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YZD’에서 베를린·아테네까지… 세계는 지금 공항 재생 실험 중
토론토 북서부에 위치한 다운스뷰 공항은 약 100년에 걸쳐 캐나다 항공 산업의 중심지로 기능해 온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농경지 한가운데 조성된 소규모 비행장에서 출발한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전투기 생산의 핵심 거점이 되었고 이후 드 하빌랜드 캐나다와 봄바디어 등 세계적인 항공우주 기업들이 자리 잡으며 산업 공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4년 봄바디어가 이전하면서 공항은 결국 폐쇄되었고 오랜 시간 축적된 산업의 흔적만이 남게 되었다.
이 버려진 공항은 이제 전혀 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캐나다 개발사 노스퀘스트 디벨롭먼트는 다운스뷰 공항 부지를 30년에 걸쳐 재생하는 초대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 ‘YZD’를 추진하고 있다.
옛 공항의 호출 부호에서 이름을 따온 이 프로젝트는 약 370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주거, 상업, 문화, 공공 공간이 어우러진 도시 지구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 300억 달러가 투자되는 이 사업이 완공되면 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새로운 도시가 토론토 한가운데 형성될 전망이다.
YZD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한때 항공기의 이착륙을 책임졌던 길이 2킬로미터의 활주로가 있다. 개발 계획에 따르면 이 활주로는 차량이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 공원으로 재구성되어,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7개의 지구를 하나로 연결하는 녹색 축이 된다.
각 지구에는 주택과 학교, 도서관, 상점, 커뮤니티 시설 등이 들어서지만, 옛 활주로는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 사람들의 일상과 자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는 도시 재생이라는 점에 있다. 노스퀘스트는 대규모 철거와 신축 대신 이미 존재하는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에 지어진 대형 공항 격납고들은 철거되지 않고 개·보수를 거쳐 영화 제작 스튜디오, 경공업 시설, 친환경 기술 기업을 위한 상업 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는 건물 철거와 신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공항이 지닌 산업적 정체성을 도시의 기억으로 남기는 선택이기도 하다.
환경적 고려는 도시 설계 전반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격납고의 지붕에는 녹지를 조성해 빗물을 흡수하고 도심 홍수 위험을 완화하며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하도록 계획됐다. 활주로를 구성하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역시 폐기되지 않고 도로와 포장재의 골재로 재사용된다. 과거 산업 및 군사 활동으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 환경 컨설턴트를 투입해 지속적인 조사와 정화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조경 설계를 맡은 마이클 반 발켄버그 어소시에이츠는 이 부지를 공항 이전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온타리오 남부의 캐롤라이나 삼림에 속한 곳으로 항공 안전을 이유로 오랫동안 자연이 억제되어 왔다.
개발팀은 토착 식물을 중심으로 서식지를 복원하고 철새 이동 경로였던 생태계를 다시 불러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토론토의 주요 유역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생태 수로와 전략적 식재를 통해 빗물을 현지에서 최대한 흡수함으로써 하류 지역의 홍수 위험을 줄이려 한다.
이 새로운 도시는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이동 방식을 지향한다. YZD 부지는 이미 지하철과 철도망으로 둘러싸여 있어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한 보행과 자전거 이동이 도시의 기본 구조를 이룬다. 넓은 자전거 도로와 라스트 마일 버스 시스템이 도입되며 옛 활주로 공원은 사실상 차량 통행이 제한된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운스뷰 공항의 변화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베를린의 템펠호퍼 펠트, 아테네의 엘리니콘 프로젝트처럼 한때 도시의 관문이었던 공항을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만 YZD는 공원 조성에 그치지 않고 기존 대중교통 인프라를 활용해 하나의 완결된 도시를 건설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2026년부터 시작될 첫 번째 주거 지구 조성은 30년에 걸친 변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개발진은 긴 시간 동안 사회와 환경이 변화할 것을 전제로 고정된 청사진보다는 유연한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과 자연 그리고 현대적인 삶이 어우러진 공간을 토론토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있다. 한때 비행기가 오르내리던 활주로 위에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일상이 천천히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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