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관문이자 맨해튼 브리지 맞은편에 위치한 58 보워리에 새로운 예술 문화 기관이 문을 열었다.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이 어머니 잉 왕(Ying Wang)과 함께 설립한 더 왕 컨템포러리(The Wang Contemporary)이다. 음력 설 연휴에 맞춰 개관한 이 공간은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 가족의 뿌리와 지역 커뮤니티를 향한 오랜 비전을 담은 프로젝트로 소개됐다.
왕은 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관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또 하나의 브랜드 론칭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훨씬 더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며 “오늘 밤은 데뷔라기보다 앞으로 성장해 나갈 무언가의 시작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왕 컨템포러리가 들어선 건물은 과거 시티즌스 세이빙스 뱅크로 사용되었던 보자르 양식의 역사적 건축물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 건물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계 미국인 소유로 돌아오게 됐다. 개관 첫날 밤, 관람객들은 캐널 스트리트까지 길게 줄을 서며 차이나타운의 새로운 문화 거점 탄생을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복원된 돔형 천장과 웅장한 내부 공간은 붉은 조명 아래에서 과거의 역사성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예술과 음악,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뉴욕 한인 청소년 합창단은 너바나(Nirvana)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과 알파빌(Alphaville)의 〈포에버 영(Forever Young)〉을 열창하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공연 사이사이 관람객들은 벚꽃 장식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자오쯔와 모찌 등 설 명절을 연상시키는 음식들을 즐기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브루클린 기반 예술 집단 엠에스씨에이치에프(MSCHF)의 설날 기념 설치 작업 ‘날아가는 종이비행기의 2만 가지 변주’였다. 전시장 조명이 어두워진 뒤 돔형 천장 중앙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자, 중국 설날에 흔히 주고받는 붉은 봉투로 만든 종이비행기 수천 개가 7층 높이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관객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리며 장관을 지켜봤다.
이날 행사에는 래퍼 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와 모델 밍 리 시몬스(Ming Lee Simmons) 등 문화계 인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또한 뉴 뮤지엄(New Museum)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 카렌 웡(Karen Wong)이 축사를 전했고, 행사 말미에는 잉 왕(Ying Wang) 여사의 83번째 생일을 기념해 참석자들이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따뜻한 장면도 연출됐다.
해외 언론들은 왕 컨템포러리(Wang Contemporary)의 개관을 단순한 갤러리 오픈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의 뿌리가 있는 지역에 문화 중심 공간을 세운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왕 모자는 이 공간을 예술, 음악, 공연, 시각 문화가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출발한 이 새로운 시도가 뉴욕 예술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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