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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록의 청소년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④] 과거의 교육... 현재와 다를 바 없는가

  • 유영록
  • 입력 2026.03.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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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본에서 입시까지, 쉼표를 잃은 교육 [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창덕궁의 봄과 한 부자의 비극


봄이 오면 여러 궁궐 가운데에서도 특히 창덕궁 후원의 풍경이 아름답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 공간에는 그러나 한 부자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남아 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부모가 자식이 원하는 성적과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는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약 300년 전, 왕실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조선 제21대 왕 영조는 52년이라는 긴 재위 기간을 보낸 군주다. 그는 두 아들, 효장세자와 사도세자를 두었다. 사도세자는 어린 시절 총명하고 학문에 재능을 보이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학문보다 무예에 더 흥미를 보였고 부왕의 기대와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다. 영조의 기대는 컸고, 실망도 깊어졌다. 꾸짖음과 압박은 점점 강해졌으며 결국 사도세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1762년, ‘임오화변’이 발생한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자를 깊이 가두라”는 명이 기록되어 있다. 사실상 사형을 의미하는 조치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자의 갈등이 아니었다. ‘국본(國本)’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둘러싼 선택이었다.


 ‘국본’이란 무엇인가


영조는 아들을 죽인 것인가, 아니면 국본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한 것인가. 그 배경에는 개인적 갈등뿐 아니라 정치적 긴장과 조정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임오화변 이후 사도세자의 아들 세손 이산이 왕위에 오른다. 그가 바로 정조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마음에 새기고 신중하게 왕권을 강화해 나갔다.


당시 조정에서는 “국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학문적 능력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자질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가. 도승지 이이장이 영조에게 아뢰었다는 기록은 당시의 정치적 긴장을 보여준다. 국본의 자격은 단순한 성취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질문을 오늘날로 옮겨보자.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자격’은 무엇인가.


경쟁은 어디까지 필요한가


오늘날 대한민국은 학업 성취와 학벌, 경제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는 사회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교육 경쟁이 과열되어 있다는 우려도 반복된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하고, 중학생이 고3 수준의 문제를 푸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유명 학원에는 입학시험이 존재하고, 그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또 다른 학원이 생겨난다. 학부모의 불안은 다시 경쟁을 자극한다.


이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대학 정원 제한, 상대평가 중심의 등급 체계, 입시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상대평가는 일정 비율 안에 들어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한다.


경쟁은 사회 발전에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 그 안에 있는 학생들은 지치고 상처를 입는다. 일부는 ‘포기’라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쉼표가 필요한 교육


해결 방안으로 대학 정원 확대나 절대평가 확대 등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절대평가는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상대적 서열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 물론 완전한 해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교육이 경쟁만을 강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이는 현재 세대를 위한 쉼표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일 수 있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공부가 인생의 전부일 수는 없다. 공부는 길을 넓혀주는 도구일 뿐,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영조가 고민했던 ‘국본’의 자격은 단순한 학문 성취로 설명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과거의 교육과 현재의 교육은 정말 다를 바 없는가.


이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유영록(Yu Yeong Rok)

 

하길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사회·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 공공 의제와 교육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재학 시절에는 통일부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한반도 평화와 분단 역사, 통일 담론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기록했다. 현재는 한국역사해설진흥원 소속 역사 해설사로 활동하며, 지역과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사회적 기억을 전달하는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 ESG위원회에서 거버넌스 청소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청소년과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책임 있는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을 통해 배운 문제의식을 실천으로 연결하며, 공동체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경험을 꾸준히 쌓고 있다. 청소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닌 사회 변화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육·역사·공공 참여가 만나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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