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h Yoon-sook\'s Architecture Talk ①] Peckham Library... The Freedom of Cantilevers Encountered at Peckham
펙햄 도서관은 런던 남부 펙햄(Peckham) 중심부에 위치한 현대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지역의 랜드마크이다. 건축가 윌 앨솝(Will Alsop)과 알솝 & 스토르머(Alsop & Störmer) 건축사무소가 설계해 2000년 3월 8일 개관했고 같은 해 영국 스털링상(Stirling Prize)을 수상했다.
펙햄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지역 사회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여러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도서관은 지상 12미터 높이에 위치해 있어 런던의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으며, 도서관 건물 아래에는 보행자를 위한 광장이 조성되어 지역 사회와의 밀접한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건축적으로 펙햄 도서관은 미리 녹청 처리된 구리와 다양한 색상의 구조적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 기능을 외부에 드러내는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긴 스팬 강철 트러스와 경사 강철 튜브 시스템을 통해 수평 블록과 캔틸레버 구조를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곡선형 포드는 학습 공간과 자연 환기를 제공하며, 목재 프레임 마이크로램을 사용해 예산과 제작 용이성을 고려하면서도 구조적 하중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설계가 적용되었다.
펙햄 도서관은 이러한 혁신적인 건축적 특징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사회적 공간(social space)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건축 잡지와 연구 논문에서 자주 언급되는 현대 건축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런던과 로마, 이 두 도시는 유럽의 과거와 현재, 전통과 미래를 대조적으로 대표하는 도시이다. 로마는 무겁고 깊은 역사를 지닌 도시로, 과거의 기억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느낌을 주고, 런던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편되는 현대적인 도시로, 도시의 맥박처럼 활발히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두 도시는 나에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건축이 시대, 사람, 지역,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싶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공간의 생산(La production de l'espace)』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간은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과 사회적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즉, 공간은 고정된 형태나 구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관계, 머무름과 그들이 쌓아온 시간성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다시 '사회적 공간'으로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RIBA 스털링(RIBA Stirling Prize) 수상작 21곳을 따라가며, 그 공간들이 어떻게 사람들과 도시를 연결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
책이나 평면도, 자료집에서만 보던 익숙한 건축물이지만, 그 장소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그 공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고 믿었다. 건축이 단순한 외관이나 구조적 실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지역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역할을 하는 순간들을 보고 싶었다.
결국 내가 궁극적으로 찾고자 했던 것은 건축의 물성이나 형태만이 아니라, 그 재료의 질감과 구조적 언어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자연스러운 관계와 머무름의 장이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공간이 어떻게 시간과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사람과 도시를 잇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발걸음은 런던 남부의 평범한 거리에서 만난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펙햄 도서관 (Peckham Library)이었다.
도서관이 떠 있다 – 펙햄에서 만난 캔틸레버의 자유
런던 남부 펙햄 힐(Peckham Hill) 거리의 어느 오후, 도시 위로 살짝 떠오른 듯한 녹청색 건축물, 펙햄 도서관(Peckham Library)이 눈에 띈다. 이 도서관은 2000년에 RIBA 스털링상(RIBA Stirling Prize)을 처음 수상한 작품으로, 전형적인 공공도서관의 형태와는 다르다. 건물은 땅에 단단히 자리잡기보다는 12미터 높이로 띄워져,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떠있다(Floating)’는 가벼움 속에서 르페브르가 말한 공간의 다층성을 통한 공간적 실천과 재현의 복합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공중에 떠 있는 구조 – 계획된 공간의 해체 (Conceived Space)
페컴 도서관의 외관은 도시 계획적 관점에서 '기존 규범의 해체'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처럼 기능적인 건축물은 안정적이고 수평적인 공간 배치로 설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도서관은 건축가가 경사진 강철 기둥과 긴 스팬 트러스를 사용해, 건물을 공중에 띄우는 독특한 실험을 시도했다.
이는 르페브르가 언급한 '공간의 재현' 개념에 해당하며,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존의 공간 규범을 의도적으로 비틀고 뒤집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공간 구성은 지역 주민들에게 "공공 공간은 꼭 땅에 고정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해방감 넘치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광장과 사람들 – 공간적 실천 (Perceived Space)
이 비틀린 건축적 언어는 실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나는 광장 아래로 스며드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도서관 아래 비어 있는 공터는 단순히 건축물의 일부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흐름을 담은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르페브르가 언급한 ‘공간적 실천’은 바로 이러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을 지나가며 걷고, 잠시 멈춰 서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예상치 못한 행동들이 쌓여 공간을 재구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축은 도시와 사람들 사이에서 ‘머무는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계획도 완전히 제어할 수 없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계단과 포드 – 재현의 공간에서 경험하는 몰입 (Lived Space)
도서관에 들어서면, 중앙에 인상적인 나선형 철제 계단이 시선을 끈다. 나는 계단 난간을 잡고 천천히 올라가면서, 손끝으로 차가운 강철을 느끼고 발 아래 목재 계단의 질감을 밟으며 한 걸음씩 올라갔다. 그 순간, 건축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내 몸의 움직임과 호흡에 맞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중앙의 독서 공간과 그 위에 둘러진 360도 유리창을 통해 런던의 빛과 바람이 들어온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양쪽에 자리한 독특한 곡선형 포드가 눈에 들어온다.
르페브르의 '재현의 공간'은 바로 이런 공간을 의미한다. 계획된 공간과 일상적인 실천이 사용자의 신체적, 정서적 경험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는 곳.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창밖의 런던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그 공간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삶의 리듬과 기억이 스며드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 사회적 관계를 품은 건축
펙햄 도서관(Peckham Library)은 단순한 디자인 실험을 넘어, 르페브르가 강조한 '사회적 공간'의 개념을 충실히 실현한 결과이다. 공중에 떠 있는 독특한 구조는 기존 규범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광장 아래 펼쳐진 일상은 사용자들의 무의식적 행동을 반영한다.
내부의 포드 공간은 개인의 몰입과 감정적 경험을 담아내며, 하나의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지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 나는 건축이 단순히 도시 위에 떠 있는 구조물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살아 숨 쉬는 풍경으로 완성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펙햄 도서관(Peckham Library)은 공간이 넓고 밝으며, 다양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중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단순히 도서관을 넘어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오윤숙 (OH YUN SOOK)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친환경건축, 커뮤니티 디자인, 인간 친화적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사랑의 일기 재단 감사 및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사회적 책임과 인성 회복의 실천에도 힘쓰고 있다. 경영과 디자인, 사회적 가치를 잇는 선순환적 공간 비전을 실현하는 실천가이자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금융과 무역,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을 이끌며 쌓은 전략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디자인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골드윈즈 스페이스 대표이사, 한국ESG위원회 스튜어드십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ESG 책임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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