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을 넘어선 윤리, 기업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기준
윤리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다. 개인의 윤리, 조직의 윤리, 그리고 사회 전체의 윤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권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개인의 목소리보다 조직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짙다. 조직 내에서 누군가 윤리적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내면, 그것은 종종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로 간주되어 "튀어나온 못이 정 맞는다"라는 식의 압박을 받곤 한다.
이러한 조직문화 속에서 변화는 결코 한 개인의 힘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전체의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이 반가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기업들도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라는 공감대는 조직 윤리의 평균값을 끌어올리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윤리경영을 단순히 '법(Law)과 규정(Regulation)을 준수하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이다. 진정한 윤리경영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 기업이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적 가치와 도덕적 책임(Responsibility)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고차원의 경영 철학이다. 이는 마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없이 길을 찾아야 할 때, 명확한 규칙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묻고 판단할 수 있는 내재화된 기준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윤리경영 시스템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규정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력화시키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기업이 거대해질수록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특히 조직의 고위직에 사이코패스(Psychopath)나 소시오패스(Sociopath) 성향을 가진 인물이 자리 잡게 되면, 아무리 정교한 내부통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고, 죄책감 없이 규정을 어기는 이들은 윤리경영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따라서 윤리경영은 제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도덕적 건전성을 검증하고 감시하는 '사람 관리'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과거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로지 '이윤 창출'이었다면, 오늘날의 기업은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받는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이 국가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 지역사회, 환경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컴플라이언스를 갖추지 않은 기업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윤리경영은 더 이상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선택 사항이 아니다.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만 매몰되어 윤리적 리스크를 간과한다면,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윤리경영은 당장의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가장 확실한 장기 투자다.
앞으로 본 칼럼을 통해 컴플라이언스와 ESG가 어떻게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지 그 구체적인 실무와 전략을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법을 지키는 것을 넘어,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은 신뢰받는 기업을 만드는 여정에 이 글이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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