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ture 연구진, 2005~2021년 위성 관측·기후모델 분석. 에어로졸이 대류권계면 데워 성층권 수증기 증가. 지표면 온난화와 맞먹는 영향
중규모 화산 폭발과 극심한 산불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성층권 수증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산과 산불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이 성층권으로 유입되는 수증기를 늘리면서 2005년 이후 관측된 성층권 수증기 증가 추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학술지 Nature에 7월 1일 발표된 ‘중간 규모의 화산 폭발과 극심한 산불은 성층권을 습하게 만든다(Moderate volcanic eruptions and extreme wildfires humidify the stratosphere)’ 연구에서 이펑 펑(Yifeng Peng), 윌리엄 랜들(William Randel), 펑페이 위(Pengfei Yu) 등 국제 연구진은 위성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성층권 수증기(Stratospheric Water Vapour·SWV)는 대류권에 비해 양은 적지만 지구의 복사수지와 기후, 성층권 오존 화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성층권으로 유입되는 수증기의 변화는 장기적인 기후 전망과 오존층 회복을 평가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중규모 화산 폭발과 극심한 산불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은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인 대류권계면 주변의 온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성층권으로 이동하는 수증기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산 에어로졸이 열대 대류권계면을 가열해 성층권으로 유입되는 수증기를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실제 관측자료를 통해 이러한 영향을 장기간에 걸쳐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화산뿐 아니라 극심한 산불 역시 성층권 수증기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했다.
특히 대형 산불에서는 화산과 다른 추가적인 이동 경로도 나타났다. 강한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 입자가 태양복사를 흡수해 스스로 가열되면서 더 높은 고도로 상승하는 ‘자기 상승(self-lofting)’ 현상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이 수증기를 성층권으로 직접 운반하는 추가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 관측자료와 기후모델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화산과 극심한 산불의 영향으로 약 83헥토파스칼(hPa) 기압면에서 성층권 수증기가 약 0.1ppmv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전체 수증기량으로 환산하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성층권에 추가된 물의 양은 약 7,600만~2억3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산했다.
특히 연구진은 중규모 화산 폭발과 극심한 산불의 영향이 2005~2021년 관측된 성층권 수증기 증가 추세의 36±7%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Nature에 게재된 관련 해설에 따르면 이는 같은 기간 지표면 온난화가 성층권 수증기 증가에 미친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성층권 수증기의 장기적인 변화가 지표면 온난화와 자연적인 기후 변동뿐 아니라 화산 폭발과 대형 산불처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에어로졸 교란의 영향도 상당 부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2000년 무렵 성층권 수증기가 갑작스럽게 약 10% 감소했던 현상에도 주목했다. 이후 지표면 온난화와 중규모 화산 폭발, 극심한 산불에 따른 수증기 증가가 이어지면서 당시 감소분이 사실상 상쇄된 것으로 분석됐다.
극심한 산불이 성층권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는 2019~2020년 호주의 ‘블랙 서머(Black Summer)’ 산불이다. 당시 대형 산불로 거대한 화재적운(pyrocumulonimbus)이 형성되면서 대규모 연기가 성층권까지 도달한 사실이 관측된 바 있다.
성층권 수증기의 변화가 중요한 것은 기후와 오존층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증기는 대표적인 온실기체지만 성층권에서의 변화는 대류권의 수증기 변화와 다른 방식으로 기후에 작용한다. 성층권 수증기의 증감은 지구의 복사수지와 성층권 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오존층과 관련된 화학 반응에도 관여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기후변화로 극심한 산불의 강도와 위험이 커질 경우 산불에서 발생한 에어로졸과 연기가 성층권까지 도달하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미래 기후와 성층권의 구성 변화, 복사강제력, 오존층 회복 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후모델에 화산과 산불에 따른 에어로졸 효과를 보다 명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36±7%’를 화산과 산불이 지구온난화의 36%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2005~2021년 관측된 성층권 수증기 증가 추세 가운데 약 36%가 중규모 화산 폭발과 극심한 산불의 영향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는 의미다. 전체 지구온난화나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의 36%가 화산과 산불에서 비롯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개별적이고 단기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던 중규모 화산 폭발과 극심한 산불이 반복될 경우 성층권의 장기적인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화산과 산불에서 발생하는 간헐적인 에어로졸 교란을 성층권 수증기 변화를 이해하는 데 그동안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던 요인으로 평가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극심한 산불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 기후와 오존층의 변화를 정확하게 전망하려면 지표면 온도 변화뿐 아니라 화산과 대형 산불이 상층 대기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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