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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에 담긴 시간, 문화유산에 담긴 책임…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이 전하는 역사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8.2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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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의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문화유산은 과거에 만들어진 유물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과 기술, 미의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기록이다. 따라서 문화유산을 발견하고 보존하는 일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역사를 기억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해야 하는 후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27일 공식 X를 통해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 및 복장유물’을 소개했다. 이날 오후 4시 5분 게시된 사진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제석천의 정면과 측면 모습이 담겼다. 화려한 복식과 정교한 조각, 그리고 선명하게 남아 있는 색채가 시선을 끈다.


특히 이 불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색채의 강렬함이다. 붉은색과 녹색, 청색과 금빛이 어우러진 복식은 오랜 세월을 거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한 인상을 준다. 그중에서도 붉은색과 녹색의 대비는 매우 강렬하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붉은색이 가진 따뜻하고 역동적인 느낌과 녹색이 주는 안정적이고 생명력 있는 느낌이 서로 대비되면서 불상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한다. 여기에 청색과 금색이 더해지면서 단순히 화려한 색의 나열이 아니라 의복의 구조와 장식, 불상의 위엄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색채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매우 세련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특히 붉은색과 녹색의 보색 관계가 만들어내는 강한 시각적 긴장감은 불상의 얼굴과 손짓, 복식의 세부 표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전체적인 조각의 생동감을 높인다.


불상의 형태에서도 당시 장인의 섬세한 조형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와 온화한 얼굴 표정, 머리 위에 높게 올린 보계, 그리고 여러 겹으로 표현된 화려한 의복은 단순한 종교적 조각을 넘어 당시 사람들이 추구했던 미적 감각과 조각 기술을 보여주는 요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불상이 단순히 외형만으로 평가되는 문화유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상 내부에서 확인된 복장유물은 불상의 제작과 중수 과정, 당시의 불교문화와 신앙생활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하나의 불상 안에 조각의 역사와 종교적 의미,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기록이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이 지점에서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은 박물관이나 사찰 한편에 놓여 있는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사적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지켜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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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의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특히 목조 문화유산은 시간과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쉽다. 색채 역시 오랜 세월 동안 퇴색하거나 손상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강렬한 색채와 섬세한 장식은 과거 장인들의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노력까지 함께 생각하게 한다.


문화유산 보존은 결국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우리가 선조들의 유산을 어떻게 대하고 보존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가 바라보게 될 역사의 모습도 달라진다. 문화유산을 보존한다는 것은 과거를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현재에 되살리고 미래로 전달하는 일이다.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 나무에 새겨진 얼굴과 손짓, 붉은색과 녹색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색채의 조화, 금빛 장식에 이르기까지 불상 하나하나의 요소에는 당시의 미의식과 기술이 축적돼 있다.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날 우리 앞에 선 이 불상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문화유산은 과거 세대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역사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의 문화적 자산을 지켜야 하는 후세의 책임이다.


그리고 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붉은색과 녹색의 대비는 그 책임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아야 할 것은 단지 불상의 형태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 역사의 기억과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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