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전시 방식 전환 시도…신체 다양성·포용성 담론 확산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이 2026년 메트 갈라 전시를 통해 기존 패션 전시 관행을 바꾸는 시도를 내놓았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트 산하 코스튬 인스티튜트는 오는 5월 개막하는 전시 ‘의상 예술(Costume Art)’에서 다양한 신체를 반영한 신규 마네킹 25종을 공개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사이즈 2’ 중심의 표준화된 체형에 맞춰 제작되던 기존 마네킹 방식에서 벗어난 변화다.
이번 전시는 수세기에 걸친 ‘옷 입은 몸(dressed body)’의 변화를 조명하는 기획으로, 단순한 의상 전시를 넘어 신체와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관계를 함께 다룬다.
코스튬 인스티튜트 총괄 큐레이터인 앤드류 볼턴(Andrew Bolton)은 이번 변화의 목적에 대해 “박물관 마네킹이 오랫동안 얇고, 비장애적이며, 표준화된 신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온 역사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몸과 삶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시에 사용되는 마네킹은 총 200여 점으로, 이 가운데 25점이 새롭게 제작된 모델이다. 이 중 18점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나머지는 임신한 신체, 마른 남성 체형 등 다양한 신체 조건을 반영해 설계됐다.
모델로는 왜소증을 가진 장애 인권 활동가 시네이드 버크(Sinéad Burke), 의족을 사용하는 배우 겸 운동선수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 휠체어를 사용하는 모델 겸 음악가 아리아나 로즈 필립(Aariana Rose Philip)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단순한 ‘전시 대상’을 넘어, 패션과 신체,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연결을 확장하는 상징적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시각적 연출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마네킹 표면에는 거울과 유사한 광택 스틸 소재가 적용돼 관람자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질문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박물관 측은 전시 이후에도 해당 마네킹을 영구 소장해 향후 전시에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회성 기획을 넘어 전시 방식의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2026년 멧 갈라(Met Gala)는 5월 4일 개최되며, 비욘세, 니콜 키드먼, 비너스 윌리엄스, 안나 윈투어 등이 공동 의장을 맡는다. 올해 드레스 코드 주제는 ‘패션은 예술이다(Fashion is Art)’로, 패션을 예술적 표현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강조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패션 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서 ‘신체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미적 기준을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실제 전시 구조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향후 박물관과 패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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