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이른바 ‘당원게시판(당게) 사태’가 단순한 당내 윤리 논란을 넘어 내란 이후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현 대표 체제와 전 대표 간 정면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30일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게시글을 당원 게시판에 작성했으며, 문제의 계정 다수가 한 전 대표 가족 명의와 일치하고 동일 IP에서 집중적으로 작성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는 이를 근거로 한 전 대표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족이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며 “당시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내가 직접 게시판에 가입하거나 글을 쓴 적이 있다는 식의 발표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며 당무감사위 발표의 표현 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그는 장동혁 현 대표가 과거 자신과 정치적 연대 관계에 있을 당시에는 “문제 될 게 없다”며 방어에 나섰다가, 대표가 된 이후 입장을 바꿔 사안을 재점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사실 공방을 넘어 현 지도부가 전임 대표를 정리하려는 과정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전 대표가 1년 가까이 해명을 미뤄온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그는 “익명 게시판은 당이 허용한 공간”이라며 “권력자 비판 글을 쓴 사람을 사후에 색출하는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글 자체에 대해서는 “잘못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당내 반응을 더욱 양분시켰다.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당무감사위 발표 시점과 정치적 맥락을 문제 삼았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사임과 같은 날 발표된 감사 결과는 정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 지도부가 당에 또다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현 대표 체제에 가까운 인사들은 한 전 대표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 정도 사안이면 정계 은퇴를 논해야 할 수준”이라며, 한 전 대표의 도덕성과 지도자 자질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당 밖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감사 결과를 근거로, 한 전 대표 가족이 자신을 비방하는 글도 작성했다며 “익명성 뒤에 숨은 음습한 정치 행태”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사태를 ‘내란 이후 국민의힘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상징적 충돌’로 해석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내란 국면 이후 당은 책임론과 노선 갈등 등 차기 지도력 경쟁이 얽히며 극도의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는데, 당게 사태는 그 균열이 한동훈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통해 폭발한 사례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게시판 글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윤석열 정부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둘 것인가라는 정치적 노선의 문제 그리고 내란 이후 보수 정당이 져야 할 책임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쇄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의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 지도부와 전 지도부 사이에서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안은 개별 사건을 넘어 보수 진영 내부의 구조적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당무감사위 발표로 불씨는 당장 한 전 대표에게 옮겨붙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상처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당 전체에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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