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자브 음악이 더 이상 지역적 장르에 머물지 않고 세계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는 인도 출신 싱어송라이터 카란 아우즐라(Karan Aujla)와 캐나다 출신 프로듀서 이키(Ikky)가 있다. 그들의 음악은 펀자브의 정서와 글로벌 사운드를 결합하며 국경을 넘는 새로운 음악 언어를 만들어냈다.
카란 아우즐라의 최신 앨범 ‘P-POP 문화(P-POP CULTURE)’는 발매 직후 인도 스포티파이(Spotify) 주간 톱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같은 주에 그는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100에도 이름을 올렸고 앨범 수록곡 ‘MF Gabhru!’는 단숨에 3,8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앨범의 성공은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펀자브어 음악이 세계 주류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이후 카란은 스포티파이의 대표 재생목록 ‘Punjabi 101’의 커버를 장식했다. 이 일주일 동안 해당 재생 목록의 스트리밍 수가 21%나 증가했다. 스포티파이는 펀자브 음악의 전통적인 목소리뿐 아니라 신예 아티스트를 함께 조명하며 장르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카란의 팬층은 주로 인도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의 음악은 이미 세계적 현상에 가깝다. 캐나다, 영국, 미국,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수백만 명의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그의 글로벌 팔로워 수는 2,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가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이유는 진실성”이라고 말하듯 카란의 음악은 분주한 도시 속에서 사랑과 고통, 성공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이 성공의 뒤에는 한 명의 조용한 혁신가가 있다. 바로 프로듀서 이키(Ikky)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는 펀자브 음악을 거리에서는 힙합과 R&B를 들으며 성장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음악 환경은 그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는 카란 아우즐라의 ‘추억 만들기(Making Memories,2023)’와 ‘P-POP 문화(P-POP CULTURE)’를 모두 프로듀싱하며 펀자브 음악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키는 단순히 비트를 만드는 제작자가 아니라 펀자브 음악을 ‘세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내는 문화적 중개자다. 그는 “펀자브 음악을 서구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유지한 채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하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딜짓 도산즈(Diljit Dosanjh), 시두 무스왈라(Sidhu Moose Wala), 슈브(Shubh)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펀자브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펀자브 음악의 부상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펀자브 디아스포라(이주 공동체)가 견고한 팬층을 형성했다. 그들은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정체성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이 문화적 교차점이 세계인의 감수성과 만났다.
또한, 펀자브 음악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전통 악기와 리듬, 민속적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힙합, 팝, 댄스홀, R&B 같은 세계적 장르를 자유롭게 혼합한다. 이러한 장르의 융합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감정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도 이 흐름을 가속시켰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애플뮤직 같은 서비스는 알고리즘 추천과 글로벌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펀자브 음악을 인도 밖의 청중에게 소개했다. 클릭 한 번으로 국경을 넘어 퍼질 수 있는 시대에 펀자브의 비트는 그 어느 때보다 멀리 울려 퍼지고 있다.
음악의 품질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뮤직비디오의 영상미, 무대 연출, 퍼포먼스 등 시각적 요소가 글로벌 팝 시장의 수준과 견줄 만하다. 동시에 카란 아우즐라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은 브랜드 제휴, 글로벌 매니지먼트 계약, 투어 확장 등을 통해 산업적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인도 내 음악 산업에서는 여전히 저작권과 로열티 문제,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해결되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키 또한 “많은 곡이 수백만 번 재생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펀자브 음악의 미래는 밝다. 세계 곳곳에서 열린 공연마다 관객들은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음악에 몸을 맡긴다. 비트가 전하는 에너지 그리고 노랫말 속 진심은 국적을 초월한다.
카란 아우즐라와 이키는 이 새로운 음악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들은 펀자브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의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이제 펀자브 음악은 더 이상 ‘지역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품은 글로벌 사운드이며 사랑과 투쟁, 꿈과 야망을 노래하는 21세기형 민속의 진화된 얼굴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길은 언어가 달라도 감정은 통한다는 음악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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