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하고, 색도 바꿔 주세요. 다른 스타일도 한번 볼까요?” AI가 시각디자인에 도입되면서 이런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차례 수정이 끝나면 새로운 의견이 이어진다. 거의 완성된 포스터에 다시 여러 수정 방향이 제시되기도 한다. 제작 도구는 편리해졌지만, 그렇다고 프로젝트가 더 빨리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수정을 시작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수정을 완료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다. 요구사항을 한 문장으로 입력하는 일은 대체로 이미지를 다시 그리거나 레이아웃을 바꾸는 것보다 간편하다. 하지만 새 이미지를 얻은 뒤에는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다른 세부 요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실제 납품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쉽게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분 수정은 바꿀 필요가 없던 요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경을 바꾸면서 인물의 조명이 달라지고, 구도를 조정한 뒤에는 글자와 이미지의 관계를 다시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확정된 내용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이미지 생성을 반복하거나 편집 프로그램에서 직접 보완 작업을 하게 된다. 이미지 생성 비용은 전체 수정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검토와 보완, 소통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역시 비용에 포함된다.
새로운 이미지는 사람들의 기대도 계속 바꾼다. 처음에는 배경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버전을 보고 나면 인물의 자세를 바꾸고 싶어진다. 인물을 바꾸면 이번에는 글자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수정 대상이 점차 달라지면서 팀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개별 요청은 단순해 보여도 누적되면 작업이 원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시 포스터를 예로 들어 보자. ‘문화적 분위기’는 전통 문양으로, ‘젊은 느낌’은 밝은 색으로, ‘미래적인 느낌’은 금속 질감으로 표현될 수 있다. 시각적 요소는 늘어나지만, 전시 주제가 더 명확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때는 그러한 변화가 관람객의 이해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여전히 같은 전달 목표를 뒷받침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는 수정의 효율이 피드백의 명확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고급스럽지 않다’는 말은 색이 복잡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글자가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문제가 분명하지 않으면 팀은 화면을 계속 바꾸며 답을 찾게 된다. 반면 ‘전시 제목이 가장 먼저 읽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은 실행하기도, 효과를 확인하기도 쉽다.
따라서 수정할 때마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 유지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탐색 단계에서는 여러 방향을 시도하되, 세부 조정 단계에서는 점차 초점을 좁혀야 한다. 그래야 각각의 변화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AI는 다양한 효과를 시도하기 쉽게 만들었고, 그만큼 수정 비용을 과소평가하기도 쉬워졌다. 효율을 판단할 때는 새 버전이 얼마나 빨리 나왔는지만 볼 수 없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얼마나 줄였는지도 살펴야 한다. 수정 이후 목표가 명확해지고 정보가 정확해지며 납품 가능한 상태에 가까워졌을 때, 디자인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진문/秦雯/ QIN WEN
진문(秦雯)은 중국 루쉰미술학원을 졸업하고 예술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각디자인과 시각문화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재학 기간 동안 중국 예술대학의 인공지능 및 디지털 활용 커리큘럼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KCI에 게재하는 등 학문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한국이에스지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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