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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신의 아그네스’ 윤석화, 오늘 대학로에서 노제로 마지막 인사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5.12.2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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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로 떠난 ‘신의 아그네스’ 윤석화, 오늘 대학로에서 노제로 마지막 인사 [그래픽=ESG코리아뉴스]

 

배우 윤석화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예술인이었다.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는 배우이자 연출가와 제작자로서 무대에 대한 열정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았고, 그 삶 자체가 곧 한국 공연예술의 역사로 남았다.


윤석화는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단단한 연기력과 지적인 이미지로 빠르게 주목받았다. 특히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윤석화를 연극계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한 대표작이었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는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그는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한국 연극 무대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됐다.


연극에 국한되지 않고 뮤지컬과 드라마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등 대형 작품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통해 대중에게도 친숙한 얼굴로 남았다.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언제나 무대 중심의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지켜온 점이 윤석화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는 단순한 배우에 머무르지 않았다.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제작자로 활동했고, 애니메이션 ‘홍길동 95’ 제작에도 참여했다. 1999년에는 경영난을 겪던 공연예술 전문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나서며 공연예술 담론을 지키는 역할도 맡았다. 또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직접 연출·제작했으며, 그가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윤석화의 예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다. 그는 2002년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이 극장을 개관해 2019년까지 직접 운영했다. 정미소는 상업성보다는 실험성과 작품성을 중시한 공간으로 ‘19 그리고 80’, ‘위트’ 등 당대 한국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 작품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비록 만성적인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정미소는 한국 소극장 문화와 실험 연극의 중요한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윤석화는 예술인 복지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연극인들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썼고 무대 뒤에서 묵묵히 공연예술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이해랑 연극상 등 연극계 주요 상을 두루 받았다. 2005년 대통령표창, 2009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연극·무용 부문) 수상은 그가 한국 공연예술에 끼친 영향력을 국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의 별세 이후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윤석화는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2025년 12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2월 21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과 영결 예배가 치러진 뒤, 그가 생전 극장과 삶을 함께했던 대학로 한예극장(옛 정미소)에서 노제가 열린다. 


윤석화의 삶은 무대 위 연기만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며 예술의 가치를 지켜온 시간이었다. 오늘 대학로에서 열린 노제는 단순한 작별의 자리가 아니라 한국 연극이 한 시대의 주역을 떠나보내며 그의 이름과 정신을 오래 기억하겠다는 약속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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