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시대 장만전선의 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금년 6월 하순 우리나라의 장마는 평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쪽의 찬 공기가 평소보다 강하게 남하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이 지연되었고, 그 결과 장마전선도 평년보다 늦게 북상했다. 언뜻 보면 단순한 계절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농업의 관점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신호다. 농업은 기후에 가장 민감한 산업이며, 최근 기후변화는 장마의 시작과 종료 시기뿐 아니라 강수량과 강우 강도까지 크게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의 북상 시점이 평년보다 늦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농업 생산량이 감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생산성은 강수량, 기온, 일조시간, 토양수분, 병해충 발생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마 시기의 변화는 이러한 요소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 감소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변수임은 분명하다.
장마가 늦어질 경우 초여름 강수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모내기를 마친 논은 초기 생육기에 충분한 물이 필요한데, 장마가 늦어지면 관개용수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밭작물도 토양 수분 부족으로 생육이 지연되고 광합성 효율이 떨어져 생산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장마보다 폭염이 먼저 시작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고온과 가뭄이 겹치면 작물의 생육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늦어진 장마가 짧은 기간 동안 집중호우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비 오는 날은 줄어드는 반면 한 번 내릴 때의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간당 수십 100mm 이상의 극한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부족했던 비가 서서히 보충되는 것이 아니라 며칠 사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형태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호우는 생산량과 품질에 큰 피해를 준다. 논에서는 벼가 장기간 침수되면 뿌리의 산소 공급이 차단되고 도복이 발생해 수량과 품질이 함께 떨어진다. 밭작물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뿌리 부패와 생육 저하가 나타나며, 고추·콩·감자 등은 생산량 감소가 심해질 수 있다. 과수도 낙과와 열과가 증가하고 당도가 낮아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집중호우 이후에는 병해충 발생도 급격히 늘어난다. 높은 습도와 고온은 탄저병, 역병 등 각종 병원균의 증식을 촉진하게 된다, 결국 늦은 장마 뒤 집중호우는 침수 피해와 병해충 피해가 동시에 발생해 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더욱 키우게 된다.
최근 장마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이다. 과거에는 비교적 일정한 시기에 시작되고 종료됐지만, 최근에는 장마가 시작됐다가 소강상태를 보인 뒤 다시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등 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파종, 방제, 수확 등 영농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학적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 찬 공기의 세력 변화, 해수면 온도 상승 등 다양한 기후 시스템이 장마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면서 강수량은 증가하는데 강수일수는 감소하여 더 강한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장마가 늦어질수록 극단적인 강수 형태가 나타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농업은 평균적인 기후가 아니라 극한기후에 대비해야 한다. 배수시설 확충, 농업용수 관리 강화,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 스마트농업과 농업기상 서비스 확대, 농업재해보험 강화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상예측과 조기경보 시스템도 농업 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장마가 늦어지는 현상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마의 패턴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식량안보에도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늦어진 장마와 집중호우는 이제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으며, 우리 농업도 이에 맞는 적응 전략과 대응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ㅣ 남재철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前 기상청장)

기상청장을 역임하며 국가 기후 관측과 재해 대응 정책을 총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 수도권기상청장, 기상청 차장 등을 거치며 기상·기후 분야 전반에서 정책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 및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국제 기후 협력에도 참여했다.
마르쿠스 Who’s Who 과학기술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의 저자이며, 현재 기후변화 대응, 기상재해, 식량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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