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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㉖]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에서 묻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

  • 남재철
  • 입력 2026.11.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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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해진 겨울이 농업을 위협한다
  • 전통의 농사력을 넘어 기후적응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준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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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에서 묻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 [사진=Ai, 남재철]

 

 

따뜻해진 겨울과 기상이변, 농업의 ESG 전환이 필요하다

 

11월 7일경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 번째인 입동(立冬)이다. 겨울을 세운다는 뜻으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입동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수확한 곡식을 저장하고 김장을 준비하는 한편, 가축과 농기구를 살피며 겨울을 날 채비를 했다. 보리와 밀 같은 월동작물은 추위가 본격화되기 전에 파종을 마쳐야 했다. 입동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날이 아니라 다음 해 농사의 성패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기후변화 시대의 입동은 과거와 다른 질문을 던진다. 겨울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겨울의 모습은 달라지고 있다. 절기의 날짜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해지지만 실제 기온과 강수, 서리와 한파는 해마다 달라진다. 특히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농업의 생육 주기와 재배 환경, 병해충의 발생 양상까지 변하고 있다.

 

따뜻해진 겨울, 농업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24절기별 기온 분석에 따르면 입동의 평균기온은 과거 30년과 최근 30년을 비교할 때 8.9℃에서 12.2℃로 3.3℃ 상승했다. 이는 과거 30년(1912~1940년)과 최근 30년(1991~2020년)의 비교 결과다. 입동이라는 절기는 그대로지만 그 무렵의 기후 조건은 크게 달라진 것이다.

 

겨울이 따뜻해지면 농작물의 생육 기간이 길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농업에서 기온 상승이 언제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밀과 보리 등 월동작물은 적절한 저온과 생육 조건이 중요하며, 겨울철 기온 변동이 커지면 생육과 월동 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과수 역시 겨울철 저온 요구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이듬해 개화와 결실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상고온과 갑작스러운 한파가 교차하는 현상이다. 따뜻한 날씨에 작물이 일찍 생육을 재개한 뒤 급격한 추위가 찾아오면 냉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겨울철 강수 형태와 시기가 달라지면 토양 수분과 농업용수 관리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겨울이 짧아지고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단순히 농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겨울에만 머물지 않는다. 월동작물의 생육과 병해충의 월동 조건은 다음 해의 생산량과 품질에도 영향을 준다. 농민은 파종과 수확 시기뿐 아니라 품종 선택, 병해충 방제, 시설 관리까지 달라진 기후에 맞춰야 한다. 기후위기는 농업의 달력을 바꾸고 농가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입동, ESG로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입동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의 풍요로운 수확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과 병해충 발생, 월동작물의 생육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농업에도 ESG 관점의 대응이 필요하다.

 

환경(E)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함께 추진하고, 물 절약형 재배와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 겨울철 병해충 예찰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S) 측면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줄이고, 농작물재해보험과 현장 기술교육을 통해 농업인의 생계와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을 지켜야 한다. 책임경영(G) 측면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험 정보를 공유하고, 농업 관련 기관과 생산자·유통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자연의 변화에 앞서 대비하는 농업이 필요하다. ESG를 바탕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농업인을 지키며 책임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안보를 위한 길이다.

 

입동을 넘어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기후농업으로

 

입동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절기이면서 다음 해 농사를 준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경험과 절기에 의존하던 농업에 과학적 기후정보를 결합해야 한다. 지역별 기온 전망과 한파·강수 위험, 작물별 생육 정보를 활용해 파종과 시설 관리, 병해충 방제 시기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농업기상 예측과 재해 조기경보도 현장에 실질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을 농민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과 과학기술, 기업의 ESG 경영, 농업 현장의 경험이 연결돼야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줄이는 감축 정책과 변화에 대비하는 적응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하고, 농업인의 위험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겨울의 문턱인 입동은 우리에게 묻는다. 달라진 기후 속에서도 다음 해의 풍요로운 수확을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속가능한 농업은 자연을 보호하는 환경정책이자 농민의 삶을 지키는 사회정책이며, 국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경제정책이다. 절기의 지혜를 과학과 ESG의 실천으로 이어갈 때 우리 농업은 기후위기를 견디는 수준을 넘어 미래 세대에도 안정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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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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