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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극장가 달군 ‘암살자(들)’, 100만 돌파…영화로 따라가는 한국 현대정치사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9.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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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4년 영부인 피격사건 모티프…개봉 4일째 누적 관객 105만 명
  • 제주4·3부터 한국전쟁·4·19·유신·10·26·5·18·6월항쟁까지 시대별 작품으로 살펴보는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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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이번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이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 105만7,760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25일까지 사흘 연속 정상을 지켰다.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 주연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당시 재일한국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고, 박 대통령은 피격되지 않았지만 육영수 여사가 총상을 입어 숨졌다. 사건 과정에서 당시 합창단원이던 장봉화 양도 목숨을 잃었다.

 

영화에서는 유해진이 국립극장을 경비하던 중부경찰서 경감 ‘박철구’, 박해일이 동성일보 사회부장 ‘김재환’, 이민호가 동성일보 신입 취재기자 ‘한영일’을 연기한다. 박정민은 실제 저격범 문세광을 모티프로 한 ‘문태광’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인 1974년은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가 이어지던 시기다. 그렇다면 그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후 한국 정치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봤다.

 

제주4·3…‘지슬’과 ‘여명의 눈동자’

 

광복 이후 한반도에는 북쪽에 소련군, 남쪽에 미군이 진주했다. 미·소 냉전이 본격화되고 남북에 서로 다른 정치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좌우 정치세력의 갈등도 격화됐다.

 

제주에서는 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행사가 끝난 뒤 시가행진 과정에서 기마경찰의 말에 어린아이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일부 군중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군중을 향해 발포해 주민 6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발포에 항의해 같은 달 10일부터 제주도 내 관공서와 학교, 기업 등이 참여하는 민·관 총파업이 벌어졌다. 이후 대규모 검속이 진행되고 경찰과 서북청년회 등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1948년 4월 3일에는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선거·단독정부 수립 반대 등을 내건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경찰지서 등을 공격하며 무장봉기를 시작했다. 이후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이 이어졌고 많은 주민이 희생됐다.

 

현행 제주4·3특별법은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와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 및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지슬’(감독 오멸 / 주연 이경준·홍상표·문석범)은 제주4·3 당시 산으로 피신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연출 김종학 / 주연 채시라·최재성·박상원)는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의 혼란, 제주4·3과 한국전쟁까지 보다 넓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분단과 한국전쟁…‘태극기 휘날리며’·‘고지전’


1948년 남한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각각 수립됐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유엔군과 중국군 등이 참전하면서 전쟁은 국제전으로 확대됐고,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로 전투가 중단됐다.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 / 주연 장동건·원빈)는 전쟁에 휘말린 두 형제를 통해 한국전쟁이 개인과 가족에게 남긴 비극을 그렸다.

 

‘고지전’(감독 장훈 / 주연 신하균·고수)은 정전협상이 진행되던 전쟁 말기 동부전선의 고지를 둘러싼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제1공화국’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정부가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가운데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정권의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벌어졌다.

 

이에 항의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마산에서 시작됐고, 시위 과정에서 실종됐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분노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4월 1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결국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다. 이후 허정 과도정부를 거쳐 내각책임제를 중심으로 한 제2공화국이 출범했다.

 

이승만 정부 수립부터 제1공화국의 주요 정치사를 폭넓게 다룬 작품으로는 MBC 정치사 드라마 ‘제1공화국’(연출 고석만 / 주요 출연 최불암·이영후 등)이 있다.

 

5·16 이후 박정희 시대…‘킹메이커’

 

4·19혁명 이후 출범한 제2공화국은 약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부 세력이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군부는 국가재건최고회의를 구성해 군정을 실시했고 정당과 사회단체를 해산하는 등 정치활동을 제한했다.

 

1963년 박정희는 대통령 선거에서 윤보선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과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편 정치적 권위주의와 민주화 요구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졌다.

 

1969년에는 박 대통령의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가능하게 한 3선 개헌이 이뤄졌고,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정희와 신민당 후보 김대중이 맞붙었다.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 주연 설경구·이선균)는 김대중과 그의 선거전략가로 알려진 엄창록 등을 모티프로 1960~70년대 선거정치를 재구성했다. 실제 인물의 이름을 바꾸고 여러 사건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유신시대의 1974년…‘암살자(들)’


1971년 대통령 선거 이듬해인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했으며 정당과 정치활동을 중지시켰다.

 

이어 마련된 유신헌법은 같은 해 11월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됐다. 유신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가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됐으며,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과 국회해산권 등 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암살자(들)’의 배경인 1974년은 이러한 유신체제가 이어지던 시기다. 같은 해 10월 24일에는 동아일보 기자들이 언론에 대한 외부 간섭과 압력에 반대하며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암살자(들)’은 영부인 피격사건을 중심에 놓고 경찰과 기자들의 추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다.


유신체제의 마지막…‘남산의 부장들’·‘그때 그 사람들’ 


유신체제가 이어지는 동안 긴급조치 등을 통한 정치적 통제가 계속됐고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이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마민주항쟁이다.

 

같은 달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총격해 살해했다. 10·26 사건으로 1961년 5·16 이후 18년간 이어진 박정희 집권도 끝났다.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 주연 이병헌·이성민·곽도원)은 박정희 정권 말기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내부의 권력관계를 배경으로 10·26에 이르는 과정을 극화한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 주연 한석규·백윤식)은 10·26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10·26 이후 12·12…‘서울의 봄’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최규하 정부가 출범했고 사회에서는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 시기는 이후 ‘서울의 봄’으로 불렸다.

 

그러나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군 병력을 동원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하고 군 지휘권을 장악했다.

 

이른바 12·12 군사반란이다. 이후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등에 대한 판결에서 12·12 관련 행위를 군사반란으로 판단했다.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 주연 황정민·정우성)은 12·12 군사반란을 모티프로 당시 군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극화했다.


신군부의 부상과 5·18민주화운동…‘화려한 휴가’·‘택시운전사’ 


12·12 이후 신군부가 군 내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1980년 봄 대학가와 사회에서는 계엄 해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정치인과 학생운동 관계자 등이 체포됐다. 대학에도 계엄군이 투입됐다.

 

다음 날 전남대학교 앞에서 등교를 저지하는 계엄군에 학생들이 항의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계엄군의 강경진압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시위는 시민들의 참여로 확대됐다.

 

5월 19일에는 계엄군이 시위대를 향해 소총을 발사해 총상자가 발생했고, 20일 밤 광주역에서도 계엄군의 발포로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21일 전남도청 앞에서는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시민들은 인근 지역의 무기고에서 총기와 탄약 등을 확보해 시민군을 편성했다. 계엄군이 광주 외곽으로 물러난 뒤 시민수습대책위원회 등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등에 진입하면서 항쟁은 진압됐다.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 주연 김상경·안성기·이요원)는 광주 시민들의 시선에서 5·18민주화운동을 그렸다.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 주연 송강호·토마스 크레취만)는 서울 택시기사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중심으로 당시 광주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과정을 극화했다.

 

1980년대 공안정국…‘변호인’·‘남영동 1985’ 


1980년대에도 민주화 요구는 계속됐고 공안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도 이어졌다.

 

‘변호인’(감독 양우석 / 주연 송강호·김영애·오달수)은 1981년 부산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공안수사와 국가보안법,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 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 / 주연 박원상·이경영)는 민주화운동가 김근태가 1985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박종철 고문치사에서 6월항쟁으로…‘1987’

 

1987년 1월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고문으로 숨졌다.


경찰은 처음에는 사건의 진상을 축소하려 했지만 고문에 의한 사망 사실과 사건 은폐 과정이 알려지면서 민주화 요구가 더욱 커졌다.

 

같은 해 4월 전두환 대통령은 현행 헌법에 따라 정부를 이양하겠다는 내용의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더욱 확산됐다.

 

5월에는 야당과 재야·종교·시민사회 등이 참여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됐고, 6월 9일에는 연세대학교 학생 이한열이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다음 날인 6월 10일부터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6월민주항쟁으로 확산됐다.

 

결국 당시 민주정의당 대표 노태우는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 수용 등을 담은 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1987’(감독 장준환 / 주연 김윤석·하정우·유해진·김태리)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6월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여러 인물의 시선을 통해 그렸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살펴보는 한국 현대 정치사 


 

‘암살자(들)’을 보고 영화의 배경인 1974년과 당시 정치 상황이 궁금해졌다면, 시선을 앞뒤 시대의 작품으로 넓혀볼 만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다뤄져 왔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는 역사 기록 그 자체가 아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가상의 인물과 대화, 사건의 압축과 재구성이 더해진다. 작품을 통해 당시 시대와 사건에 관심을 갖고 궁금한 부분은 역사적 기록과 함께 살펴본다면 한 편의 영화가 한 시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 극장에서 만난 ‘암살자(들)’을 시작으로 시대별 영화와 드라마를 따라가며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연휴를 보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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