지를 다시 꺼내 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1818년 셸리가 소설을 통해 던졌던 질문은 과학기술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을 때, 그 창조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 져야 하는가.
200여 년 전 한 편의 소설에서 시작된 질문은 생명공학과 유전자 편집을 지나 AI 시대를 맞은 오늘날에도 과학과 사회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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