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변의 깊은 바다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생물 38종이 새롭게 확인됐다. 심해 생태계가 여전히 과학적으로 충분히 탐사되지 않은 영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해양 생물다양성을 얼마나 서둘러 조사하고 보호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의 천문·과학 콘텐츠 계정 ‘Night Sky Today’는 16일 X를 통해 일본 인근 해역에서 과학자들이 38종의 새로운 심해 생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소개했다. 다만 이 발견 자체가 16일 새롭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실제 탐사는 2025년 6월 진행됐으며, 연구진이 생물 표본을 분석하고 분류한 뒤 2026년 3월 공식적으로 38종의 신종과 추가로 28종의 잠재적 신종을 발표했다.
난카이 해곡과 시치요 해산에서 드러난 ‘숨은 생명’
이번 탐사는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와 Nippon Foundation-Nekton Ocean Census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JAMSTEC의 연구선 요코스카와 유인 잠수정 ‘신카이 6500’을 이용해 일본 남쪽의 난카이 해곡(Nankai Trough)과 시치요 해산열(Shichiyo Seamount Chain)을 조사했다.
2025년 6월 탐사에서는 모두 528점 이상의 표본이 채집됐으며, 표본은 영상 촬영과 분류를 거쳐 향후 형태학적·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위해 보존됐다. 그 결과 38종이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고, 추가로 28종은 잠재적인 신종으로 분류됐다.
난카이 해곡에서는 특히 생물다양성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 연구진이 냉용출(cold seep) 지역을 조사한 결과, 기존에 알려졌던 동물 종은 14종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모두 80종이 확인됐다. 연체동물 33종, 환형동물 23종, 절지동물 11종, 선형동물 5종, 극피동물 4종 등이 포함됐다.
이는 심해가 단순히 생물이 드문 암흑의 공간이 아니라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생물들이 복잡한 먹이망과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생태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치요 해산열에서도 새로운 생태계가 확인됐다. 해저 화산체가 이어진 이 지역에서는 새로운 산호 군락과 해면류가 밀집한 해저 환경이 관찰됐으며, 특히 유리해면(glass sponge) 안에서 공생하는 두 종의 다모류가 새롭게 보고됐다. 이 유리해면은 규산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골격을 가지고 있어 다른 생물이 내부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일종의 ‘유리 성’과 같은 서식공간을 제공한다.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존할 대상을 알게 됐다는 것’
이번 발견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생물 목록이 늘어났다는 데 있지 않다.
해양 생태계 보호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어떤 종이 어디에 살고 어떤 종과 공생하며, 어떤 환경조건에서 번성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기후변화나 인간 활동으로 생태계가 변화했을 때 피해 규모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Ocean Census는 현재 공식적으로 기록된 해양 생물 종이 약 24만 종이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이 수백만 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적게 탐사된 생태계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다.
이번 탐사에서 수백 개의 표본을 채집하고도 수십 종의 새로운 생물이 확인된 것은 심해 생물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바다는 지금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바다의 생태계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해양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해양의 열함량은 관측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해양은 지난 20년 동안 매년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열을 흡수해 왔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잉여 열의 상당 부분이 대기보다 바다에 축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6년 들어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026년 7월 적도 이외 해역(남위 60도~북위 60도)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96도로, 7월 기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기존 7월 기록은 2023년의 20.89도였다. 유럽 주변의 대서양과 서부 지중해에서는 기록적인 해수면 온도와 함께 강하거나 심각한 해양열파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해양열파는 단순히 바닷물이 조금 따뜻해지는 현상이 아니다. 일정 기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이 지속되면서 산호와 해초, 어류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NOAA에 따르면 2026년 6월에는 전 세계 해양의 약 33%에서 해양열파가 나타났으며, 당시 일본해와 쿠로시오 해류 확장역도 해양열파가 발생한 지역에 포함됐다.
수온 상승은 생물의 ‘주소’를 바꾼다
해양 온난화의 영향은 특정 생물이 죽느냐 살아남느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식 가능한 수온대를 찾아 생물들이 이동하면서 해양 생태계의 공간적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IPCC는 해양 생물의 분포가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1950년대 이후 일부 해양 생물종의 분포는 평균적으로 북극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이러한 변화에는 수온뿐 아니라 산소 농도와 해류 등의 변화가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산소를 덜 머금는 특성도 있다. 유럽환경청(EEA)은 해양 온난화가 해수의 산소 감소, 즉 탈산소화와 연결되며, 해양의 성층화 강화와 해수 순환 변화 역시 생물의 산소 이용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해양산성화까지 더해진다. IPCC에 따르면 바다는 1980년대 이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20~30%를 흡수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해양의 산성도가 높아졌다. 온난화와 산성화, 산소 감소, 영양염 변화는 해양 생물의 분포와 개체수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 해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해역은 해양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WMO의 ‘아시아 기후 현황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해양의 열함량은 199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해 2025년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7~9월에는 아시아 해역에서 1,000만㎢가 넘는 면적이 해양열파의 영향을 받았다. 이는 중국이나 미국의 국토 면적보다 큰 규모다. WMO는 지속적인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가 해양 생태계와 연안 지역사회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주변 해역은 특히 중요하다. 난카이 해곡과 시치요 해산열처럼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지역은 다양한 심해 생물의 서식처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해류와 수온 변화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해양 환경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생물들이 앞으로 어떤 수온 범위에서 살아가는지, 해양 온난화가 이들의 서식 범위와 먹이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됐다.
심해 생태계는 기후위기의 ‘완충 장치’이기도 하다
바다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해양 생물 자체의 보존에만 있지 않다.
해양은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바다는 막대한 양의 열을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며, 해양 생태계는 탄소 순환과 영양염 순환에 관여한다. 따라서 해양 생태계가 훼손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계의 완충 능력 역시 약화될 수 있다.
WMO는 해양 온난화가 해양 생태계의 악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해양 탄소흡수원의 감소, 해수면 상승과 연결된다고 평가한다.
특히 산호초, 맹그로브, 해초류와 같은 연안 생태계는 탄소를 저장하고 해안 지역을 폭풍과 파도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수많은 생물에게 서식공간을 제공한다. 심해 역시 냉용출 지역과 해산, 산호·해면 군락 등이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발견’과 ‘보호’를 동시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
일본 심해에서 발견된 38종은 인간이 아직 바다를 얼마나 적게 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속도를 생각하면 단순히 새로운 종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생물을 발견했을 때 그 생물의 이름을 붙이고 생태적 특징을 기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해양 환경의 변화는 그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2026년 7월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7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해와 쿠로시오 해류 주변에서도 해양열파가 관측된 현재 상황은 해양 생물다양성에 대한 체계적인 관측과 보호가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일본 심해 탐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새로운 생물 38종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직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생명체가 바다 깊숙한 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 생명체들이 서로 연결된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생태계 역시 기후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바다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산성화와 탈산소화가 진행된다면 우리가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생물들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조차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심해 탐사는 새로운 종을 찾는 과학적 탐험인 동시에 기후변화 시대에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생태계 조사가 되고 있다.
결국 38종의 새로운 생명체가 던지는 질문은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더 있을까’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생명들이 살아갈 바다를 앞으로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지금의 해양과학과 기후정책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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