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7일 ‘세계 호수의 날’ 맞아 보호 필요성 강조
- 지구 육지 면적 약 4% 차지, 담수·생물다양성·지역사회 생계 지탱
전 세계에 1억1700만 개가 넘는 호수가 존재하지만 기후변화와 오염, 지속가능하지 않은 토지 이용 등으로 호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인간에게 물을 공급하는 공간을 넘어 생물다양성과 기후, 지역 주민의 삶을 지탱해 온 호수의 가치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엔(UN)은 27일 오후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세계 호수의 날(World Lake Day)’을 맞아 호수 생태계가 직면한 위기를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엔은 “지구에는 1억1700만 개 이상의 호수가 있으며 육지 면적의 약 4%를 차지한다”며 호수가 담수와 생물다양성, 기후, 인간의 생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염과 기후변화, 지속가능하지 않은 토지 이용이 호수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이 언급한 1억1700만 개라는 수치는 위성영상을 이용해 전 세계 호수의 분포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4년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0.002㎢보다 큰 전 세계 호수를 분석한 결과 약 1억1700만 개가 존재하며, 이들이 빙하가 없는 육지 면적의 약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호수는 지구 표면에서 차지하는 면적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호수와 인공호수에는 지구에서 얼지 않은 지표 담수의 대부분이 저장돼 있어 식수뿐 아니라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되는 동시에 어업과 관광 등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기후 측면에서도 호수의 역할은 작지 않다. 호수와 주변 습지는 물을 저장하고 홍수를 완화하는 한편 탄소 순환과 지역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호수의 변화는 단순히 특정 지역에서 물이 줄어드는 문제를 넘어 생태계와 인간사회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호수의 수량 감소와 수질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023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대형 호수와 저수지 약 2000곳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에서 물의 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인간의 물 사용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온 상승은 호수의 물 순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높아지면 수면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이 증가할 수 있고, 강수량과 적설량 변화는 호수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바꾼다. 여기에 농업과 생활·산업용수 사용을 위한 과도한 취수가 더해질 경우 호수의 수위 하락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물이 줄어드는 것만큼 수질 악화도 심각하다. 농경지의 비료와 도시·산업지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강과 호수로 유입되면 질소와 인 등 영양물질이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조류의 대량 증식과 수중 산소 부족으로 이어져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생물의 생존 환경을 악화시킨다.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UNEP)과 유엔워터(UN-Water)가 발표한 ‘물 관련 생태계 진전 보고서 2024(Progress on Water-related Ecosystems – 2024 Update)’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됐다. 자료를 제출한 185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물 관련 생태계가 훼손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조사 대상 1만3894개 유역 가운데 364개에서는 호수 등 지표수 면적이 감소하거나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지역에는 약 931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수의 변화가 생태계 문제를 넘어 사람들의 식수와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엔이 매년 8월 27일을 ‘세계 호수의 날’로 정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유엔총회는 2024년 12월 관련 결의를 채택해 8월 27일을 세계 호수의 날로 지정했고, 2025년 첫 공식 기념일이 열렸다.
세계 호수의 날은 호수가 지닌 생태적·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오염 방지와 생태계 복원, 지속가능한 물 관리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세계 호수의 날을 맞아 유엔이 다시 강조한 메시지도 분명하다. 호수는 단순히 물이 고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하나의 생태계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물의 순환이 달라지고 도시화와 농업, 산업활동이 확대되면서 세계의 호수는 이전보다 복합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호수를 지킨다는 것은 물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과 주변의 숲과 습지, 그리고 호수에 삶을 의존하는 사람들의 미래까지 함께 지키는 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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