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 현장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뼈대가 바로 공정거래법이다. 정식 명칭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인 이 법은 1981년, 산업화 과정에서 심화된 재벌 중심의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후 시대적 요구와 시장의 다변화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하며, 현재는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대한민국 경제 질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공정거래법의 발전 과정은 곧 대한민국 경제 체질의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이기도 하다. 1990년대에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거래 규제 등 '경제력 집중 억제'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이른바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특별법들이 잇달아 신설되었다. 그리고 2010년대와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방지와 데이터 기반의 소비자 보호 규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관하며 기업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은 총 13개에 달한다. 실무적으로 이 복잡한 법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규제 대상과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 축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시장 경쟁 촉진과 대기업집단 규제 (공정거래법)
공정거래법은 전체 체계의 근간이 되는 기본법이다. 경쟁사 간 가격이나 시장을 분할하는 담합(부당 공동행위), 독과점 기업이 경쟁사를 배제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그리고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이나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같은 불공정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둘째, 고질적인 '갑을 관계'의 불공정성 해소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원청과 하청, 본사와 가맹점 등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거래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법률들이다.
* 하도급법: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에 부당하게 단가 인하를 강요하거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 대금 지연 지급 등을 철저히 차단한다.
* 가맹사업법: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필수 품목을 강매하거나 부당하게 판촉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을 규제한다.
* 대규모유통업법 및 대리점법: 대형 마트나 홈쇼핑이 납품업체에 부당한 반품이나 판촉비를 강요하는 행위를 막고, 본사가 대리점에게 과도한 판매 목표를 강제하는 밀어내기 관행을 제재한다.
셋째,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 권익 보호 (전자상거래법, 약관법, 표시광고법, 제조물책임법)
소비자가 안전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어선이다.
* 전자상거래법 및 약관법: 온라인 쇼핑몰의 환불 지연을 막고, 사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약관(면책 조항 등)을 무효화한다.
* 표시광고법 및 제조물책임법: 객관적 근거 없는 허위·과장 광고나 부당한 비교 광고를 제재하며, 결함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나 유통사에 무과실 책임을 지게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체계는 단일 법률이 아니라, 경쟁 촉진부터 중소기업 보호, 소비자 권익 보장까지 다면적인 접근을 취하는 13개 법률의 집합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다층적 법률망을 개별 규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ESG 경영 중 사회(S)와 지배구조(G)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공정거래 13개 법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발적인 컴플라이언스(CP) 시스템을 통해 리스크를 통제할 때, 기업은 비로소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흔들림 없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ㅣ 용석광 (Yong Seok Kwang)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에서 ESG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적 통찰과 실무 전략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ESG 및 준법경영 전문가이다. 현재 ESGi 대표이사이자 대학의 겸임교수와 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윤리·인권 경영 체계 확립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무 현장의 핵심 지침을 담은 《Compliance 공정거래 CP&ISO 37301 실무가이드》, 《ESG와 윤리·준법경영.ZIP》, 그리고 《ESG 경영의 근간 컴플라이언스 솔루션.ZIP》 등이 있다.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기업들이 규범 준수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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