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내무부, 붉은벌새의 장거리 이동 모습 소개, 북미 북부에서 멕시코까지 이동
- 꽃꿀로 에너지 얻고 곤충으로 영양 보충, 꽃가루 옮기는 수분매개자 역할도
손바닥보다 작은 새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천㎞를 날아 대륙을 오간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붉은벌새(Rufous Hummingbird)’는 작은 몸집과 달리 긴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무부(U.S. Department of the Interior)는 3일 공식 X 계정에 붉은벌새의 사진을 공개하며 독특한 이동 생태를 소개했다. 내무부는 “이 단골 비행객은 거의 전적으로 꽃의 힘으로 움직인다”며 붉은벌새가 이동하는 동안 꽃꿀과 곤충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약 4000마일(약 6400㎞)을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붉은벌새의 학명은 Selasphorus rufus다. 북아메리카 서부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서부 지역에서 번식한 뒤 겨울에는 멕시코까지 이동한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 Fish & Wildlife Service)에 따르면 이동 거리는 편도 기준 약 4000마일에 이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길도 달라진다. 봄에는 주로 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해 미국 서부와 캐나다를 지나 알래스카의 번식지까지 올라간다. 번식을 마친 뒤 남쪽으로 돌아갈 때는 로키산맥을 따라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긴 여정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꽃이다. 붉은벌새는 이동 중 꽃에서 꿀을 먹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작은 곤충과 거미 등도 먹는데, 이를 통해 단백질과 지방 등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한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에 따르면 붉은벌새는 하루 최대 5000송이의 꽃을 찾기도 한다.
작은 몸집을 생각하면 이동 거리는 더욱 눈에 띈다. 코넬대학교 조류학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에 따르면 붉은벌새의 몸길이는 약 3인치(7.6㎝)에 불과하지만 알래스카에서 멕시코까지 약 3900마일을 이동할 수 있다. 몸길이에 비해 매우 먼 거리를 오가는 철새인 셈이다.
이들의 이동은 꽃이 피는 시기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봄에는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하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고, 남쪽으로 돌아오는 시기에는 로키산맥의 고지대를 거치며 꽃과 먹이를 찾아간다. 이동 경로 곳곳에서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는 것이 긴 여행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붉은벌새는 꽃에서 에너지를 얻는 동시에 식물에도 도움을 준다. 꽃 사이를 오가며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매개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붉은매발톱꽃(red columbine), 야생 커런트(wild currant), 새먼베리(salmonberry) 등 여러 식물의 수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붉은벌새의 개체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코넬대학교 조류학연구소가 소개한 2025년 ‘State of the Birds’ 자료에서는 붉은벌새를 지난 50여 년 동안 개체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Orange Alert Tipping Point’ 종으로 분류했다. 북미 번식조류조사 자료에서도 1968년부터 2023년까지 개체수가 연평균 약 2.2% 감소해 누적으로는 약 72%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미 내무부가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의 제이크 보넬로(Jake Bonello)가 촬영했다. 사진에는 붉은벌새 한 마리가 날개를 빠르게 움직이며 꽃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수천㎞에 이르는 붉은벌새의 이동은 꽃과 곤충, 그리고 이동 경로에 놓인 다양한 서식환경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붉은벌새는 꽃에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다시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작은 새 한 마리의 긴 이동이 생태계의 여러 요소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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