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사회적 책임 패러다임 진화
ESG가 업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은 자선활동 등을 통해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록펠러 재단과 같이 기업가가 사재를 출연하여 사회공헌을 진행한 사례는 많이 있다. 국내에도 1970년대 유한양행 유일한 회장이 사후에 전재산을 기부하여 사회공헌을 위한 재단을 설립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기업가의 선의에 의한 기부행위로 기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분석에 의하면, 기업은 1980년대부터 사회공헌을 기업 전략의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시기에 소개된 기업 윤리경영 피라미드 모델에 따르면, 자선적 책임을 기업의 최상위 가치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소유주의 자선기부 활동이나 임직원의 봉사활동 등을 수행하고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1987년 이후 지속가능경영 개념이 도입되면서,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Triple Bottom Line 개념이 자리잡게 되었고, 책임투자 및 사회적 가치가 주요 경영활동 테마로 고려되었다. 이 시기에는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익연계 마케팅을 통해 사회공헌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2010년 이후 TBL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이 사회적 가치로 융합되는 Double Bottom Line 패러다임이 등장하였다. DBL 패러다임에서는 소셜 임팩트 개념을 도입하여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수행과 병행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공헌을 실현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본원적 이윤추구 활동과 사회공헌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사회공헌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전환하려는 발상이다. 이는 사회공헌을 기업활동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주요 요소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ESG 패러다임이 기업 전반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발판이 되었다.
현재 ESG 패러다임인 가치중심 사업모델은 ESG를 경영전략 수준으로 격상하여, 기업운영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제사항으로 간주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기업은 ESG 가치를 기업의 목적에 반영하여 차별적 경쟁력을 개발하고 비즈니스 기회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ESG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파타고니아나 첫번째 기고에서 소개한 애플 사례가 ESG 경영을 차별적 경쟁력으로 전환하기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 볼 수 있다.
국내 ESG 경영 패러다임
국내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점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보인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소셜미디어상 ESG 언급량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2020년 하반기부터 ESG 언급량이 폭증하여 2023년 4분기에 약 3만5천회 이상 언급된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 1분기 대비 약 1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0년 하반기부터 ESG가 투자기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산업은행에서 녹색채권이 발행되는 등 ESG의 실체적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관심이 급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기별 ESG 연관어 변화를 통해 관점에도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ESG 연관어 순위는 ‘환경’, ‘기업’, ‘경영’ 순으로 나타났으며, 그 빈도도 최대 5천회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경영’, ‘환경’, ‘기업’ 순으로 변경되고 빈도도 6만회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ESG가 친환경 중심에서 경영활동 중심으로 관점이 확대되었으며 관심의 양도 매우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브랜딩 중심의 ESG 전략으로 전환
ESG는 이제 경영전략의 주요 부분이자 기업 활동의 양대 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경향은 앞으로 지속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 최고위층의 관심사이며 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ESG 활동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기업의 차별적 이미지 구축을 위한 브랜딩 활동에 ESG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관련규제 준수를 목표로 하는 ’리스크 관리 중심 ESG 전략’보다는 파타고니아나 애플처럼 기업의 차별적 이미지 구축을 목표로, 이에 적합한 ESG활동을 선별하여 진정성을 갖고 일관적,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브랜딩 중심의 ESG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I 권오영(Oh Young, Kwon)
어드밴스드 브랜딩(Advanced Branding) 대표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은 후 27년간 LG, SK, Intel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Interbrand, LG경제연구원 등 컨설팅 회사에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경험이 있는 풀 스택(Full-Stacked) 브랜드 전략가이다. F&B, ICT, 테크 등 다양한 제품/서비스 브랜드 전략 외에 사업 전략을 기반으로 한 기업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가치 평가 및 그룹 브랜드 체계를 설계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원에게 전파하는 내재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ESG와 기업 브랜딩의 연결을 통해 기업 이미지 재구축과 기업 가치를 강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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