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단기 급락세를 보이면서 연말 종가가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여전히 ‘역대급 고환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고환율이 장기간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남긴 부담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40.3원으로 11월 초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연중 고점에 근접했지만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과 수급 대책이 연이어 나오면서 이틀 만에 30원 이상 급락했다. 이는 3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소식까지 전해지며 환율은 장중 한때 1,420원대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올해 연말 환율 종가는 지난해 말(1,472.5원)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 상승 흐름이 꺾인 데다 당국의 개입 의지가 시장에 뚜렷이 각인되면서 심리적 저항선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급락한 이후 그동안 달러를 보유해 왔던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도 추가적인 하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았다. 외환당국은 개장 직후 강력한 메시지를 내며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분명히 했고 해외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방안도 제시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확대는 시장에 실질적인 달러 매도 물량을 공급하며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행 역시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며 외환시장 변동성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연말 종가가 다소 낮아진다고 해도 올해 환율 수준이 갖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은 1,420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연평균 환율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역대 최고치다.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연간 기준 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가 특히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분기 평균 환율 역시 1,450원대 중반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연말 환율 종가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제표상 외화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환율이 높게 형성될수록 외화 부채 비중이 큰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내년 대출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연말 환율 흐름에 대한 시장의 긴장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환율 흐름과 비교해도 원화 약세는 눈에 띈다. 같은 시점 일본에서는 달러당 엔화 환율이 150엔대 중반에서 움직이며,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 언급 속에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관리환율 체계 속에서 당국이 변동성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 원화는 대외 변수와 자본 이동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해 왔다.
결국 연말을 지나 새해로 접어들면서 외환시장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관리 능력’을 다시 시험하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안정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될 경우 고환율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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