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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읽다 ①] 런던 동부에 들어서는 새로운 문화 지형, V&A 이스트 뮤지엄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1.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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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앤 앨버트 이스트 뮤지엄(V&A East Museum)은 2026년 4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사진=V&A East Museum]

 

런던 동부 스트래트퍼드 워터프런트(Stratford Waterfront)에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이스트 뮤지엄(V&A East Museum)은 2026년 4월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이미 문을 연 빅토리아 앤 앨버트 이스트 스토어하우스(V&A East Storehouse)와 함께 런던 동부를 대표하는 대형 문화 지구 이스트 뱅크(East Bank) 프로젝트의 핵심 축을 이룬다.


이 박물관은 아일랜드 더블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 스튜디오 오도널 앤드 투미(O’Donnell + Tuomey)가 설계한 5층 규모의 건물로 단단한 재료감과 조각적인 형태를 통해 공공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강조한다. 건축은 산업과 제작의 역사를 품어온 동런던의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동시대 글로벌 창작 실천과의 연결을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V&A 이스트 뮤지엄(V&A East Museum)은 전통적인 박물관의 상설·기획 전시 구분을 넘어 질문 중심의 전시 방식을 제안한다. 약 500점에 이르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소장품이 박물관 전반에 걸쳐 배치되며, 정체성(identity), 재현(representation), 사회 정의(social justice), 환경 변화(environmental change) 등 동시대적 이슈를 주제로 엮인다. 르네상스 회화부터 패션, 텍스타일, 장식예술, 현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오브제들은 ‘왜 우리는 만드는가(Why We Make)’라는 질문 아래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된다.


개관 초기 방문객들은 새로운 커미션 프로그램의 첫 번째 결과물도 만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6개월 단위로 운영되며 동런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과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작가 레네 마틱(Rene Matić), 무대 디자인과 공공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진 에스 데블린(Es Devlin) 등 총 여덟 명의 작가가 참여해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은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적 실험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뮤지엄의 첫 대형 기획전은 「더 뮤직 이즈 블랙: 어 브리티시 스토리(The Music Is Black: A British Story)」이다. 이 전시는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흑인 영국 음악(Black British music)이 영국 사회와 문화 전반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재즈(jazz), 레게(reggae), 정글(jungle), 드럼 앤 베이스(drum and bass), 그라임(grime)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음악이 어떻게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목소리의 매개체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아티스트의 무대 의상, 음반, 사진, 영상 자료와 함께 영국 공영방송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아카이브가 전시에 포함되며 음악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맥락까지 폭넓게 다룬다.


V&A 이스트 뮤지엄(V&A East Museum)은 무료 입장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지역 주민과 청년 창작자, 다양한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는 엘리트 중심의 전시 기관이라는 기존 박물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동시대 사회와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열린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수십 년에 걸친 기획과 준비 끝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 박물관은 런던 문화 지형의 무게중심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시키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V&A 이스트 뮤지엄(V&A East Museum)은 예술과 디자인이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질문에 응답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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