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낙심하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시리라."
할리우드 배우이자 감독 멜 깁슨(Mel Gibson)이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이 짧은 성경 구절은 단순한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그의 삶과 영화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그는 헬리콥터 안에서 엄지를 치켜든 자신의 사진과 함께 구약성경 여호수아 1장 9절(NIV)을 인용하며 "강하고 담대하라(Be strong and courageous)"는 문장을 팬들에게 전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게시물은 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댓글에는 "아멘(Amen)",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응원이 이어졌고, 일부 팬들은 그의 대표작인 '매드 맥스(Mad Max)'를 언급하며 "다시 달려가라, 매드 맥스!"라는 유쾌한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멜 깁슨의 이번 게시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삶 자체가 '강하고 담대하라'는 성경 구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195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주했고, 연극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한 뒤 1979년 영화 '매드 맥스'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핵전쟁 이후 황폐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저예산 작품이었지만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영화사의 새로운 액션 프랜차이즈를 탄생시켰다.
이어 '매드 맥스 2', '매드 맥스 비욘드 썬더돔', 그리고 '리썰 웨폰(Lethal Weapon)' 시리즈를 통해 그는 1980~199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거칠지만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당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멜 깁슨은 배우에 머물지 않았다. 1995년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브레이브하트(Braveheart)'는 그의 영화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스코틀랜드 독립 영웅 윌리엄 월리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자유와 희생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웅장하게 담아내며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배우에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점차 역사와 종교, 인간의 신념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2004년 개봉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폭력성과 종교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며 역대 가장 성공한 종교영화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라틴어와 아람어를 사용하는 독창적인 연출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이후 종교영화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성공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6년 음주운전 체포 과정에서 반유대주의적 발언이 공개되면서 그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이후 사생활 논란까지 겹치며 한동안 할리우드에서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그는 순식간에 추락했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멜 깁슨은 영화로 다시 돌아왔다. 2016년 연출한 '핵소 고지(Hacksaw Ridge)'는 총을 들지 않고 전장에 나선 미군 의무병 데스먼드 도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신앙과 양심을 끝까지 지켜낸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그의 연출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멜 깁슨의 성공적인 복귀작으로 평가했다.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는 언제나 인간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믿음이었다. '브레이브하트'에서는 자유를 위한 희생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는 구원과 희생을, '핵소 고지'에서는 신념을 지키는 용기를 이야기했다. 이번에 인용한 여호수아 1장 9절 역시 두려움 앞에서도 믿음을 잃지 말라는 성경의 대표적인 격려의 말씀이다.
현재 멜 깁슨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후속작인 '그리스도의 부활(The Resurrection of the Christ)'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봉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대표작은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으며,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그의 영향력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X 게시물은 정치적 메시지도, 신작 홍보도 아니었다. 단 한 구절의 성경 말씀과 한 장의 사진뿐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성공과 실패, 영광과 추락을 모두 경험했던 한 영화인의 삶이 담겨 있었기에 팬들은 그 짧은 문장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읽어냈다.
'강하고 담대하라.'
40여 년 동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와 감독으로 살아온 멜 깁슨이 자신의 삶을 통해 가장 먼저 실천하려 했던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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